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미향 당선인(비례대표)과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의혹 제기가 과도하다며 “굴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서 ‘당에서도 검찰수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민주당의 복잡한 속내가 드러났다.

이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명복 전한 뒤, 윤 당선인 논란을 언급했다. 그는 “요즘 정의기억연대 관련해 많은 논란이 있다. 잘못도 부족한 점도 있을 수 있다. 운동방식에 대한 여러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들이 삶을 증언하고 이어온 30여년의 활동이 악의적 폄훼에 악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일본 언론에서 대단히 왜곡된 보도를 많이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잘못이 있으면 고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에 기반해야지 신상털기식 의혹제기에 굴복해선 안 되는 일”이라며 “관계 당국은 최대한 신속하게 사실을 확인하고 국민 여러분도 신중하게 지켜보고 판단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또한 “최근 일련의 현장을 보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본질과 관계 없는 사사로운 일을 갖고 대부분의 과장된 보도가 많이 나오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식으로는 성숙한 민주사회로 발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진 않았으나 정치권·언론에서 제기되는 여러 의혹에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이 대표가 ‘신중함’, ‘관계당국의 사실 확인’을 강조했음에도, 당이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윤미향 당선인께 여러 의혹에 대해 신속하게 입장 표명을 요청한다”면서 “당에서도 검찰 수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을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당 차원의 신속한 진상조사가 필요할 것”이라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형사상 문제에 대해서는 무죄추정 원칙이 적용돼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결 확정 시까지 판단이 보류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인 영역은 다르다”며 “윤 당선인 관련 의혹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의해 제기됐고 그 의혹이 사회적 현안이 된 만큼 윤 당선인의 신속하고 성실한 소명이 필요하다. 당에서도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남인순 최고위원의 경우 이번 논란으로 불거진 ‘위안부’ 피해자 회복 및 진상규명 운동의 한계를 언급하며 정치권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이용수 할머니의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지난 30년 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헌신의 노력을 기울여 오신 이 할머니의 울분이 그대로 전해졌다. 고령의 몸을 이끌고 다시 고통스러운 과거를 소환하게 만들어 죄송할 따름”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방향에 대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 최고위원은 △피해 생존자들이 생존해 있는 동안 일본 정부로부터 책임인정·공식사죄·법적배상 관철 △역사왜곡 대응과 피해자 명예회복, 진상규명을 위하 자료발굴·조사연구 시행 △일본군 ‘위안부’ 인권 운동을 지속적인 국제연대로 확장 등 세 가지 원칙을 밝혔다.

특히 “이제는 국가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더욱 책임감 있게 나서야 한다. 생존 피해자들에게 생활안전지원금과 간병비를 드리는 것을 넘어 민간단체가 담당해 온 피해자지원활동을 적극적으로 기록하고 역사교육을 해나가야 한다”며 “이번 논란으로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헌신해 온 여성인권운동 역사가 훼손돼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그동안 해왔던 운동 방식을 성찰하고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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