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라디오(대표이사 정찬형)가 사내 직장 내 괴롭힘을 미흡하게 수습하고 사건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지민근·이하 YTN노조)는 22일 성명을 통해 “라디오 사측은 당장 노동청 지도부터 제대로 이행해 피해자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실질적 피해자 보호 대책을 즉각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YTN 라디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도 피해자 보호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31일 YTN 라디오 오전 회의 때 발생했다. 논의 도중 이견을 제시한 피해자 A 팀장에게 B 팀장이 펜을 던졌고, 휴대전화도 A 팀장에게 던지려고 들었다가 그만두고 회의실을 나간 것.

▲ YTN. @노컷뉴스
▲ YTN. @노컷뉴스

피해자는 사건 전부터 반말과 멸시, 따돌림 등이 일상적이었다고 주장했다. B 팀장은 비노조원에게는 호칭과 존댓말을 쓰면서 노조원에겐 ‘야’라 불렀다고 한다. YTN 라디오 직원 13명 가운데 3명만 노조에 가입했다. A 팀장은 비노조원 직원들이 자신을 마주치면 비웃거나 조롱하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고 갔다고도 했다.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된 C 국장도 팀장 회의마다 무시하는 눈빛을 보내며 자신의 의견만 배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A 팀장은 주장했다.

이 사건 배경엔 노조원과 비노조원 사이 누적된 갈등이 있다. 지난해 3월 김호성 영업이사(당시 총괄상무)의 거취에 대한 입장 차가 발단이었다. 당시 김호성 이사는 노조로부터 해임 요구를 받고 있었다. 김 이사는 박근혜 정부 때 낙하산 사장 논란을 부른 조준희 전 YTN 사장 체제 핵심 경영진이다. 노조는 김 이사가 YTN 보도 공정성 후퇴와 노종면 전 앵커 등 해직자 복직 지연에 책임이 있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일부 YTN 라디오 직원들은 반발했다. “지부(노조)는 본사 직원들이 주축인 단체로 라디오 경영에 간섭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노조에 가입한 라디오 직원은 ‘김호성 해임’을 주장했지만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들은 이와 반대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 노조원들이 반대 성명에 이름 올리길 거부하자 그때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는 게 피해자 측 입장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인정됐다. YTN 라디오는 지난 1월 B 팀장에게 ‘견책’, C 국장에게 ‘구두 경고’ 징계를 내렸다. 사건이 발생한 지 5개월여 만이다. 회사는 지난해 8월 사건을 통보받고 조사를 시작해 그해 10월 조사 보고서를 완성했다. 노조는 이 같은 절차가 “사건을 알게 된 경우 지체없이 사실 확인을 위해 조사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76조 3항을 위반했다고 반발했다. 

사건 접수 한 달 후 조사, 넉 달 후 징계 

이에 관해 황보선 YTN 라디오센터장은 28일 “지난해 9월 중순 부임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업 재승인 심사를 받는 과정이었고 업무를 파악하느라 바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가해자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는 전제 하에 양자가 화해하는 방향도 고민했고 또 그런 시도를 해보다가 시간이 흘렀다”고 설명했다. 

YTN 노조는 사측이 피해자 보호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76조를 보면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 피해자가 요구 시 유급휴가 명령, 근무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노조는 A 팀장이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를 요구했지만 회사가 한 달 가까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YTN 노조는 지난 3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었다. 사측이 사건을 접수하고도 “상당 기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피해자 보호 조치 없이 괴롭힘이 지속되도록 방치하다가 형식적 징계에 그쳤다”는 입장이었다. 

노동청은 지난 4월 YTN 라디오에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포함된 새 취업규칙을 신고하라고 시정 지시했다. “근로기준법 76조에 따라 적절한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고 개선 내용을 보고하라”고 개선을 지도했다. 또 향후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규정을 철저히 지키고 회사는 조사기간 동안 피해자를 보호하는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행정 지도를 내렸다. 

YTN 노조는 회사가 이 결과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사측은 이후 팀장 회의에 가해 직원을 불참시키면서 주 5회 회의를 2회로 줄였고, 피해자가 참석하지 않는 별도 주 3회 회의를 개설했다. 노조는 “매일 하던 회의를 주 2회로 축소해 피해자가 라디오 의사 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아예 줄여버렸다. 대신 주 3회 열리는 별도 회의를 새로 만들어 가해자는 빠짐없이 참여시키고, 피해자는 제외하는 사실상의 보복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황 센터장은 이와 관련 “(노조의 주장은) 오해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접촉하는 횟수를 줄이려 한 원칙적 조치였다. 그래서 매주 열리는 전체 회의를 가해자를 완전 배제하고 2회로 줄였다. 다만 편성·제작에 관해 매일 논의해야 할 안건들이 있으니 보강이 필요했고, 그래서 주 3회 편집회의를 따로 만들었다. 이 회의에는 마케팅팀장뿐 아니라 라디오센터장인 나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황 센터장은 “피해자 입장에서 대응하려고 노력했지만 현실적 한계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앞으로 사측이 할 수 있는 대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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