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재학 PD 사망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청주방송 사측 위원들이 회의 도중 전원 퇴장했다. 이들이 보고서 내용에 이견을 보인 만큼 향후 개선안 이행 과정에서 책임을 미루기 위함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었다. 진상조사보고서 및 권고안과 이행요구 최종안을 결정하는 자리였다. 당초 지난달 8일 회의를 열었으나 재검토 요구가 계속 제기돼 한 달가량이 더 걸렸다.

그런데 회의 도중 청주방송 사측위원이 전원 퇴장했다. 1시간여 회의를 진행하고 10여분 쉬는 사이에 김종기 청주방송 보도국장과 황현구 기획제작국장이 다른 위원들에게 이유를 밝히지 않고 회의장을 나갔다. 이들은 회의 중 진상조사 일부 결과에 이견을 보였고 결과 보고서 공개도 반대해왔다.

사측은 최종 보고서 확정 전 선행돼야 할 유족과의 합의안도 준비하지 않았다. 청주방송은 이재학 PD 명예회복과 보상, 회사의 책임 소재 확인 등을 유족과 별도 합의하고 보고서 확정 전 이를 마무리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청주방송은 마지막 전체회의 때까지 구체적 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진상조사위는 회의를 재개해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를 통과시켰다. 다만 회사와 유족 간 합의가 되지 않아 최종 보고서 확정은 미뤄졌다. 회사와 유족의 합의를 포함해 보고서 발표 시기 등 세부적 조율이 필요한 사항은 회사·유족·언론노조·시민사회대책위(청주방송 이재학 PD대책위)가 모이는 4자 대표자 회의에서 논의한다.

▲ 고(故) 이재학 PD 명함.
▲ 고(故) 이재학 PD 명함.
▲ 고(故) 이재학 PD가 연출했던 ‘아름다운 충북’ 갈무리
▲ 고(故) 이재학 PD가 연출했던 ‘아름다운 충북’ 갈무리

결과 보고서는 이재학 PD의 노동자성과 사망 경위를 조사한 부분과 청주방송 내 비정규직의 노동조건 전반을 조사한 부분으로 나뉜다. 이 PD 사망 경위 부분에는 청주방송 관계자들이 이 PD의 근로자지위확인 1심 소송에서 행사한 위법·부당행위가 담길 예정이다. 이 PD는 사망 전 청주방송 간부들이 허위 진술을 하고 자신을 도운 직원들을 회유·협박했다는 증언을 남겼다.

유족 측은 이 같은 상황에 크게 분노했다. 이 PD 동생 이대로씨는 “지금까지 진상조사를 시작하기 위해 사측과 어렵게 합의했고, 시작부터 무례했던 사측의 무리한 요구들을 어렵게 양보하고 받아들였다”며 “유족 입장에서는 가슴에 피멍이 들면서까지 사건 진상을 밝히기 위해 참고 또 참아 여기까지 왔다. 눈앞에선 연기하고 뒤로는 칼을 꽂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오전의 최종회의 전까지만 해도 사실로 밝혀진 대부분을 인정한다면서도 갑자기 반나절 만에 입장을 바꿨다”며 “청주방송 내 실질적 의사결정권자인 사주 이두영 이사회장이 모든 걸 보고받고 지시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미디어오늘은 1~2일 청주방송 사측위원에 연락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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