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언론시민연합은 5·18기념재단과 함께 꾸준히 5·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보도를 감시해왔습니다. 2013년 TV조선과 채널A가 5·18 관련 대표적인 허위조작정보인 ‘북한군 침투설’을 방송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보수언론에서 5·18 정신을 훼손하는 보도들을 반복 생산해왔기 때문입니다. 민언련은 2018년 ‘5·18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만들어 온라인상의 5·18 왜곡 가짜뉴스에 대한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통신심의 민원도 제기했습니다. 민언련은 언론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광주의 진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2020년에도 꾸준히 모니터를 진행하겠습니다.

 

지난 5월18일 5‧18광주민주화운동의 40주년 기념식이 치러졌습니다. 이번 기념식은 최초로 광주 시민들의 최후 항쟁 장소였던 전남도청에서 열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진상규명에 대한 강력한 의지,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을 명시하는 개헌안의 의미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에 남겨진 과제와 광주민주화운동의 의의를 강조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40년 전 광주 시민들이 남긴 5월 정신을 되새기며 종편 3사의 8개 시사프로그램이 40주년 기념식을 어떻게 보도했는지 모니터 했습니다.(모니터 대상 :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미스터트롯>은 홍보하면서 40주년 기념식은 외면한 TV조선

종편 3사의 8개 프로그램 중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이것이 정치다>는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 관련 대담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5/18)은 자사의 예능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출연자가 집을 공개했다는 내용을 6분간 다루면서도 5‧18광주민주화운동의 40주년은 1초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철저히 외면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입니다.

▲ 지난 5월18일 종편 3사 8개 프로그램의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 관련 대담 시간.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지난 5월18일 종편 3사 8개 프로그램의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 관련 대담 시간. 표=민주언론시민연합

40주년 기념식을 다룬 종편 3사의 다른 프로그램들도 대담 시간이 10분 내외의 대담에 그쳤습니다. 종편 3사에게 5‧18광주민주화운동의 40주년은 그리 중요한 주제가 아니었던 겁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의 40주년 기념식 대담은 ‘수박 겉핥기’

40주년 기념식을 다룬 대담 중에서는 가십성 내용을 주제로 정치적 공방을 만드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5월18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 장면을 보여주며 40주년 기념식 관련 대담을 시작했는데요. 자료화면 이후 채널A는 코로나19로 인해 참석자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먼저 짚었습니다. 이어 진행자 이용환 씨는 진상규명, 5월 정신을 언급한 대통령의 연설 내용 대신 대통령의 겉모습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용환 씨는 “조금 걱정이 되는 모습이 하나 포착이 됐습니다”라더니 문 대통령의 얼굴에 주목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용환 :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 오늘, 약간요. 한번 얼굴을 한번 좀 자세히 한번 봐 주실까요? 조금 걱정이 되는 모습이 하나 포착이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한번 입술을 한번, 아랫입술을 한번 좀 잘 봐주시죠. 대통령의 건강은 매우 중요합니다. 일국의 대통령의 건강은 그 나라의 안보, 뭐 여러 가지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에 매우 좀 중요한 문제인데 어쨌든 육안으로 보기에는 문재인 대통령 아랫입술이 약간 좀 뭐라고 그러죠? 입술이 저렇게 됐다는 것은?

김민지 정치부 기자 : 부르텄다라고 할까요?

진행자 이용환 : 부르텄다? 아 예 뭐 이런, 저 보시는 바와 같이. 약간 피곤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우리 오창석 부소장은 대통령의 오늘 모습을 좀 어떻게 보셨어요?

▲ 지난 5월18일 문재인 대통령 얼굴을 확대해서 보여준 채널A ‘정치데스크’
▲ 지난 5월18일 문재인 대통령 얼굴을 확대해서 보여준 채널A ‘정치데스크’

이후 대담에서도 채널A는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말한 진상규명 등의 핵심 내용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겉모습을 주목한 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과거와 달리 환영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MBC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비판한 발언이 문제다’는 소식을 전달했을 뿐입니다.

