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JTBC 신임 보도총괄이 구성원들에게 ‘탐사기획 보도 강화’를 주문했다. JTBC 내부에서는 권 보도총괄의 방향에 공감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JTBC는 지난 21일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한 팀이었던 탐사취재팀이 탐사기획1팀과 탐사기획2팀으로 분리됐다. 인원도 총 14명으로 증원됐다.

권석천 보도총괄은 지난 25일 사내에 “김성탁 새 보도국장과 인사 논의를 하면서 초점을 맞춘 것은 탐사기획 보도 강화”라며 “‘JTBC 뉴스룸이 왜 한국 사회에 존재해야 하느냐’를 심각하게 물어야 한다. 과연 뉴스룸이 사라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을까, 아쉬워할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JTBC 사옥. 사진=JTBC.
▲서울 마포구 JTBC 사옥. 사진=JTBC.

권 보도총괄은 JTBC가 한국 사회에 어젠다를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까지 뉴스룸이 이뤄냈던 저널리즘 가치들이 흩어지고 있다. ‘단독 기사’가 있느냐 없느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한국 사회에 어떤 어젠다를 던지고 있느냐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권 보도총괄은 “우리 뉴스룸이 시민들이 ‘아, 그거 JTBC에서 한 거지!’라고 이야기할 만한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다고 저는 말할 자신이 없다”며 “위기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권 보도총괄은 “저와 김 국장이 각 팀의 취재 인력 사정을 알면서도 탐사기획 1, 2팀을 만들고 결코 적지 않은 기자를 배치한 이유다. 탐사기획 1,2팀에서 뉴스룸 어젠다로 내세울 만한 보도들을 해주길 기대한다. 톱존(Top zone)을 장식할 중요한 보도들이 나와 주길 바란다”고 썼다. 톱존은 뉴스 시작부터 20분 동안 이뤄지는 주요 뉴스들을 의미한다.

26일자 JTBC ‘뉴스룸’ 첫 번째 리포트는 “안전장치 없는 노동…‘전쟁터’가 돼 버린 일터”라는 제목의 보도다. 닷새 전 현대중공업 작업 현장에서 숨진 노동자 사례를 기초로 노동 현장을 조명하는 보도였다. 이에 앞서 25일자 톱기사는 “살기 위한 일터에서 왜… ‘현대중 산재’ 집중 추적”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였다.

JTBC 한 기자는 “최근 보도를 보면 JTBC 보도국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어제(26일) 뉴스룸 톱기사도 노동 이야기다. 냉정히 말해 시청자들은 노동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시청률을 바랐다면 할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중요하다고 판단해 톱기사로 배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위부터)지난 25일, 26일자 JTBC 뉴스룸 탑기사 화면 갈무리.
▲(위부터)지난 25일, 26일자 JTBC 뉴스룸 탑기사 화면 갈무리.

권 보도총괄은 “각 취재부서에서 그날의 리포트들만 공급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길게는 1주일, 최소 2~3일의 시간을 들여 기획취재를 해야 한다”며 “취재부서가 해야 할 기획취재까지 ‘탐사기획팀에서 하라’고 미루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보도총괄은 ‘시민들이 공감하는 뉴스’를 강조했다. 그는 “뉴스룸은 살아 있는 뉴스를 해야 한다. 시민 마음에 가닿을 수 있는 뉴스를 하자. ‘아, 이런 기사는 시청자들이 보고 가슴이 먹먹할 수 있겠다’, ‘이 뉴스는 시청자들이 보고 가슴이 먹먹할 수 있겠다’, ‘이 뉴스는 시청자들이 자기 일로 느낄 수 있겠다’, ‘이 뉴스를 보면 울컥하겠다, 눈물짓겠다, 분노하겠다’는 기삿거리를 취재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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