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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폭동? 정의 향한 분노 폭발!
미국 폭동? 정의 향한 분노 폭발!
[ 기고 ]

“여러분은, 자유를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사실을 적들에게 알림으로써 자유를 얻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만이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그런 태도를 취하면 저들은 여러분에게 ‘미친 흑인’이라는 딱지를 붙일 것입니다. 아니 ‘미친 깜둥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 아니 극단주의자나 전복세력, 선동분자, 빨갱이, 급진파라고 부를 것입니다.”(맬컴 X)

흑인해방 운동의 투사였던 맬컴 X는 ‘국가 폭력에 맞선 자기방어는 폭력이 아니라 지성’이라고 했다. 마틴 루터 킹은 ‘폭동’을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던 사람들의 목소리”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폭력과 약탈’만을 부각해서 호들갑 떠는 미국(그리고 한국도) 주류언론들을 보면서 한 랩퍼가 말한 것은 지금 거리에 나선 흑인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 대변하는 것 같다. ‘드디어! 드디어! 저 개자식들이 우리 말을 듣고 있어’

▲ 맬컴 X (Malcolm X). 사진=위키피디아
▲ 맬컴 X (Malcolm X). 사진=위키피디아

억압받고 착취받는 사람들이 분노와 불만을 표현하는 방식은 역사적으로 다양했다. 청원, 소송, 선거, 직접행동, 시민불복종, 집회, 행진, 파업, 그리고 폭동. 물론 지금 투쟁의 주된 양상은 평화 시위와 행진인데 주류언론이 선정적, 의도적으로 ‘폭력과 약탈’만을 부각하고 있다는 말은 타당하다. 또 시위대 속에서 서로를 돕고 위하는 감동적인 장면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데, 백인 극우단체들이 일부러 폭력과 약탈을 저지르면서 카오스를 조장하려고 한다는 소식도 일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폭력은 잘못이다’는 관점에서, 지금 투쟁이 파괴적 방식과 격한 충돌로 나타나는 이유를 ‘모종의 음모와 수상한 배후’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는 항상 폭력에 대해서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 였는지와 선후관계를 살펴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흑인들의 ‘폭동’과 시위대의 ‘약탈’이 있기 전에, 트럼프와 기득권 세력의 ‘약탈’과 경찰들의 ‘폭동’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00명의 억만장자들이 미국 인구 하위 60%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는 게 트럼프의 미국이다. 코로나 재앙 속에 4명 중 1명이 실업자가 됐고, 세입자의 3분의 1은 집세를 낼 수 없는 처지이고, 푸드뱅크 앞에 줄 선 사람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 모든 게 소수인종이나 미등록 이주민들에게는 몇 배로 힘겨운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조직 플로이드가 숨막혀 죽은 것이고, 그는 경찰 폭력으로 매해 1000여 명씩 죽어가는 희생자 중에 하나였을 뿐이다. “제발, 제발, 제발, 숨을 쉴 수 없다. 배가 아프다. 목이 아프다. 온 몸이 아프다.”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무릎에 깔려서 지른 비명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부르다가 숨졌다.

추모와 항의에 나선 사람들이 직면한 것도 경찰 폭력이다. 최루탄, 고무탄, 섬광 수류탄이 발사됐고 경찰차로 시위대를 밀어버렸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 보호장비들은 비축하고 있지 않았지만, 최루탄과 고무총탄은 충분히 비축해 두고 있었다는 것이, 감염병 극복이 아니라 시위대 진압만 준비해 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러니 과연 지금 ‘약탈, 폭동’이라며 흑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경찰 폭력으로 흑인들이 계속 죽어나갈 때, 흑인을 죽인 경찰들이 제대로 기소나 처벌도 안될 때, 코로나 사망자의 압도 다수가 흑인으로 드러날 때, 강도로 오해받을까봐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흑인들이 많을 때, 오바마도 그런 현실을 바꾸지 못했을 때, 백인 우월주의자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그 인종주의자가 맨날 트위터로 가짜뉴스나 올리고 있을 때,.. 이럴 때 과연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 놀라운 것은 가난한 흑인들의 분노의 크기가 아니다. 그들이 어떻게 이토록 오랫동안 참아왔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약탈’은 가난한 흑인들이 아니라 트럼프, 부동산 재벌들, 억만장자, 다국적 자본, 민간병원과 보험회사 등이 저질러 왔고, 지금도 저지르고 있다. 이들을 보호해 온 트럼프와 경찰이 지금 흑인들을 ‘약탈’, ‘폭동’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 지난 6월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니온스퀘어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6월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니온스퀘어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지금 트럼프는 이 투쟁에 대한 폭력 진압을 주도할뿐 아니라 폭력적 충돌을 더욱 부추기면서 군대 투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또 ‘외부세력 개입’론을 펴면서 ‘안티파’와 무정부주의자 등을 비난하며 ‘테러단체로 지정해서 불법화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안티파(ANTIFA)가 폭력과 약탈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전형적인 마녀사냥이다.

