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개혁의 ‘청사진’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방송개혁위원회가 실행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주요 의제에 대한 입장을 확정, 발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첫 결과물은 지난 14일 발표된 방송개혁의 기본 방향과 방송규제기구의 위상 정립 방안. 총론격인 방송개혁의 기본 방향은 ‘방송의 독립성 확보’, ‘방송의 공익성 강화’ 등 모두 10개 항목으로 정리됐다.

방송규제기구로 신설될 방송위원회는 행정부처로부터 독립된 독립규제위원회의 성격을 갖되, 조직 형태는 실정법을 감안해 ‘합의제 행정기구’로 했다.

방송개혁위원회는 또 지난 15, 16일 이틀 동안 실행위원회 워크숍를 갖고 각 분과별로 주요 의제와 관련한 논의를 계속했다. 일부 의제에 대해선 합의가 이뤄졌으나 또 다른 의제에 대해선 팽팽한 견해 차이를 나타내기도 했다.

각 분과별로, 또한 의제별로 논의의 진척 정도는 차이가 있지만 쟁점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계획한 일정대로라면 방송개혁위원회는 이번 실행위원회의 워크숍 결과를 토대로 21일까지 1차 보고서를 작성하고 26일엔 공청회를 갖는다.

첫번째 ‘품평회’를 치르는 셈이다.
그동안 방송개혁위원회의 실행위원회 각분과에서 논의된 주요 의제와 관련한 쟁점을 정리했다.

1분과(제도)

방송위 위원구성 등
추후검토사항으로


방송개혁위원회가 방송위원회의 위상과 권한 등에 대해 결론을 도출했다고는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로 확대할 것인가의 문제와 방송위원회 위원 구성 방안 등의 쟁점은 ‘추후 검토 사항’으로 남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로 확대하는 문제는 통신 영역까지 포괄함으로써 권한이나 기능이 확대 강화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조기 도입론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방송 노조와 언론단체들은 방송통신위원회로 확대하되,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송의 독립성 확보라는 방송 개혁의 중심 목표를 실현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로 확대할 경우 위상을 확실히 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문제는 또한 정부 조직 개편 문제가 연관돼 있는 만큼 조급하게 논의할 과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방송위원회 위원 구성 문제는 명목상으론 한나라당의 방송개혁위원회 불참을 이유로 ‘추후 검토 사항’이 됐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쟁점이다. 위원수와 추천 방법 등과 관련해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각각 7명씩 추천하자는 정부 여당에 맞서 한나라당은 위원수를 9명으로 줄이고 대통령이 3명, 국회에서 6명씩 추천하자는 주장이다.

방송위원회가 정부에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방송 노조 등의 견해도 또 다르다. 이와 관련해 방송개혁위원회 일각에선 최근 ‘제3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성권 보장 방안 역시 견해 차이가 뚜렷히 나타나고 있는 쟁점 가운데 하나다. 크게 세가지 방안으로 나뉜다. 하나는 방송사내에 경영진과 취재 및 제작의 종사자가 동수로 참여하는 편성위원회와 편성 규약을 명문화하자는 방송 노조와 언론단체의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편성규약만을 명문화하자는 주장이다. 이밖에 편성위원회와 편성규약을 대통령령으로 명문화하자는 입장도 있다.

시청자 주권 확보 방안 가운데서는 시청자위원회의 권한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가 쟁점이다. 시청자위원회의 권한 강화가 방송사에 대한 편성권 침해와 겹치기 규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시청자위원회가 방송위원회에 시청자불만처리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중복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2분과(발전)1소위원회(중장기과제)

이해관계 첨예대결
견해차 확인 수준


쟁점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드세게 울려나왔다.
당연히 합의안 보다는 다수, 소수안으로 견해의 차이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논의가 마무리된 의제가 많았다.

첫번째 의제인 방송 재정구조 개선 방안과 관련된 논의에선 광고 제도 문제부터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현행과 같이 시간별로 규제하되 광고시장 가격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다수안’으로 나왔다.

‘소수안’은 광고를 총량으로 규제하고 광고 단가에는 제한적으로나마 시장 가격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 중간 광고의 경우 프로그램의 길이와 시간대, 내용 등을 감안해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와 현행처럼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각각 다수안과 소수안으로 나왔다.

