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위원 : 임의제출된 PC에서 아들 표창장 파일 확인했나?
김정인 기자(SBS 법조팀장) : 아들 상장인지 파악 못했다.
이소영 위원 : 총장 직인을 스크린 캡처했다거나 디지털 캡처했는지 확인했나? 
김정인 기자 : 아니다. 그런 방식 중 하나로 추정했다.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이소영 위원 : 기소하는 데 충분한 물증이 발견됐다고 취재원으로부터 확인한 건 무엇인가? 
김정인 기자 : 위조된 표창장 직인 파일 원본에 해당하는 걸 발견했다고 들었다. (최성해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소영 위원 : 취재원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이, 직인 파일 원본에 해당하는 자료가 임의제출된 컴퓨터에서 확인됐다, 그 내용까지인가? 그 원본이 어떤 것인지 확인 안 됐나? 
김정인 기자 : 총장 직인 파일이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소영 위원 : 그 부분에 대한 건 지금 부인됐다. 정경심 교수는 ‘총장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직인을 직접 가져다 찍음)는 이유로 1차 기소됐다.

이소영 방송통신심의위원과 김정인 SBS 기자가 3일 1시간 넘게 공방을 벌이며 나눈 대화 내용 일부다. 

SBS 기자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구실 PC에서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이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방통심의위 방송소위·위원장 허미숙)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나 ‘총장 직인 파일을 캡처해 그 부분만 오려낼 만한 정 교수 아들 상장 같은 원본 파일’ 등이 있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SBS ‘8뉴스’는 지난해 9월7일 “[단독]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사진=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SBS ‘8뉴스’는 지난해 9월7일 “[단독]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사진=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방통심의위 방송소위는 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지난해 SBS ‘8뉴스’가 방송심의 규정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했다. 심의 결과는 법정제재 ‘주의’였다.

법정제재 ‘주의’는 방송사 재허가 심사 때 감점이 반영되는 중징계다. 방통심의위는 오는 8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심의위원 전원이 출석한 가운데 해당 안건을 재논의한다. 

SBS ‘8뉴스’는 지난해 9월7일 “[단독]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정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사용하던 PC를 임의제출했는데, 검찰이 이 PC에서 동양대 총장 직인을 컴퓨터 사진 파일로 갖고 있었던 게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정 교수의 9차 공판에서 검찰은 동양대 직원 박모씨 증인신문 중 SBS 보도가 정확한 사실이 아니었다고 해 해당 보도는 오보 논란에 휩싸였다. 

SBS는 8개월 만에 입장을 냈다. SBS ‘8뉴스’는 지난달 7일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 논란 계속…당시 상황은?”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당시로써는 ‘총장 직인을 찍는 데에 이용된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파일’ 또는 ‘총장 직인 관련 파일’이 발견됐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었지만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SBS는 표현 문제였다고 설명했지만 지난해 보도의 사실관계 자체가 틀렸다는 비판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정경심씨 9차 공판 과정에서 검찰이 SBS 보도가 정확한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 논란이 일자, SBS ‘8뉴스’는 지난달 7일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 논란 계속…당시 상황은?”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지난해 보도 취재 경위를 밝혔다. 사진=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최근 정경심씨 9차 공판 과정에서 검찰이 SBS 보도가 정확한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 논란이 일자, SBS ‘8뉴스’는 지난달 7일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 논란 계속…당시 상황은?”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지난해 보도 취재 경위를 밝혔다. 사진=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이날 의견진술자로 김우식 SBS 보도본부 사회에디터와 김정인 SBS 사회부 법조팀장, 박상진 SBS 정치팀 기자 등이 출석했다. 김정인 법조팀장은 지난달 7일 해명 리포트를 보도한 당사자로 지난해 문제의 보도를 했던 이현정 기자는 불참했다.

허미숙 위원장은 “지난해 보도 이후 8개월 만에 표현상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총장 직인 파일과 총장 직인 관련 파일은 표현상의 문제가 아니다. 본질적으로 다르다. 예를 들면 ‘김철수’와 ‘김철수와 관련된 사람’은 엄연히 다르다. 전혀 다르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후 이소영 위원과 김정인 법조팀장은 끝없는 공방을 이어갔다. 이 위원이 “‘총장 직인을 컴퓨터 사진 파일로 만들어 갖고 있는 게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금은 이 컴퓨터에 그런 파일이 없던 게 밝혀졌다. 그럼 총장 직인을 파일로 만들기 위한 소재로 이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들 상장 파일이 발견됐다는 것인데, 이런 원자료가 있는 걸 확인했냐”고 묻자, 김 팀장은 “그런 근거가 있어 보도했다. 맞다”고 답했다.

이 위원이 “이런 보도가 나오려면 최소 2가지를 확인했어야 했다. 해당 직인을 디지털 캡처해 위조했다는 행위, 디지털 캡처를 한 원본이 아들의 표창장이라는 사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확인했냐”고 묻자 김 팀장은 “검사한테 받아썼냐고 묻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 위원이 “어떻게 증거를 수집했는지 묻는 것”이라고 말하자 김 팀장은 “사문서 위조 혐의 관련 취재원에게 물었다. 법조 기자들이 기본적으로 검찰을 상대로 취재하고 사건 관계자들을 광범위하게 취재한다”고 답했고 이어 이 위원은 “말을 돌리지 말고, SBS가 어떤 경로로 어떤 팩트 확인을 통해 이런 문장을 만들었냐고 묻는 것이다. 이걸 밝히지 않으면 기사는 사실과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이 “검찰에서는 이 보도에 대해 당시 일반적으로 오보에 대응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이 위원은 “나는 취재 과정을 묻는 건데 검찰이 부인하지 않아 오보가 아니라는 건 답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답답해했다. 이 위원은 “직인 파일이 발견되려면 첫째, 아들 상장이 발견되고 둘째, 아들 상장에 있는 총장 직인 부분을 프린트 캡처해서 위조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이런 확인이 안 됐는데 어떻게 기사를 쓰냐”고 꼬집었고, 김 팀장은 “표창장 위조에 사용된 총장 직인 파일과 관련된 물증이 있다고 취재가 됐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그 물증이 뭐냐.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보도했냐”고 했다.

심의위원 3인(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소위원장, 김재영·이소영 위원)은 법정제재 ‘주의’를, 2인(미래통합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주장했다. 

김재영 위원은 “기자는 전문 직업인이다. 중요한 사실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일을 한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퍼 나르는 사람이 아니다. 언론은 취재원이 말한 사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진위를 최대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미숙 소위원장도 “정경심 교수가 사문서 위조죄로 기소된 만큼 총장 명의 직인을 어떤 방식으로 날인했는지는 사안의 핵심이다. SBS가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을 거치지 않고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뒤 “좀 더 신중해야 했다”고 조언했다. 

이소영 위원도 “이 보도는 조국 사태 시발점이었다. 검찰과 언론의 공생관계에 대한 문제제기도 기억해야 한다. SBS는 취재 과정을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보도 내용을 보면 오보가 명확하다”고 밝힌 뒤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무책임하게 전달하고 있는 건 아닌가. 검찰이 흘리듯 던지면 언론에서 검증 없이 보도하는 행위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취재 경위를 명확히 밝힐 수 없다면 불이익은 해당 언론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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