보수정당이 과거에 받은 비판만 부각하고 정치적 공방까지 부추겨

채널A <정치데스크>(5월18일)가 문재인 대통령의 ‘입술’에 초점을 맞춘 뒤 나눈 대담도 본질에서 벗어났습니다. 진행자 이용환 씨와 출연자 김민지 씨는 ‘과거 보수정당들이 광주 시민들에게 항의를 받았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채널A는 광주 시민들의 목소리를 “항의”라고 표현하고 “봉변”이라는 용어를 쓰면서도 광주 시민들이 왜 보수정당을 비판하고 항의하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용환 : 근데 사실 이 5.18 기념식이 진행이 되면 보수 정당의 대표들은 늘 환영받지 못했었어요, 그렇죠? 과거에 김 기자, 우리 보수 정당 대표들이 최근에 광주 가서 굉장히 기념식에서 약간 봉변을 당한 적도 있었죠?

김민지 정치부 기자 : 그렇습니다. 물 세례를 받거나 몸싸움에 휘둘리거나 뭐 이런 모습이었는데요. 지난 2015년에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5.18 전야제에 참석한 모습입니다. 반대 시위자가 물을 뿌리면서 항의하고 또 그 항의가 너무 길어지니까 끝내 이제 참석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요. 지난해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취임 이후에 5.18 광주를 찾았는데요. 광주시민들의 항의, 몸싸움 이런 것들에 시달리고 물병을 던지는 일까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반면 오늘은 모습은 조금 달랐습니다. 오늘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이 광주행사장을 찾았는데요. 오늘은 아까도 설명드렸지만 코로나 탓에 사람 수도 적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별소동 없이 조용히 끝난 모습이었습니다.

헬기사격 및 발포 명령자 규명, 책임자 처벌, 궁극적으로는 전두환의 진심어린 사죄 등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의 남은 과제들이 산적하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보수정당 인사들은 광주에 갔다가 광주시민들에게 봉변을 당하곤 했다’라고만 전하는 게 과연 정당할까요? 광주 시민들이 별 다른 이유도 없이 보수정당을 싫어한다는 식의 오해만 부를 위험이 더 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MBC와 진행한 인터뷰를 문제삼은 발언도 나왔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5‧18 기념식을 홀대하고, 방해한 것을 비판한 발언이 잘못됐다는 취지입니다. 진행자 이용환 씨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었던 취임 첫해에는 5‧18 기념식에 참석을 했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에 한 번 제창된 바가 있었습니다”라며 문 대통령 발언을 반박했습니다. 이어 출연자 배승희 변호사는 천안함을 언급하며 노골적으로 정치적 공방을 부추겼습니다.

배승희 변호사 : 분노라는 단어를 과연 사용한 것이 적절하느냐,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 분노, 그러니까 만약에 다음 대통령이 이 상황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예를 들어 서해 수호의 날에 한 번만 참석을 했다 아니면 뭐 천안함 행사에 참석을 안 했다, 그걸 두고 분노한다, 이런 표현을 쓴다면 그게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저 표현 자체가 국민을 향해 가지고 굉장히 좀 지나친 표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고. 또 바꿔놓고 생각을 해 보면 대통령이라는 직함은요. 어떤 특정 지역이나 특정 계층이나 특정 지지자의 대통령이 아니라는 거예요. 전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런 표현을 써서 국민을 지지층을 갈라놓는 이런 듯한 모습은 저는 통합을 앞세우고 국민을 앞세웠던 문재인 대통령 입에서 나왔다는 게 정말 믿기지가 않습니다.

▲ 지난 5월18일 채널A ‘정치데스크’에 출연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5‧18 기념식 방해 비판이 문제라는 배승희 씨.
▲ 지난 5월18일 채널A ‘정치데스크’에 출연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5‧18 기념식 방해 비판이 문제라는 배승희 씨.

