최서원(본명 최순실)씨가 쓴 옥중 회오기 ‘나는 누구인가’에서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는 조작됐다”는 주장이 또다시 등장했다. 최씨는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50여곳의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징역 18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원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최씨는 8일 출간된 이 책에서 언론, 특히 국정농단의 스모킹건이 된 ‘최순실 태블릿PC’를 보도한 JTBC에 대한 분노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최씨는 “2016년 10월 JTBC의 태블릿PC 보도를 시작으로 악성 루머와 함께 마녀사냥식의 보도는 언론, 방송, SNS 등에서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그 속도는 (내가) 변명할 여유도 주지 않았다”고 적었다. 

최씨는 “JTBC 태블릿 사건은 아마도 미리 철저하게 조직적으로 준비했던 일”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더블루K 사무실에서 태블릿PC를 갖고 나왔다는 것은 빈집에 들어가 금고를 터는 일”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태블릿PC에 담겨있던 대통령 연설문 수정본에 대해선 “정호성 비서관의 부탁으로 문맥적 흐름에 대해 일부 조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씨는 2016년 말의 상황을 가리켜 “기자들이 무턱대고 쓰레기통까지 뒤집으며 작은 꼬투리까지 찾아내 기사화하고 있었다. 한국의 모든 언론이 벌집 쑤셔놓은 듯 나를 공격하고 있었다”며 “박정희 대통령 때 중앙정보부의 계략이 떠오른 건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진실을 밝히고자 10월26일 세계일보에 연락해 인터뷰했지만 묻혀버렸다”고도 했다. 

그는 JTBC 태블릿PC보도에 대해 “치밀하게 계획한 자들의 행위이자 정치공작”, “내가 독일로 떠나기 전 (더블루K) 사무실을 확인했고 고영태 책상에 그런 것(태블릿PC)은 있지도 않았다. 누군가 가져다 놓고 꾸민 계략이 분명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를 사용할 줄도 모르고 내 것도 아니다”, “나는 태블릿PC를 쓸 줄 모르고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2016년 10월24일자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2016년 10월24일자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최씨는 “태블릿PC 조작 사건의 진실을 밝혀 책으로 발간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그를 구속했던 사법부를 비난했다. 책에 담긴 2018년 9월13일자 옥중일기에선 “변희재씨를 명예훼손으로 구속한 건 코미디다. 그럴 것이라면 당연히 손석희씨도 구속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책에 등장하는 태블릿PC 관련 최씨의 의혹 제기는 대부분 변희재씨의 주장과 일치했다. 앞서 2018년 12월 1심 재판부는 변희재씨에게 징역 2년 유죄판결을 내리며 미디어워치를 두고 “JTBC의 구체적 해명 보도와 검찰·국회·법원 등 국가기관에 의해 밝혀진 사실도 외면하면서 오로지 JTBC와 손석희가 허위 조작 보도했다는 기사만 반복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JTBC가 김한수로부터 태블릿을 제공받았다고 주장하면서도 미디어워치가 구체적 소명자료를 제출한 바 없는 점 △국과수에서 태블릿 내용이 조작되거나 변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낸 점 △대통령 박근혜가 보도 이후 연설문 작성에 최순실 도움을 받았다고 대국민 사과에 나섰던 점 등을 언급하며 미디어워치의 주장 대부분이 구체적 소명 자료 없이 막연한 추측이거나 주관에 기인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결과 등에 대해서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조회 등 최소한의 검증을 안 거친 채 믿을 수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며 조작설에 마침표를 찍었다. 미디어워치는 변씨의 태블릿PC 조작설이 담긴 책 ‘손석희의 저주’를 판매 중단했다. 판례에 비춰보면 최씨의 책도 JTBC 명예훼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역시 태블릿PC조작설을 제기했던 월간조선도 지난 4월 조작설의 허위를 인정하고 JTBC에 사과했다. 월간조선은 “JTBC 취재기자는 태블릿PC에 있는 파일을 데스크톱 컴퓨터에 그대로 옮긴 다음 그 내용을 분석해 보도한 것일 뿐, 태블릿PC 안에 있는 문서나 사진 파일을 새로 만들거나 지운 적이 없다”고 정정 보도했다. 

▲최서원(최순실)씨. ⓒ연합뉴스
▲최서원(최순실)씨. ⓒ연합뉴스

 

“나의 가족을 멸망시킨 이들에게 되갚아 주기 위해…”

한편 최씨는 “어처구니없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나의 가족을, 특히 우리 딸 유라를 멸망시킨 이들에게 하나하나 되갚아 주기 위해 분발할 것이다. 허구에 쌓인 쓰레기더미 같은 산을 하나씩 정리할 것”이라며 자신을 비판·비난했던 언론과 고영태씨·장시호씨 등 제보자, 안민석 민주당 의원 등을 겨냥해 경고했다. 

최씨는 “우리 가족은 박 대통령을 알았다는 이유로 그동안 많은 질시와 모함 속에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며 박정희독재 시절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가족을 모함했다고 언급한 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비서실장을 그만둔 유라 아빠(정윤회)는 그 후에는 그분을 만나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 세계일보의 무책임한 보도(2014년 정윤회 비선실세 문건)로 인해 유라 아빠는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되는 일까지 겪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씨는 자신에 대한 언론의 “비선실세” 표현에 “한 번도 실세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나는 그저 가족이 없는 박 대통령의 사사로운 일들을 도와주고 싶었던 것”이라 강변했다. 최씨는 시종일관 박 대통령의 ‘결백’과 ‘애국’을 강조하는 한편, 자신은 삼성의 지원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대기업 지원은 순수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은 총선 이후 흩어진 박근혜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는 한편 자신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와의 ‘동시 사면’ 여론형성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씨는 책 곳곳에서 수술을 수십 차례 언급하며 건강이 좋지 않다는 대목을 강조하는 한편 “딸이 너무 보고 싶다”, “손자의 재롱도 보고싶다”고 적으며 감정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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