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제작된 방송이고, 예전부터 편성돼 반복적으로 방송되고 있다. 애들끼리 놀리는 에피소드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시대가 흘러 인식이 변했다. 이 프로그램은 아동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아동은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성인과는 엄연히 다르다. 첫 사례지만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내겠다.”(이소영 위원)

야외 소풍을 간 여자아이 ‘자두’가 숲속에서 용변 보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한 남자아이 ‘윤석’이가 사진기로 그 모습을 찍는 장면을 방송한 방송사들에 행정지도가 결정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가 27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어린이 방송 채널인 ‘브라보키즈’, ‘챔프(Champ)’, ‘대교어린이TV’ 등 3개 채널이 방송심의 규정 ‘수용수준’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행정지도는 방송사 재승인 재허가 심사 때 반영되지 않는 경징계다.

▲문제가 된 '안녕 자두야' 에피소드 장면.
▲문제가 된 '안녕 자두야' 에피소드 장면.

애니메이션 ‘안녕 자두야’는 여러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어린이 만화 프로그램이다. 이 가운데 ‘좋으면 좋다고 말해’라는 에피소드가 문제가 됐다.

문제가 된 영상을 보면, 윤석이가 숲속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을 찍자 자두는 황급히 도망쳤고, 자두는 그날 밤 이불 속에서 “이제 다 끝났어. 난 이제. 난 이제 진짜. 내 인생은 진짜 이대로 끝이야”라고 말하며 울었다.

다음날 자두는 학교에서 윤석이와 학급 친구들이 소풍 때 찍은 사진이 언제 나오냐는 대화를 하는 걸 듣고, 윤석이에게 “어디다 맡겼는데. 지웠을 거라고 생각은 안 하지만”이라고 묻자 윤석이는 “지우다니 뭘? 아 그 사진? 그거 우리 동네에서 제일 선명하게 뽑아주는 데 맡겼지. 아 그리고 재밌게 나온 사진은 아주 크게 확대해서 애들 보여주려고”라고 답했다.

이날 ‘브라보키즈’ ‘챔프(Champ)’ 방송사 관계자들은 의견진술에 출석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대교어린이TV 관계자는 “2011년부터 꾸준히 방송했다. 그동안 자체 심의를 거쳐 잘 운영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가 변했다. 디지털 성범죄 이슈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졌다. 시청자와 부모님들께서 불편하셨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브라보키즈’ ‘챔프(Champ)’ 채널은 ‘안녕 자두야’ 프로그램을 7세에서 12세로 상향했고, 대교어린이TV는 문제가 되는 에피소드를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

심의위원 4인(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위원장·김재영 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 미래통합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은 행정지도 ‘권고’를, 이소영 위원은 소수 의견으로 법정제재 ‘주의’를 주장했다. 

심의위원들은 해당 장면은 범죄라고 입을 모았다. 박상수 위원은 “어린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몰카 촬영 장면이 인식돼 모방 범죄를 조장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법정제재감이라고 생각하지만 처음이고, 해당 에피소드 편성을 중단한 점을 감안해 행정지도 의견을 낸다”고 했다. 허미숙 위원장도 “현실 세계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디지털 성범죄”라고 지적했다.

김재영 위원은 “세 채널 가운데 한 방송사는 윤석이가 자두를 놀리는 장면과 자두가 엄마한테 대드는 장면만 문제라고 인식했다. 불법 촬영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했다. 한국사회 성인지 감수성이 빠르게 높아졌는데 머리로는 따라가도 체화하지는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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