결국 이날 채널A <정치데스크>가 진행한 대담을 정리해보자면 ‘코로나19로 인한 행사 축소→문재인 대통령 피곤한 안색→과거 광주 시민들 보수정당에 폭력적 항의 사례→천안함 사건으로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비판’이었던 것입니다.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을 다룬 방송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5‧18로 갈등 조장한 채널A… 가장 중요한 배경과 사실은 왜 은폐하나

채널A의 대담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규명할 진실 등 핵심들을 누락했습니다. 오히려 ‘보수정당이 광주에서 당한 봉변’, ‘이전 정부에 분노 표한 문재인 대통령 비판’으로 대담을 채우며 정치적 갈등 조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입니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기념식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하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유가족들은 정부가 주최하는 기념식에 불참하고, 기념식 하루 전인 17일에 전야제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죠. 동시에 당시 여당의 김무성 대표에게 문제 해결 없이는 전야제에 참석하지 말 것을 사전에 통보했습니다. 전야제 당일까지 박근혜 정부와 여당 새누리당은 문제해결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고, 광주 시민들은 전야제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에게 책임을 물었습니다.

2019년에는 당시 자유한국당의 김순례, 김진태, 이종명 의원이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 등을 국회에 초청해 강연을 열었습니다. 이종명 의원은 “논리적으로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며 허위조작정보로 밝혀진 북한군 개입설을 사실인 듯 주장했습니다. 김순례 의원은 “종북 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세금을 축내고 있다”며 민주유공자들을 모욕하는 망언을 일삼았습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제대로 된 징계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행태에도 광주 시민, 더 나아가 모든 시민이 항의와 분노를 표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합니다.

시사 프로그램이 어떤 사안을 다룰 때는 반드시 맥락과 배경도 짚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곡의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채널A가 “몸싸움”, “물병을 던지는 일”을 부각하며 광주 시민들이 항의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면, 보수 정당이 억울하게 비판을 받은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사실로 드러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방해’도 언급하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MBC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을 비판한 대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여러 방법으로 5‧18 기념식을 방해했습니다. 특히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방해하는 것에 몰두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방해는 지난 2018년 10월 국가보훈처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 산하의 위법‧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부터 공식 식순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제외했습니다. 2008년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문제삼은 결과였습니다. 심지어는 유가족과 행사 참여자의 제창을 방해하기 위해 32주년 공연계획안에서 “첫 소절은 연주와 무용만, 둘째 소절은 합창 또는 전주 도입, 무용과 특수효과 등의 공연요소를 추가해 기립과 제창의 시점을 잡을 수 없게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계획한 제창 방해는 실제 32주년 행사에서 실행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보훈단체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을 반대하는 신문 광고를 게재하도록 사전에 기획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기획한 보훈단체의 광고는 조선일보 등에 실리며 이행됐습니다. 동시에 박근혜 정부의 국가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 관련 법령 개정을 저지했습니다. 5‧18 민주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관장하는 국가보훈처가 나서는 등 정부 차원의 5‧18 기념식 방해가 확인된 것입니다.

40년 전 광주에 사과한 언론들, ‘북한군 개입설’ 보도했던 TV조선‧채널A는?

채널A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5‧18 기념식 방해 사실은 무시하면서, 천안함 침몰 사건을 끌어들여 문 대통령이 큰 갈등을 야기한 듯 주장했습니다. 배승희 씨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특정 지역이나 특정 계층이나 특정 지지자의 대통령이 아니라”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특정 지역, 계층, 지지자’를 운운하며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수의 주장이나 역사인 듯 타자화한 것입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이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기념식 방해에 분노해야 마땅합니다. 배 씨의 발언 하나만으로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반민주적 사고가 우리 사회에 남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당일 <‘광주의 5월’ 제대로 담지 못한 기사, 40년 만에 바로잡습니다>(5월18일)를 통해 1980년 5월을 제대로 다루지 않은 자사의 보도를 사과했습니다. KBS <진실 외면했던 KBS… “뼈아프게 반성”>(5월18일) 역시 “군인들이 총칼로 광주 시민들을 짓밟는 동안 KBS는 그 실상을 외면했습니다”라며 사과했습니다. 언론으로서 진실을 외면했던 자사의 과오를 늦게나마 반성한 것입니다.

경향신문‧KBS 외에도 과거 5‧18광주민주화운동 보도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필요한 언론은 많습니다. 2013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북한군 개입설을 버젓이 방송한 TV조선‧채널A도 마찬가지입니다. TV조선‧채널A가 책임있는 언론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없는 일인 듯 취급하고, 정치적 공방을 만들 것이 아니라 진정성이 담긴 사과부터 해야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5월 18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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