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가 자사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과 검언유착 의혹에 진상조사 보고서를 공개한 가운데, 언론·시민단체들은 ‘꼬리자르기 부실 보고서’로 규정하고 “더 철저하고 투명한 진상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240여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26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 간부의 취재 보고와 지시’는 없었고, ‘기자와 검찰 간 유착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적고 있다”며 “해당 기자 진술이 번복됐고, 휴대전화 2대는 초기화됐으며 노트북 PC는 포맷돼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한 달 넘게 조사를 진행한 것이 허탈할 뿐이고 의혹은 더 확대됐다”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채널A 측은 초기 중요한 증거가 될 해당 취재기자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제대로 제출받지 않아 관련 내용이 삭제되도록 방치했다”며 “사회부장과 법조팀장의 휴대전화에선 관련자와 나눈 카톡 내용이 지워졌다. 해당 기자는 물론 사회부장과 법조팀장까지 휴대전화 카톡 내용을 삭제한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반문한 뒤 “검찰과 해당 기자 간 유착 관계 조사 내용은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증거를 찾아 놓고도 결론인 조사 결과에선 애써 외면하는 인상이 짙다”고 지적했다.

▲ 서울 광화문 채널A·동아일보 사옥. 사진=김도연 기자.
▲ 서울 광화문 채널A·동아일보 사옥. 사진=김도연 기자.

채널A는 지난 25일 자사 홈페이지에 채널A 진상조사위가 지난 4월부터 50여일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채널A 사회부 법조팀인 이동재 기자와 그의 후배인 백아무개 기자가 지난 2월 초부터 3월22일까지 ‘신라젠 사건 정관계 로비 의혹’을 취재하기 위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전 신라젠 대주주)에게 편지를 보내고 이 전 대표 측 인사를 만나는 과정에서 불거진 취재윤리 위반 및 검언유착 의혹이 조사 대상이었다.

이 기자는 이 전 대표에게 접근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우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회유·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기자가 이 전 대표 측 인사를 회유하기 위해 보여주고 들려줬다는 ‘윤 총장 최측근 현직 검사장’ 녹취록이 주목됐는데 채널A 진상조사위는 “이 기자가 조사위 조사 직전 휴대전화 2대를 초기화하고 노트북PC를 포맷해 녹음파일 등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조사위 조사 권한과 범위, 방법 한계 등으로 인해 현재로선 조사위는 녹음파일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검언유착에 관한 조사 보고서 내용의 부실성을 지적한 뒤 “검언 유착에 관한 핵심 의혹은 제쳐 두고 지엽적 개별 사안만 나열하며 검찰 관계자와 논의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모양새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시민행동은 “채널A는 부실 의혹 투성이 보고서를 통해 스스로 결백함을 입증했다고 오판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국민들 의혹은 더 커졌고, 채널A에 대한 의심도 더 커졌음을 알아야 한다”며 “나아가 채널A의 사내진상조사 및 조사보고서까지도 조사 대상에 포함돼야 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시민행동은 “채널A와 검찰 간의 검언 유착 의혹 진실은 이제 검찰 조사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면서도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 발언과 그간 지지부진했던 검찰 태도를 볼 때 제대로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들은 이번 사건 초기부터 유착 의혹 당사자인 채널A와 검찰의 셀프 조사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제기하며 가능하다면 특검 등을 해서라도 끝까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국회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