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왜곡·허위정보에 대응하는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가 유튜브의 조치를 성토하고 나섰다. 헬마우스는 보수 유튜버들이 헬마우스측 가족을 향한 성범죄를 암시하는 협박을 하는 영상을 발견하고 이를 캡처해 올렸는데 유튜브는 오히려 헬마우스에 저작권 위반 경고를 했다. 

헬마우스는 젊은 세대에게 주목도가 높은 보수 유튜버들이 올리는 왜곡·허위정보를 팩트체크하는 채널로 임경빈 작가, 하헌기·백승호 PD가 함께 제작한다. 정제된 방식의 팩트체크가 아닌 일상 토크 스타일로 보수 유튜버 주장을 강도 높게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최근 보수 유튜버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왕자 채널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주장하자 헬마우스는 이를 검증, 반박하는 콘텐츠를 올렸다.

그러자 보수 유튜버들의 ‘공세’가 시작됐다. 왕자 채널측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헬마우스측 출연자 아내를 대상으로 성적인 표현을 쓰며 범죄를 암시했다. 이어 제3자인 유튜브 채널 ‘생각모듬찌개’를 운영하는 유튜버 최아무개씨가 지난달 27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헬마우스 와이프를 정복 들어가겠다. 헬마 앞에서”라고 발언했다. 헬마우스는 해당 영상을 캡처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  유튜버 '왕자'의 5·18 민주화운동 폭동설 주장 콘텐츠.
▲ 유튜버 '왕자'의 5·18 민주화운동 폭동설 주장 콘텐츠.
▲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의 임경빈 작가.  5·18 민주화운동 관련 왜곡 콘텐츠를 검증하고 반박하는 내용을 올리자 보수 유튜버측의 대응이 시작됐다.
▲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의 임경빈 작가. 5·18 민주화운동 관련 왜곡 콘텐츠를 검증하고 반박하는 내용을 올리자 보수 유튜버측의 대응이 시작됐다.

그러나 오히려 경고를 받은 건 헬마우스였다. 하헌기 PD는 “해당 방송은 콘텐츠로 올린 게 아니라 라이브 영상이었다. 라이브 영상은 따로 업로드를 하지 않으면 흔적이 남지 않는다. 우리도 제보를 받아서 알게 됐고, 이 같은 협박 사실을 알리려고 그 내용을 올렸는데 당사자가 저작귄 위반이라고 신고해 우리가 경고를 받았다”고 했다.

문제를 지적하려고 올린 영상 때문에 오히려 헬마우스가 경고를 받은 것이다. 유튜브가 저작권 위반 규제가 까다로운 점을 이용해 특정 유튜버에 비판적인 영상이 기존 영상을 인용해 제작될 경우 저작권 위반 신고 조치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다. 

헬마우스측은 생각모듬찌개측 협박 영상에 법적 대응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정작 유튜브에는 신고할 수 없었다. 하헌기 PD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 신고는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만 할 수 있고 라이브 방송에 대해서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 끝난 다음에는 신고를 할 수 없다. 라이브 방송이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되는 건 아니지만 종료된 후에는 기록이 남지 않기에 유튜브의 심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헬마우스가 관련 문제로 구글코리아 파트너십 담당자와 주고 받은 메시지 내역을 보면 구글코리아의 대응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헬마우스측이 “유튜브 차원의 조치를 부탁 드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묻자 구글코리아측은 라이브 콘텐츠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신고를 하면 정책팀에서 판단한다고 답했다. 이어 헬마우스측이 “라이브를 통해 강간과 살인 같은 협박을 했는데 동영상으로 게시되지 않았다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문제가 없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구글코리아측은 “잘 어필하여 문제에 대한 해당 채널의 신고를 진행해보시기 바란다”고 했다. 라이브 방송 신고 방식을 여러차례 물었으나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한 것이다.

▲ 헬마우스측이 구글코리아 관계자와 주고 받은 메시지.
▲ 헬마우스측이 구글코리아 관계자와 주고 받은 메시지.

헬마우스는 라이브 방송이 심의 사각지대인 문제가 단순히 이번 일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임경빈 작가는 “생각모듬찌개, 왕자 등 이런 유형의 극우 유튜버들은 라이브 의존형이다. 광고를 부착해서 수익창출을 하는 게 노란딱지(문제적 콘텐츠에 대한 수익제한조치) 규제로 불가능해지니 라이브로 인한 슈퍼챗 수입(실시간 후원)에 매달리게 되는 상황이다. 유튜브에서 이 문제를 방치하면 이들이 (구독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극단적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라고 했다.

하헌기 PD는 “검열을 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플랫폼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 있는데, 최소한 실정법을 어기는 정도의 표현에는 유튜브가 대응해야 하지 않겠나. 누군가를 협박하고 이를 통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콘텐츠에 대해서는 플랫폼에서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유튜브가 모든 라이브 콘텐츠를 심의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한 신고와 대응 체계가 개선될 필요는 있다. 미디어오늘은 이 문제와 관련 구글코리아에 답변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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