광고 심의 문제는 공적 성격의 민간 자율기구에서 사전 규제하고 방송위원회에서 사후 규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다수안과 방송위원회가 위탁한 자율기구에서 사전 규제만하자는 소수안이 제기됐다.

방송발전기금의 용도와 관련해선 현행보다는 제한되고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으나 각론에서 나뉘었다. 방송 광고발전 뿐 아니라 문화예술 사업과 방송의 공공성을 제고하는 데 방송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의결한 사업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견해와 분야를 방송과 광고발전 지원으로 제한하고 영역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세번째 의제인 위성방송 정책에서는 도입과 실시 시기 문제를 두고 위성방송 도입을 위한 법은 제정하되, 사업자 허가는 당분간 유보하는 견해와 조속히 법적 근거를 마련해 조기에 실시하자는 견해로 갈라졌다. 위성방송 채널 운용 규모와 범위 문제에선 시장 자율에 맡기되 방송위원회에서 가이드 라인을 정해야 한다는 다수안과 방송위원회에서 채널 장르와 채널 수를 모두 결정해야 한다는 소수안이 나왔다.

외국 위성을 이용한 사업에 대한 인허가와 등록 방안으로는 방송위원회가 문화부와 정통부의 협의를 거쳐 승인하는 게 다수안으로 나왔다. 국내 위성을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와 효율성을 고려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2분과(발전)2소위원회(단기과제)

1차 공청회 이후
의제 등 구체적 논의


쟁점 논의는 아직 탐색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의제에 대한 실행위원 각자의 의견을 공유하는 정도이다. 그 만큼 민감한 쟁점들이 많다는 얘기다.

한 실행위원은 “1차 공청회가 끝난 이후부터 주요 의제와 쟁점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견되는 쟁점으로는 지역 민방의 방송권역 확대 문제와 각 지상파 방송의 위상 정립 문제, 외주제작비율 등을 꼽을 수 있다.

지역 민방의 방송 권역 조정 방안 가운데선 인천 방송의 권역 확대 요구를 서울 방송의 입장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산 방송과 울산 방송의 갈등 사례에서 보듯 전파월경 문제도 논란이 예상된다. 지역 민방의 방송 권역 확대에 따른 수신료 조정 문제도 쟁점이다.

종합유선방송과 중계유선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중계유선의 종합유선 자격 취득 절차와 종합유선방송의 전송망 확보를 위한 유예기간 등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방송영상산업의 발전을 위해 외주제작 비율을 점차 늘려 나가야 한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이지만 그 절차와 방법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외주 비율 확대에 앞서 방송 인프라 구축 등 프로그램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외주 비율 확대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지상파 방송의 위상 정립과 관련해선 KBS의 수신료 인상 문제와 EBS 공사화에 따른 수신료 배분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MBC 위상과 관련해선 민영화론이 돌출 변수로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방의 중간 광고 문제와 관련해선 불허해야 한다는 게 다수 의견으로 1소위와 대조를 이룬다. 조정이 필요한 대목이다.

3분과(기술)

디지털방송 2001년 실시
선결과제 등 논란


핵심 쟁점은 디지털 방송 실시 시기와 송신 기능 효율화 문제이다.
디지털 TV의 방송 실시 시기와 관련해선 본 방송을 2001년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지만, 선결 조건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 기술 수준과 방송사 제작여건, 그리고 재원조달 방안 등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전제돼야 본 방송 실시 시기를 최종 결정할 수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방송의 재원 마련 방안은 광고 시장 자율화 문제 등 실행위원회의 다른 분과에서 논의되고 있는 쟁점과 복잡하게 얽혀있어 의견 조정이 불가피하다. 재원 문제는 또한 SDTV와 HDTV 가운데 어떤 방식을 결정하느냐에 따라 전환 비용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디지털 방송 장비나 방식 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 방송이 실시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따라서 상당 기간의 시험 방송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투자 손실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업계쪽에선 조기 실시론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송신 기능 효율화와 관련해선 방송사의 ‘고지시설 공용 협정’ 강화 방안과 송신 전담회사 설립 방안으로 갈려졌으나 점차 방송사간 공용 협정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추세다. 방송사들이 보유한 기존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현실론이다. 송신 전담회사를 설립할 경우 추가 비용 부담 요인이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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