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5회 현충일 대전현충원을 찾아 독립운동가와 호국영령을 추모했다. 특히 현충일하면 늘 6·25 전쟁 희생자 위주의 행사였던 것과 달리 안중근 홍범도 김좌진 등 독립군의 정신의 가치를 강조하고 그 후손들도 초청해 현충일의 외연을 넓혔다.

문 대통령은 6일 오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65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독립투사들을 먼저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전두환이 쓴 대전현충원의 현판을 안중근 의사의 글씨체로 교체하게 된 점을 들어 “안중근 의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글씨는 ‘위국헌신 군인본분’이었다”며 “광복군을 거쳐 지금의 우리 군까지 이어지고 있는 군인정신의 사표”라고 해석했다. 올해가 안중근 의사 순국 110주년이라는 점도 떠올리면서 대통령은 “대한의 자유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해 당당히 죽음을 맞이한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뜻이 모든 애국 영령들과 함께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6월7일인 내일은 봉오동전투 전승 100주년 기념일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100년 전인 1920년 6월7일, 홍범도·최진동 장군이 이끈 독립군 연합부대가 봉오동에서 ‘독립전쟁 첫 번째 대승리’를 거뒀고, 10월에는 김좌진·홍범도 장군이 주축이 된 연합부대가 ‘청산리대첩’이라는 독립전쟁 사상 최고의 승리를 이뤘다고 말했다. 194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창설한 광복군의 뿌리가 독립군이었고, 2018년 국방부는 독립군과 광복군을 국군의 기원으로 공식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 등 주요 간부들은 대부분 일본 육사나 심지어 독립군을 토벌하던 간도특설대(신현준, 김백기, 백선엽 등) 출신 장교들이 해왔다. 대통령까지 지낸 박정희 역시 다카키 마사오라는 일본 이름으로 충성혈서를 쓰고 만주 신경군관학교에 입학했고, 일본 육사에서도 항일투쟁을 진압하는 일본군으로 활동했다. 이제와서 독립군을 우리 군의 정신이라고 받드는 것 못지 않게 친일 군벌이 우리 군인맥을 장악했다는 실상도 분명히 명확히 기록하고 알릴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다만 해방 후 많은 독립군, 광복군이 국군이 됐다면서 독립군을 우리 남한군과 연결했다. 그는 “독립정신을 호국정신으로 계승하여 6·25전쟁에 참전했다”며 광복군 참모장 김홍일 장군이 ‘한강 방어선 전투’를 지휘하며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하고, 반격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광복군 유격대장 장철부 중령은 기병대 대장으로 활약했고,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의 외손녀 이현원 중위는 국군간호사관학교 1기생으로 1953년 3월 임관해 참전했다. 특히 이현원 장교의 경우 오랜 시간 공훈을 알리지 않다 2017년 9월, 러시아 동포 간담회에서 보고 오늘 국가유공자 증서를 드리게 돼 기쁘다고 되어 매우 기쁘다고 했다. 이밖에도 독립군의 딸, 故오금손 대위는 6·25전쟁 때 ‘백골부대’ 간호장교로 복무했는데 전역 후엔 오지의 환자들과 가난한 독립운동가들을 돌봤다.

지난 3월3일,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졸업생 75명은 임관과 함께 코로나 방역과 환자치료를 위해 대구로 갔다. 현충일 경례문을 낭독한 이혜민 소위는 그날 임관식에서 “6·25 참전용사인 할아버지를 본받아, 국민과 군을 위해 목숨 바칠 각오로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1951년 7월 강원도 양구 전투에서 전사한 故임춘수 소령의 경우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 깊이 딸의 돌사진과 부치지 못한 편지를 품고 있었다. 이날 그 딸인 임욱자씨가 70년 만에 아버지에게 보내는 답장을 낭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편지들은 6·25전쟁이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에 닿아 있는, 살아 있는 역사임을 증명한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65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KTV 영상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65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KTV 영상 갈무리

 

이렇게 지켜낸 대한민국을 두고 문 대통령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조국’, ‘우리 모두의 나라’가 됐다며 “평화는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이며, 두 번 다시 전쟁이 없는 평화의 한반도를 만드는 것은 국민이 부여한 국가의 책무”라며 “정부는 평화를 지키고 만들기 위해 더욱 강한 국방, 더욱 튼튼한 안보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가유공자 훈장과 증서를 받지 못한 5만6000여명의 유공자와 유가족을 찾아 무공훈장과 국가유공자 증서를 전해드리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지금까지 모두 5000여명의 유공자를 찾아 생존 유공자들에 훈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해발굴 사업도 계속해나가겠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예순일곱 구로 추정되는 유해를 추가 발굴했다고 밝혔다. 발굴한 호국용사 신원확인에는 유가족들의 유전자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적극 참여를 당부드린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보훈이야말로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일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해 생명까지 바칠 수 있는 애국심의 원천”이라며 “독립과 호국이 오늘 우리가 누리는 대한민국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라를 지켜낸 긍지가 민주주의로 부활했고, 가족과 이웃을 위해 희생한 수많은 의인을 낳았다고 밝혔다. 그는 “독립·호국·민주 영령들은 각자 시대가 요구하는 애국을 실천했고, 새로운 시대정신과 역동적인 역사의 물결을 만들어냈다”며 “우리의 애국은 오늘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며 상생 협력의 길을 넓히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독립 호국영령들을 “누군가의 아들과 딸이었으며, 아버지였고 어머니였던 평범한 이웃들이 우리의 오늘을 만든 애국 영령들”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65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KTV 영상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65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KTV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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