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안부’ 단체와 관련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 틈을 타 일각에서는 역사 왜곡을 하려고도 한다. 이럴 때 역사의 진실을 찾는 작업이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역사적 진실의 실체를 찾아야 한다.”

KBS가 지난 28일 단독 공개한 ‘만삭의 위안부’ 영상을 김형석 KBS PD와 함께 발굴한 김정아 영상 리서처의 말이다. 

KBS ‘다큐 인사이트’ 김형석 PD와 김정아 영상 리서처는 이날 KBS ‘뉴스9’을 통해 ‘만삭의 위안부’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2차대전 막바지에 구출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모습이 담겼다. 1944년 9월 일본군 진지가 함락되는 날 중국 윈난성 쑹산에서 미‧중 연합군에 의해 구출된 위안부 피해자가 ‘만세’를 외치는 영상이다. ‘만세’를 외치는 만삭의 여성은 위안부 피해자인 고 박영심씨다. 박씨는 2006년 평양에서 숨을 거뒀다. 

지난 2017년 서울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발견한 18초 영상에 이어 KBS가 두 번째로 또 다른 영상을 발굴했다.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KBS 측은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참상을 한눈에 보여준 대표 사진이었던 고 박영심 할머니의 생전 모습이 영상으로 재확인됐다는 측면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며 “해당 영상은 조선인들이 자발적으로 위안부에 참여했다는 일본 학계 주장을 반박하는 데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할 중요 사료”라고 의미를 짚었다. 

김형석 PD는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국 전쟁 관련 한국사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해외 각국에서 영상들을 수집했다”며 “3월 초 한국으로 돌아와 자료들을 풀어보니 9000여개의 파일이 있었다. 김정아 리서처와 그것들을 함께 보는 과정에서 이 영상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은 KBS 제작팀이 미 국립 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한국전쟁 자료로 추정해 복사해온 9000여개 파일 가운데 하나다. 김 PD는 “9000개의 파일은 무려 1500시간 정도의 분량이었다. 두 달 정도 이 영상들을 보던 중 찾은 것”이라고 전했다. 

3월 초 NARA를 찾았던 김정아 영상 리서처는 미디어오늘에 “3월 중순 한국으로 돌아와 김 PD와 함께 두 달 정도 영상을 봤다. 영상들 색인에 한국을 뜻하는 ‘korea’ 등이 없어서 하나하나 재생해 살폈다”며 “이 영상을 발견했을 당시 ‘이 사람은 분명 조선인 같다’고 생각해 유심히 봤다. 입 모양을 보니 ‘만세’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첫 발견의 순간을 전했다. 이후 전문가들의 검토 이후 영상이 공개됐다. 

김 리서처는 “영상이 가지는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라며 “KBS가 근현대사 영상을 발굴하는 작업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이런 발굴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980년대부터 한국전쟁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팀이 관련 영상을 수집해왔고 이는 1993년 ‘현대사 발굴단’ 활동 등으로 계속됐다”며 “이번에도 해외로 나가 영상을 수집한 시도가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KBS는 이 영상을 누구든지 교육·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내달 1일 시청자들에게 KBS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내달 공개하는 영상은 뉴스9이 공개한 50여초 분량을 포함해 6분40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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