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앤드마이크TV’ 6494개 중 1200개(20%), ‘고성국TV’ 2400개 중 720개(30%), ‘뉴스타운TV’ 2888개 중 2000개(70%).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밝힌 “보수 유튜버 노란 딱지(광고제한) 현황”이다. 박대출 의원을 비롯해 몇몇 한국당 의원들은 “유튜브 블랙리스트가 현실화됐다”고 주장하며 ‘정부 비판’ 유튜버들의 수익이 급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였다. 그들은 ‘슈퍼챗’을 찾아냈다. 

막말·혐오·허위정보 콘텐츠로 비판받는 보수성향 유튜브 채널이 ‘노란딱지’로 광고 수입이 막힌 뒤 ‘슈퍼챗’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챗’은 유튜브 시청자들의 후원금 성격으로 생방송을 보면서 채팅창을 통해 직접 돈을 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슈퍼챗 금액이 높을수록 채팅창에 긴 시간 노출될 수 있다. 

구글이 2017년 도입한 슈퍼챗 기능은 유튜브가 지난해 6월 광고주들이 꺼리는 콘텐츠에 ‘노란딱지’를 붙이는 정책을 강화하며 일종의 수익모델 ‘대안’으로 떠올랐다. 노란딱지가 붙은 콘텐츠는 조회 수가 높아도 광고가 붙지 않아 돈을 벌 수 없다. 이 때문에 노란딱지를 많이 받게 된 유튜버들은 노란딱지가 붙는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 대신, 더욱 극단적인 콘텐츠를 만들며 슈퍼챗을 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
▲MBC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갈무리. 
▲
▲MBC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갈무리. 

8일 현재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슈퍼챗을 가장 많이 받은 유튜브 채널 1위는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다. 누적액은 7억6730만9798원. 최근 군포 물류창고 화재 사고가 선거 조작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방송에서 845만 원, 사전투표 조작을 주장한 또 다른 방송에선 642만 원 상당의 슈퍼챗을 받았다. 

뒤를 이어 ‘GZSS TV’가 5억9571만7589원을 기록해 전 세계 슈퍼챗 순위 4위를 나타냈다. 해당 채널 진행자는 “저것들은 5·18 시체도 있고 세월호 시체도 있고 별 시체가 다 있는데, 팔 시체가 없어서 우리는 맨날 X됩니다”라며 막말과 욕설을 쉴새 없이 쏟아냈다. 역시 각종 막말로 유명한 전광훈씨는 ‘너알아TV’에서 지난 5개월간 슈퍼챗으로 1억200만 원어치를 받았다. 

MBC 탐사보도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지난 7일 방송에서 이들 유튜버들의 슈퍼챗 수익과 방송 실태를 공개하며 “가세연은 5월 한 달간 1억2000만 원을 슈퍼챗으로 벌었다. 여기에 개별 후원계좌와 (노란딱지가 안 붙는) 유튜브 콘텐츠 광고 수입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돈을 벌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하며 “정치 유튜브 채널이 슈퍼챗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한국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유튜브 채널 중 슈퍼챗 1~100위를 보면 대다수가 일본 애니메이션 가상 캐릭터 채널이거나 게임 채널이다. 그러나 여기 한국의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이 15개나 자리 잡고 있다. 이 중 7개가 진보성향, 8개가 보수성향으로 분류된다. 8일 기준으로 ‘시사타파TV’가 3억2461만8887원으로 21위, ‘딴지방송국’이 2억8660만1547원으로 28위, ‘신의한수’가 2억4325만4273원으로 43위을 기록했다. 

미국 유튜브 통계 사이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100위권 내 한국 유튜브 채널은 △핑크퐁(47위) △블랙핑크(39위) △Big Hit Labels(BTS 기획사, 35위) 등 3개에 불과하다. 이 점에 비춰보면 슈퍼챗 순위는 매우 특이한 상황이다. 슈퍼챗은 광고 수익과 달리 구독자 수나 시청자 수 같은 규모보다 시청자의 충성도에 따라 액수가 갈린다. 

▲유튜브.
▲유튜브.

MBC는 이날 방송에서 “혐오와 조롱, 음모론을 도구로 삼아 공격하는 대상은 대부분 피해자들이다. N번방 사건, 민식이 사건, 세월호, 위안부 문제 그리고 코로나19 사망자도 있다. 극우성향의 채널은 대부분 친일 성향, 여성 혐오 성향이 짙다”고 우려하며 자극적인 막말과 음모론으로 떼돈을 벌 수 있게 설계한 구글의 구조적 책임을 지적했다. 한 우파성향 유튜버는 MBC와 인터뷰에서 “(총선이) 부정선거가 아니라고 얘기하면 슈퍼챗이 확 준다. 감성을 자극하면 돈이 쏟아진다. 좌나 우나 코인에 미친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MBC는 “슈퍼챗은 달러로 환전돼 미국의 구글 본사로 간다. 거기서 구글이 30% 수수료를 가져간 뒤 다시 유튜버 계좌에 입금한다. 수익 배분율이 7대3”이라고 전한 뒤 “유튜버들은 슈퍼챗을 위해 더 막말하고 자극적으로 방송하며 극단적 논리에 편승하고 있지만 구글은 슈퍼챗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