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일보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를 소재로 삼은 자사 만평을 삭제했다.

경기·인천권역의 지역신문 중부일보는 지난 26일 2면 ‘최경락 만평’에서 “윤미향도 싫지만…”이라는 제목의 만평을 실었다. 만평은 물속에 잠긴 한 할머니가 “내 보따리 내놔… 그리고 국회의원 되는 꼴 눈 뒤집혀 못보겠다!”라며 배 위에 있는 푸른색 옷의 여성을 끌어내리는 상황을 그렸다.

윤 당선자에 대한 이용수 할머니의 계속되는 비판이 윤 당선자의 국회 입성에 대한 불만에서 기인한 것으로 묘사한 만평으로, 이 만평이 보도된 이후 여러 곳에서 비난이 나왔다. ‘물에 빠진 사람(할머니)을 구해줬더니 이제 할머니가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한다’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 중부일보는 지난 26일 2면 ‘최경락 만평’에서 “윤미향도 싫지만…”이라는 제목의 만평을 실었다.
▲ 중부일보는 지난 26일 2면 ‘최경락 만평’에서 “윤미향도 싫지만…”이라는 제목의 만평을 실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주 사악한 만평이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는 것인가”라며 “여기에 운동을 바라보는 윤미향 부류 시선이 잘 나타나 있다. 위안부 운동은 자기들이 물에 빠진 할머니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활동이라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할머니들을 자기들이 거두어준 불쌍한 곰 정도로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도 YTN 방송에 출연해 “‘보따리 내놔라’고 써 있다. 윤미향 당선자와 할머니의 끊을 수 없는 관계를 표현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할머니에 대한 조롱이 분명하다. 이런 만평은 결코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논란 후 만평은 중부일보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중부일보도 만평 보도 이후 독자들로부터 거센 항의 전화를 받았다. 

최경락 화백은 27일 통화에서 “내 의도와 다르게 논란이 커져 현재 당혹스럽고 부담스럽다”며 “만평을 보시면 알겠지만 내가 특정 (정파적) 성향이 있는 건 아니다. 보수니 진보니 그런 진영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최 화백은 “논란이 된 만평은 신문사 편집국 차원에서 내린 것”이라며 “더는 논란이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앞으로는 국민 정서상 민감한 이슈에 관해서는 더 조심히 그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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