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홀딩스 체제’로 언론계가 시끄럽다.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SBS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주면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9일 SBS에 대한 최다액출자자를 TY홀딩스로 변경해달라는 태영건설 요구를 승인 보류했다. 방통위가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플랜’에 급제동을 건 것이다.

태영건설은 올 6월 안으로 태영건설을 투자 사업 부문의 ‘㈜TY홀딩스’와 건설 전문 사업회사 ‘태영건설’로 분할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방통위의 SBS 지배구조 변경 승인 보류 후인 지난 28일 TY홀딩스의 분할 기일은 6월30일에서 9월1일로 변경됐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언론에 “방통위 심의가 지연되면서 분할 일정을 2개월 정도 뒤로 미룬 것”이라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는 기존 계획은 전혀 변함없다”고 했다.

TY홀딩스가 자회사 관리 역할로서 현 SBS 대주주인 SBS 미디어홀딩스(SBS 지주회사로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SBS 지분 36.92% 소유)를 지배하면 ‘옥상옥’ 지주회사 구조(‘TY홀딩스→SBS미디어홀딩스→SBS’)가 된다. 이 경우 SBS는 자회사 지분 소유 문제 등 각종 법 충돌에 직면하게 된다.

29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만난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TY홀딩스는 윤세영에서 윤석민으로 ‘태영그룹 경영 승계’를 위한 마지막 단계”라며 “철저히 대주주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작업이다. 이 과정에 방송사 지배 주주로서 공적·사회적 책임이나 방송 공공성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윤석민 회장에게 SBS 문제는 종속 변수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왼쪽)이 지난해 5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상파 방송사를 무대로 재벌 금수저들의 범죄를 그대로 따라한 행태에 검찰과 공정거래위의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며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과 SBS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배임 혐의 등)을 예고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왼쪽)이 지난해 5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상파 방송사를 무대로 재벌 금수저들의 범죄를 그대로 따라한 행태에 검찰과 공정거래위의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며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과 SBS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배임 혐의 등)을 예고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TY홀딩스 체제 전환’이 SBS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설명해달라.

“현재 SBS는 태영건설(모기업)의 손자회사다. 지금 SBS는 지주회사(SBS 미디어홀딩스)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특별한 규제가 없다. 공정거래법을 보면 지주회사(TY홀딩스)의 손자회사(SBS)는 증손회사(SBS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일례로 SBS는 광고판매 대행사 SBS 엠앤씨(SBS M&C)를 40% 소유하고 있는데, TY홀딩스 체제에서는 SBS가 SBS 엠앤씨를 100% 소유해야 하나 지분 40% 초과 소유를 금지한 방송광고판매대행법과 충돌한다. SBS가 사업을 확장하고 재원을 단단히 만들어 투자 여력을 확보하며 공공성을 유지하는 데 차질을 줄 것이다.”

- 토종 OTT ‘웨이브’ 지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다.

“지상파 광고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OTT에 직접 판매하는 콘텐츠 수익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웨이브 지분을 SBS가 40% 지배하고 있는데, SK나 KBS, MBC가 SBS에 지분을 매각하겠나? (공정거래법상) ‘100% 지배 의무’가 충족되지 않는 것이다. 이 역시 매각이 불가피하다. 이런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재무구조를 해칠 수 있는 각종 법적 충돌에 휩싸일 전망이다. 올해 초부터 이런 문제를 SBS 경영진에 물어도 ‘잘하겠다’는 말만 했다. 윤 회장도 방통위에서 똑같은 말만 되풀이 했다. 2007년 사회적 합의 하에 만들어진 SBS 미디어홀딩스 체제에서도 대주주(윤세영 명예회장)와 SBS 경영진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비호 아래 SBS 공공성을 내팽개치고 SBS 수익을 밖으로 빼돌렸다. 사회적 합의 하에 만들어진 체제도 그럴진대, 하물며 공공성 확보 방안과 구체적 이행 계획을 전혀 찾을 수 없는 TY홀딩스로의 체제 전환은 오죽하겠나.”

