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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의 진정한 의미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의 진정한 의미
[ 윤형중 칼럼 ]

지난달 6일에 최종 보고서가 공개된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복지와 고용의 관계 뿐 아니라 우리의 공론장을 진단할 수 있는 좋은 의제다. 

일단 기본소득과 고용의 관계부터 살펴보자. 어려운 이론이 필요 없다. 자신의 경우부터 상상해 보면 된다. 정부로부터 정기적으로 아무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의 현금이 주어진다면 지금보다 일을 더 할 것인가, 아니면 덜 할 것인가. 일의 양을 스스로 정하기 힘든 사람에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할 것인지, 아니면 그만둘 것인지를 상상해도 좋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대개 일을 ‘더 할지’보단 ‘덜 할지’ 혹은 ‘그만둘 것인지’일 가능성이 높다. 많은 이들에겐 일을 하는 중요한 목적은 ‘소득’이기 때문이다. 

▲ 핀란드 국기. 사진=gettyimagesbank
▲ 핀란드 국기. 사진=gettyimagesbank

그런데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이전보다 일을 더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한계 세율이 거의 100%였던 복지 정책의 수급자들이다. 만일 1인당 52만 원의 생계급여를 받는 기초생활보장대상자가 동일한 52만 원의 기본소득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 수급자가 일을 해서 한 달에 10만 원을 벌게 되면 기존의 생계급여는 소득인정액 10만 원을 감액한 42만 원이 되지만, 기본소득은 여전히 52만 원이 지급된다. 따라서 기본소득에 근로소득이 더해져 이 수급자의 가처분 소득은 62만 원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이전보다 더 일할 유인이 생기는 셈이다. 

그렇다면 가상의 상황을 하나 가정해보자. 한국 정부가 생계급여 수급자 중에서 2천 명을 골라 기본소득을 주는 실험을 2년간 진행하고, 그 결과로 2천 명 중 대부분이 이전보다 일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이 결과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되고, 해외의 한 국가에선 대대적으로 ‘기본소득 실험이 성공했다’고 보도된다. 그 국가에선 전국민 기본소득 논의가 급물살을 탄다. 만일 해외에서 이런 소식이 전해진다면 실험을 진행한 국가의 정책 결정자들은 상당히 씁쓸해하지 않을까.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공론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예비 결과 발표 때부터 한국의 언론들은 대부분 이 실험을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단순히 실패와 성공을 따질 게 아니라, 실험의 목적과 맥락을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다. 이 실험의 목적은 복지의 효율화와 근로유인 증진을 위한 정책 실험이었고, 중요한 실험 조건은 기존의 실업급여와 거의 같은 금액의 기본소득이 지급됐다는 점이다. 실업급여는 근로소득에 따라 삭감되지만, 기본소득은 어떠한 경우에도 감액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차이다. 

사실 이 실험의 결과는 단순하다. 지난해 2월 발표된 예비 결과나 올해 5월 발표된 최종 결과 모두 실업급여 대비 기본소득의 고용 효과는 미미했다. 예비 결과에선 기본소득 수급 집단의 연간 평균 노동일수가 49.64일로 기존의 실업급여 수급 집단의 49.25일보다 약간 많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었다. 올해 결과 발표에서는 이 연간 노동일수의 차이가 6.34일로 더 커졌지만, 이 역시 당초 실험을 진행할 때 기대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실험을 진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도 있었다. 핀란드 정부는 2018년 1월1일부터 구직 활동 여부를 입증하지 않으면 실업급여 일부를 삭감하는 정책을 시행했고, 이 정책은 실업급여 수급자의 노동일수를 늘리거나 다른 복지의 수혜를 위해 비슷한 행동을 유도한 기본소득 수급자 양쪽에 영향을 미쳤다. 고용효과와는 달리 기본소득 수급자의 삶의 만족도는 실업급여 수급자보다 높았다.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의 진정한 의미는 각국마다 기본소득이 논의되는 배경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는 데에 있다. 핀란드가 실업급여 수급자를 대상으로 기본소득 지급 실험을 실시한 배경은 기존 복지를 효율화하는 차원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핀란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다. 2018년 기준으로 핀란드는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사회지출의 비중이 28.7%로 OECD 국가들 가운데 3번째로 높고, 한국은 이 비중이 11.1%에 불과하다. 사회보장기여금을 합한 총조세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7%로 OECD 국가들 가운데 5번째고, 한국은 이 비중이 28.4%다. 이 실험은 중도 우파 연립정권이던 스삘라 정부가 기존 복지를 줄이고 근로유인을 높이고자 기획된 것이었다. 국제 비교를 통해 보면 한국은 복지를 확충해야 하는 국가로 핀란드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 화폐. 사진=gettyimagesbank
▲ 화폐. 사진=gettyimagesbank

기본소득은 찬반 논쟁을 넘어 ‘무엇을 위한 기본소득인지’, ‘어떤 기본소득인지’,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 등의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기본소득 뿐 아니라 공론장의 많은 의제들도 마찬가지다. 조국 전 장관 논란, 윤미향 전 정의기역연대 대표 등의 논란에서도 한쪽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고 일면만을 보여주는 기사들이 다수였다. 부분적 사실을 전달하기 보단 풍부한 맥락을 보여주는 기사들이 필요한 영역은 기본소득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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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6-06 18:55:18
최저임금상승을 가장 크게 반대하는 세력이 누구일까. 첫째는 경영계다. 하지만 둘째는 투잡(빚, 더 좋은 집)과 일용직(공부와 돈을 함께 벌고 싶은 욕심) 노동자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경력직을 쓰고, 일용직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이유다. 잠깐만 노동자끼리 공조하면 다 좋은데, 각자가 탐욕을 부리는 게 최저임금이다. 기본소득도 경영계만 반대하는 게 절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최저임금 다툼을 보며 어느 정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