‘안티파’는 현재 미국에서 하나의 단일한 조직도 아니고, 느슨한 대중적 경향과 분위기이다. 그리고 안티파가 이처럼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 이유가 궁금하면 트럼프를 보면 된다. 대통령이 백인우월적 인종주의자이고 파시스트적 선동을 하고 있으니 반(ANTI)파시즘 경향이 호소력을 얻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과도하게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안티파는 문제가 많고 어느 정도 조치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선을 긋고 거리를 두는 것처럼 큰 실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진짜 위험한 테러단체는 바로 트럼프 행정부이고, 트럼프의 주요 지지그룹인 대안우파, 네오나치, KKK 등이다. ‘깡패국가’에 대한 국제적 제재가 정당하다면 지금 제재 받아야 할 것은 바로 코로나 사망자 10만명을 낳고도 경찰폭력에 매달리는 트럼프 정부다.

결국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은 하나의 방아쇠였을 뿐이다. 모든 소식들은 지금 미국 전역의 거리 곳곳에서 다양한 인종과 연령과 성별의 사람들이 비조직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더구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시민의 64%가 이 시위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일부 운송 노동자들은 경찰병력 이송을 거부했고, 페이스북 직원들은 트럼프의 헛소리들을 규제하자며 ‘가상파업’을 했고, 경찰과 군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불거져 나온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폭력/비폭력이 아니다. 이 불의하고 폭력적이고 약탈적인 ‘제국’을 바꾸기 위해서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고 정의로운 수단과 방법이냐가 핵심 문제다. 소수가 앞장서고 나머지는 구경하고 응원하는 게 아니라 다수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가 문제이다. 92년 LA폭동 때처럼 저들의 이간질에 말려들지 말고, 어떻게 하면 지금 등장하는 다인종적 민중 저항을 더욱 더 발전시킬 것인가가 문제이다. ‘폭동’을 넘어서 지속적이고 거대한 연대를 건설하면서 진정한 정치적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금 분노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결국 길을 찾아낼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얼마 전까지 버니 샌더스 선거운동에 앞장섰던 활동가들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그들이 선거운동과 교사파업 연대 속에서 보여 준 의지와 열정은 지금 더욱 더 필요하다. 지금이 훨씬 더 판돈이 큰 싸움이며, 우리가 촛불을 들고 박근혜를 임기 전에 끌어내리면서 ‘다음은 트럼프’라고 했던 말이 현실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에서 너무나 사랑스러운 영혼이었던 흑인 성소수자 푸세 워싱턴의 죽음과 거의 똑같다. 드라마 속에서 푸세를 위한 정의는 실현되지 않았다. 감옥 안에서 벌어진 푸세의 죽음에 분노한 친구들은 교도소 폭동까지 벌였지만 결국 진압 당한다. 푸세의 친구들은 비록 가해자를 처벌하지도 진실을 밝혀내지도 못하지만 ‘푸세 워싱턴 기금’을 만들어서 그 뜻과 기억을 지켜간다.

5년 전에 자넬 모네이 등 미국의 유명 흑인 가수들도 경찰 총격으로 죽어간 수많은 흑인들의 이름을 담은 노래를 함께 부르며 잊지 말자고 했다. 이제 그 명단은 훨씬 더 늘어났다. 죽은 이들을 기억하며 살아있는 우리 모두를 위해 싸워야 할 시간이다. 그들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맬컴X는 ‘나는 앉아있는 사람의 편이 아니라 자유와 평등을 위해 일어서 싸우는 사람의 편’이라고 했다. 지금, 미국의 거리에서 정말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만들 수 있는 희망이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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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6-07 14:46:53
가정하기는 좀 그렇지만, 만약 그대가 기득권(영국 왕가, 귀족)에서 태어났다면 어떤 시점으로 이 시위를 볼까. 난 누차 말하지만, 폭력으로 폭력을 이길 수 없다는 견해다. 과거 간디가 비폭력을 말했듯이, 서로 크게 싸우면 죽는 건 대부분 취약계층이라는 걸 그 당시에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단지 안타까울 뿐이다. 취약계층에서 벗어나는 길은 폭넓은 정치 참여, 복지 인프라 투자와 교육, (법 사각지대)법제화가 먼저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