- 건설자본 입장에서 지상파 방송 쓰임이 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데?

“지상파 황금기 때는 창업주가 직접 경영에 참여했고, 이들에게 방송은 사회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좋은 수단이었다. 특히 보도 사유화 효과는 건설자본 입장에서 쏠쏠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 수익성이 떨어지는 시대에 접어들었고 노조의 견제와 감시로 과거처럼 경영이나 보도에 직접 개입하기 어려워졌다. 태영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 SBS 존재가 점차 거추장스러워진 것이다.”

- 방송법은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기업은 지상파 방송사 지분 10%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자본의 여론 독점을 막기 위해서다. 태영건설은 올해 말 10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SBS 매각설’이 나오는 이유인데?

“SBS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부에 ‘태영이 SBS를 설마 팔겠어’라는 인식도 있지만 SBS 매각은 대주주가 고민하는 카드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이 부분에서 윤 회장이 보다 투명하게 설명하면 좋겠다. 매각 생각이 있다면 구성원들에게 미리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SBS 미래가 무엇인지, 소통해보자는 것이다.”

▲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 윤석민 회장과 SBS 노조의 대화는 없나?

“전혀 없다. SBS 미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데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시간만 끌다가 SBS 노사 관계를 다 망쳤다. 윤 회장은 방통위에 출석해 ‘(자산규모가) 10조원이 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이 발언은 더는 돈을 벌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모순이다. 정작 SBS 박정훈 사장은 경영 계획 발표 때마다 ‘돈 벌자’며 수익 구조만 강조한다. 즉, SBS 구성원들은 SBS가 한국사회에서 어떤 역할인지 구체적인 생각과 미래 비전을 대주주나 사장에게 들은 적이 없다. 당장 목도하는 지배구조 변화는 어떤 목적에서 이뤄지는 것인지 아무 설명이 없다.”

- 대기업의 지분 소유 상한이 종편의 경우 30%다. 이 점에서 SBS의 종합편성채널 전환도 거론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경영진과 태영이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 (방송법이 명시한) 소유 지분 문제를 이런 식의 해법으로 푼다?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 당장 종편은 라디오가 없다. 종편 전환 시 SBS 라디오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방송 송출, 기술 인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섣부른 종편으로의 전환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불러올 것이다. SBS 스스로 지상파가 수행해온 사회적 책임을 내팽개치는 결과다. SBS 목에 스스로 칼을 대는 행위다. 종편 설립도 방통위 허가가 필요한 사안이다. 방통위가 이를 허용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노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을 것이다.”

-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 혐의 등으로 윤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건가?

“검찰에 수사 의지가 없는 것 같다. 민영방송에 만연한 ‘일감 몰아주기’ 행태는 근절해야 한다. 노조 차원에서 다시 들여다볼 사안이지만 대주주도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TV조선이 사주 아들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당국이 방송 대주주에 대한 자격 심사를 엄격히 따져야 한다. 방송에 투자하지 않고 돈만 뽑아가는 자본 행태를 견제해야 한다. 태영 역시 1990년 SBS 설립 이래 제대로 투자한 적 없다.”

- 올 연말 SBS 재허가 심사에 TY홀딩스 이슈가 영향을 줄까?

“방통위가 사전 승인을 불허했는데 그래도 진행하겠다고 하면 그 자체로 연말 재허가 심사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만약 이번에 조건을 걸어 승인한대도 연말 재허가 국면에서 그 조건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따질 것이다. SBS를 둘러싼 문제와 논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대주주(윤석민 회장)에 있다. 지배구조 문제에 SBS 사장은 발언권이 전혀 없다. 대주주 이해를 방어하는 데 급급했을 뿐이다. 윤석민 회장이 이제는 책임 있게 구성원 앞에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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