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신문인 부산일보가 다수의 기업 대표로 독자위원회를 구성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일보(대표이사 사장 김진수)와 부산일보 독자위는 지난 26일 부산 수영구 수정궁 5층 세미나룸에서 ‘제3기 부산일보 독자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출범식에는 독자위원들과 부산일보 임직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출범식 이틀 뒤 부산일보는 28일자 19면에 이 소식을 보도했다. 부산일보는 “언론 사명 충실하도록 옴부즈맨 역할 최선 다할 것”이라는 제목으로 3기 독자 위원 25명 명단을 밝혔다.

▲지난 28일자 부산일보 19면.
▲지난 28일자 부산일보 19면.

독자위원 25명 가운데 16명이 기업 대표였다. 독자위원장인 박병대 송월(주) 회장을 포함해 강동석 ㈜동진기공 회장, 양재생 은산해운항공(주) 회장, 조시영 ㈜명진TSR 대표, 강영복 해인산업(주) 대표, 김명성 스타우프코리아(유) 대표, 김명철 ㈜세진튜브텍 대표, 구태환 ㈜세지솔로텍 대표, 김은수 ㈜동일스위트 대표, 류상훈 ㈜모든 대표, 문용훈 대성해운(주) 대표, 신홍주 성호해운(주) 대표, 안옹모 중양수산 대표, 이성진 ㈜미화합동 대표,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 조승원 ㈜세화전설 대표 등이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대표 복성경)은 “기업체와 학계, 시민단체, 공연과 전시예술계 등 분야를 늘어놨지만 전체 25명 독자위원 가운데 기업인이 16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독자위원 3명만 여성인 점도 꼬집었다. 여성 위원은 김소연 법률사무소 예주 변호사, 권은화 (사)나빌레라 이사장, 이나영 필라테스 지도자다. 

▲부산일보는 지난달 27일자 1면에 부산일보 3기 독자위원회 출범소식과 명단을 알렸다.
▲부산일보는 지난달 27일자 1면에 부산일보 3기 독자위원회 출범소식과 명단을 알렸다.

부산민언련은 “남성은 22명인데 반해 여성은 단 3명에 불과하다. 직함을 훑어보면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회장, 대표, 총장, 이사장, 상임이사”라고 꼬집은 뒤 “독자권익 보호와 소통 창구라는 독자위 본래 취지를 살리기보다는 소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이들 간의 네트워크에 주력한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부산민언련은 2010년 독자위 구성과 비교해 다양성 지수가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2010년 부산일보 독자위원은 대학강사, 공기업 차장, 자활센터 실장, 지역대학 취업지원관, 학생, 기업 대표이사, 시민단체 중계실장, 주부, 사진예술가, 외국인 등이었다. 

부산민언련은 “2010년 독자위 구성은 여성과 남성 비율이 6:8이었다. 독자들의 다양성 민감도는 10년 전보다 훨씬 향상됐는데 부산일보는 시대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산민언련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역 언론이 위기라고 한다. 떠나가는 독자를 붙잡고 지역 독자를 발굴하는 데 성패가 달렸다고 생각한다. 독자위는 언론사와 독자가 직접 소통하는 대표적 창구다. 그런 점에서 편중된 독자위 구성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한 뒤 “다음 독자위는 구성부터 독자권익과 다양한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길 바란다”고 했다.

▲2010년 부산일보 독자위원회. 사진=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2010년 부산일보 독자위원회. 사진=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복성경 부산민언련 대표는 31일 미디어오늘에 “언론사마다 어려운 경영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기업 CEO들을 시청자 위원회나 독자위원으로 영입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뒤 “독자나 시청자 권익을 대변해야 하는 독자위에 다수의 기업 경영자가 들어가는 건 위원회 취지와 맞지 않는다. 이런 식의 독자위 운영은 상당히 문제”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지부장 전대식)는 부산민언련 비판이 나오기 전 사측에 공문을 통해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일보 단체협약을 보면 독자위는 학계와 법조계, 경제계, 시민단체, 시민, 학생, 외국인 등 각계 인사를 추천받아 구성한다. 

부산일보지부는 지난달 28일 사측에 “사측이 구성한 독자위는 경제계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인사들은 구색 맞추기 용으로 보여 ‘한층 다양한 독자들의 의견을 대변한다’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 뿐 아니라 편집규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일보지부가 수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이다.  

전대식 지부장은 31일 미디어오늘에 “공정보도위 등 내부에서도 이미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시민 단체 지적까지 받는 지경에 이르러 착잡하다”고 토로한 뒤 “안병길 사장 전 시절에는 노조도 독자위원을 추천했다. 하지만 이후 그렇지 못했다. 이번 사장이 바뀌고 나서도 회사가 독자위 구성을 일방 결정하고 사고(회사 광고)를 냈다”고 밝혔다.

김진 부산일보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에 “부산경제가 어렵다고 하니까 경제인을 몇 사람 좀더 넣은 것이다. 민언련에서 그런 것까지 이야기할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기업인들로만 구성된 부산일보 독자위원회 비즈 리더스(B’s Readers)의 연속성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분야별로 부족했던 인원을 충원해 3기 독자위원회로 새롭게 출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협을 위반했다는 노조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독자위에) 문화인도 있다. 법조계도 있다. 시민단체도 있다. 다 있다. 좀더 기업인들이 많을 뿐이다. 의도를 가진 건 아니”라고 설명한 뒤 “부산경제가 많이 안 좋다. 경제·기업인 목소리를 들으려고 한다. 부산은 조선기자재 부품 산업, 자동차 부품 산업이 두 축이다. 이런 쪽 사람들이 이야기해줘야 기사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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