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승 작가(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가 배우자인 박성제 MBC 사장과 자신을 연결하는 보도에 대해 “연좌제”라며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정 작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산하 디지털소통센터장으로 일했다. 그는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로 갈 당시엔 카카오 부사장이었다. 그의 남편인 박성제 MBC 사장은 해직기자 출신으로 2017년 12월 보도국 취재센터장(부국장), 2018년 6월 보도국장, 지난 2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박 사장의 명함이 바뀔 때마다 언론에선 배우자를 함께 거론하며 비판했다. 

2018년 6월 박성제 보도국장 임명 소식을 알리는 뉴데일리 기사 제목은 “MBC 보도국장에 청와대 비서관 남편”이었고 부제는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 남편 박성제씨”였다. 

조선일보는 2018년 10월19일자 기사에서 “MBC 뉴스 공정성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며 김성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의 발언을 전했다. 김 의원은 “(MBC에서) 정권 비판기사를 찾아볼 수 없다”며 “정 비서관의 남편이자 최승호 사장과 함께 뉴스타파에서 일했던 박성제 기자가 보도국장으로 있는데 공정성이 보장되겠냐”고 했다. 

지난해 1월10일자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 정용기 한국당 의원은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의 남편인 박 기자도 MBC 보도국장으로 있는데 (MBC 뉴스의) 공정성이 보장될 수 있겠느냐”고 했다. 

▲ 지난해 1월10일자 조선일보 기사. 청와대 비서관 인사가 있었는데 당시 인사 대상자가 아닌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을 박성제 당시 보도국장과 함께 거론했다.
▲ 지난해 1월10일자 조선일보 기사. 청와대 비서관 인사가 있었는데 당시 인사 대상자가 아닌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을 박성제 당시 보도국장과 함께 거론했다.

같은해 5월4일 미래한국은 MBC노동조합(3노조) 입장을 전하며 “정 센터장이 박 보도국장의 부인이라는 점에서 노조의 이 같은 뉴스비평은 MBC 보도가 청와대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을 갖기 충분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외에도 이들 부부를 거론하며 MBC와 청와대의 유착을 의심케하는 보도가 많았다.

정 작가는 지난 5일 미디어오늘에 “그는 좋은 언론인이고 난 열심히 노력한 전직 언론인”이라며 “연좌제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를 믿지 않는다. 얘기하면 기자가 안 쓴다고 하는 걸 어떻게 믿느냐”며 “그래서 단독을 남편한테 한 번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공사를 구분했고 청와대 관련 정보를 함부로 얘기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방송독립과 보도 공정성을 내걸고 수차례 파업을 벌였던 MBC에서 보도국장이 자신의 배우자를 이유로 과연 취재기자들 판단을 침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MBC 사장은 보도에 개입할 수 없는 게 원칙이다.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박 사장은 지난 2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조국 사태때 ‘친조국(정권) 편향’이란 지적에 “검찰 주장이 재판에서 깨질 수 있으니 국민에게 선입견을 주지 않기 위해 일방적 검찰 받아쓰기는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실제 재판과정에서 검찰 주장 일부가 논박당했는데 이런 보도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신뢰가 상승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작가는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 청와대에서 일한 경험을 담아 최근 책을 냈고, 새로운 일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박 사장이 청와대와 관계에서 보도윤리를 위반했거나, 청와대의 부적절한 보도개입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어떠한 일도 맡지 말아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정 작가는 “그(박 사장)의 일을 존중하고 그도 내 일을 존중한다”며 “대체로 다른 영역에서 살아왔고 나도 내 커리어를 쌓아 온 건데,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편이 뭘 하면 내가 뭘 하면 안 된다는 평가를 받는 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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