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3월 경기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와 관련 지역주민 설명회를 일반 주민과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해 논란이다. 주민 대표(동장)들과만 소통하겠다는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삼성 측은 일반 주민이나 언론 참석 불허 방침을 밝히고, 설명회 일정 게시 등 대외 소통 역할을 하는 공식블로그 게시판도 폐쇄했다. 노동인권‧지역시민단체들은 화재조사 결과를 공개 설명하고 지역주민과의 새 소통 창구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삼성은 설명회가 협의회 내 주민 대표와 주민센터 관계자만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과 화학물질알권리 화성시민협의회 등 17개 단체는 28일 입장문을 내고 “삼성의 화재사고를 둘러싼 불통 행태는 매우 일관되고 악의적”이라며 “주민 설명회를 공개 개최하고 투명한 소통방식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지난 3월8일 오후 경기 화성 반월동 삼성 반도체 화성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 등 40여대가 투입된 끝에 2시간30분 만에 꺼졌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지난 3월8일 오후 경기 화성 반월동 삼성 반도체 화성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 등 40여대가 투입된 끝에 2시간30분 만에 꺼졌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지역사회 소통기구인 삼성전자‧화성소통협의회는 지난 25일 오후 경기 화성 동탄3동주민센터에서 3차 지역주민 설명회를 열어 화재 원인 조사결과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최 3시간 전에 일정을 취소했다. 반올림을 비롯한 시민단체들과 언론이 방문 취재 의사를 밝힌 직후 벌어진 일이다.

앞서 2018년 옴부즈만위원회는 삼성전자에 지역사회나 시민단체 등 외부 이해관계자와 소통 창구를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삼성은 이에 지역 동장들을 중심으로 14명 위원이 참여하는 삼성‧화성소통협의회를 꾸렸다. 

삼성 측은 화성사업장 화재 원인 규명과 대응을 놓고 삼성‧화성소통협의회를 통해 정보를 공유해왔다. 화성 동탄3동 관계자에 따르면 25일 지역주민 설명회에선 화재 원인과 대책이 본격 논의될 예정이었다. 

문제는 협의회의 지역주민 설명회가 일반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 언론 등 옴부즈만위원회가 소통을 권고한 주체들에게는 비공개라는 점이다. 지역 동장 등과만 소통하는 삼성의 ‘불통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시민사회단체와 화성시민신문 등 언론이 앞서 공식블로그 자유게시판을 통해 설명회 참여 의사를 밝히자 삼성 측은 “3차 지역주민 설명회는 앞선 설명회와 마찬가지로 회사와 지역사회 간 상생을 논의하는 자리이므로 언론 공개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25일 경기 화성 동탄3동주민센터에서 예정됐던 반도체공장 화재사고 주민설명회가 당일 갑작스럽게 취소돼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취재진이 삼성전자·화성소통협의회 관계자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지난 25일 경기 화성 동탄3동주민센터에서 예정됐던 반도체공장 화재사고 주민설명회가 당일 갑작스럽게 취소돼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취재진이 삼성전자·화성소통협의회 관계자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반올림과 시민단체들은 삼성 쪽이 협의회를 통해 대언론‧대시민 공개회의를 막으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 화재를 취재해온 화성시민신문 기자에 따르면 이 기자가 지난 22일 협의회장에게 설명회 방문 취재 의사를 밝히자 거부 의사 표시와 함께 “취재하면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25일 취재진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설명회에 참여하기 위해 동탄3동주민센터에 방문했지만 현장 관계자는 행사가 이날 오전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 삼성전자 측이 반올림‧지역시민단체들과 댓글을 통해 소통해온 ‘소통블로그’ 자유게시판을 폐쇄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삼성 측이 설명회 취소 직후인 지난 26~27일 사이 자유게시판을 폐쇄한 것이다.

반올림은 “지역시민단체가 참석하려던 지역주민 설명회를 일방 취소한 뒤 제한적으로나마 지역주민이 소통할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블로그)마저 철저히 봉쇄했다”며 “삼성이 제시한 소통이 얼마나 허망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반올림은 화성사업장 화재를 둘러싼 그간 소통방식을 사과하고, 공개 설명회를 개최하라고 삼성에 요구했다. 또 소통협의회나 블로그가 아닌 지역주민을 상대로 한 공개 소통방식을 마련할 것도 촉구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삼성전자 측은 28일 주민 설명회 비공개 이유에 “(협의회 내) 주민 대표와 주민센터 관계자만 대상으로 진행해 왔다”며 “지난 25일 설명회는 주민 대표들 요청으로 연기됐다”고 밝혔다. 블로그 게시판 폐쇄에 대해서는 “블로그 개편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3월8일 오후 경기 화성 반월동 삼성 반도체 화성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 등 40여대가 투입된 끝에 2시간30분 만에 꺼졌다. 당시 다수 언론은 삼성전자 관계자 말을 빌려 “생산라인이 아닌 부대시설에 불이 난 것이어서 반도체 생산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당시 지역시민단체들은 “지역주민 생활과 불안에 어떠한 고려 없이 반도체 생산 차질만 언급하는 태도에 분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시민단체는 화재 원인 조사를 진행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등 소방당국에 조사 결과 공개를 청구했으나 “공정한 업무수행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비공개 통보를 받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