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이 일제히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소주성)에 대해 날선 공격을 퍼붓고 있다. 5월21일 통계청이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발표한 직후다. “소득격차 악화하는데, 소주성 안 고치고…”(조선일보) “소득분배 악화되는데 소주성 고집할 건가”(서울경제) “점점 커지는 소득격차, 코로나 탓만 할 수 있나”(한국경제) 보수의 ‘소주성 죽이기’가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3년간 ‘기-승-전-소주성 잘못’식의 공격을 반복해왔다. 미래통합당의 4월 총선 참패 이후 일시적으로 주춤했다가 재개한 것이다.

통계청 발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올해 1~3월 동안 전체 가구 중 최하위 20%(1분위)의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0%에 그쳤다. 반면 소득이 많은 계층일수록 증가율이 높아져, 최상위 20%(5분위)는 6.3%가 늘었다. 이에 따라 최상위 20% 소득을 최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가구별 가구원 수를 고려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은 5.41배로 1년 전의 5.18배보다 높아졌다. 소득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1분기 소득분배 악화를 소주성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억지’ 주장이다. 소득격차가 심해진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하위층의 근로소득이 줄어든 반면 상위층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고용통계는 그 이유를 보여준다. 코로나 이전인 올해 1~2월에는 취업자가 106만명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 영향이 본격화한 3~4월에는 오히려 67만명 줄었다. 더 심각한 것은 취업자 감소가 취약계층에 집중된 점이다. 3~4월 임시·일용직은 무려 138만명 감소했다. 상용직이 같은 기간 86만명 늘어난 것과 대조를 이룬다. 결국 코로나 고용충격이 저소득층을 강타하면서, 소득격차가 확대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보수언론도 이런 ‘팩트’를 아예 무시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정부는 (분배격차 심화가) 코로나 탓이라고 할 것이고, 그 영향도 있다.”(조선일보) 그러나 그들의 ‘소주성 잘못’이라는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근본문제는 (소주성) 정책 잘못이다.”(조선일보). “소득 양극화 심화를 코로나 탓으로만 돌리는 게 옳은지는 의문이다.”(한국경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대책의 최우선 순위를 취약계층 지원에 두었다. 영세자영업자·특수고용노동자(특고) 등 93만명에 대한 긴급고용안정지원, 무급휴직자 32만명 신속지원을 포함한 10조원 규모의 고용·생활안정대책이 대표적이다. 14조원의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도 원래는 중하위 70%가 지급 대상이었다. 소주성의 세가지 중심축은 가계소득 증대, 사람에 대한 투자, 사회안전망과 복지 강화다. 소주성 하면 최저임금과 주52시간제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수많은 소주성 정책 중 일부일 뿐이다. 코로나 대책의 상당부분은 소주성의 연장선에 있다. 정부의 245조원 지원방안 중에서 순수 재정투입은 37조원이다. 이 가운데 소주성 정책은 27조원으로 73%를 차지한다. 대통령이 ‘전국민 고용보험시대‘를 천명하며 취약계층 보호를 강조한 것도 소주성이다. 

▲ 긴급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접수 첫날인 5월1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지원금 접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긴급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접수 첫날인 5월1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지원금 접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소주성의 일환으로 저소득층 중심으로 공적이전소득대책을 지속해서 시행하고, 3월부터 신속하게 코로나 지원대책을 마련한 게 소득격차 심화를 방어했다고 봐야 한다. ‘소주성의 설계자’로 불리는 홍장표 소주성특별위원회 위원장(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코로나 위기가 튼튼한 고용·사회안전망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소주성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앞으로 코로나 대응은 내수회복과 저소득층 안전망 강화를 두축으로 하는 소주성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도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는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최근 “코로나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통화·재정정책을 통해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가 코로나 위기 속에서 소주성을 포기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보수는 코로나 사태 이전인 지난 3년간 소주성이 실패했다는 주장도 편다. “소득격차를 줄이겠다며 소주성 정책을 강행했는데, 저소득층 살림살이가 궁핍해지는 역설이 코로나 이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조선일보) “최근 2~3년 사이 소득분배가 나빠진 것은 소주성으로 대표되는 잘못된 경제정책의 결과이다.”(한국경제) 마침 소주성특위 주최로 5월13일 ‘소주성 3년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보수 주장과 큰 차이를 보였다. 소주성이 실패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거나,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소수성이 실패했다는 보수언론의 주장을 귀가 닳도록 들어온 사람들은 의아할 것이다.

보수는 소주성 실패의 근거로 코로나 이전에도 소득분배가 악화했다고 주장한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소득분배는 악화되고 있었다.”(한국경제)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4분기에 5분위 배율은 5.26배로 1년 전인 2018년 4분기의 5.47배보다 줄었다. 지난해 3분기 5분위 배율이 5.37배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연속 소득분배가 개선된 것이다. 그 이전 상황은 어땠을까?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까지 지표상으로는 소득분배가 계속 악화됐다. 하지만 이 부분은 신중하게 봐야 한다. 소득분배에 관한 공식자료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소득 5분위 배율은 2016년 6.98배에서 2017년 6.96배, 2018년 6.54배로 오히려 지속해서 개선됐다.

같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자료가 이처럼 다른 것은 조사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가계동향조사는 표본 수가 8천가구다. 각계금융복지조사는 2만가구로 훨씬 많다. 더 정확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가계동향조사를 계속 하는 것은 ‘시의성’ 때문이다. 분기마다 발표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을 바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올해 말 발표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서 2019년도 5분위 배율이 확인되면 소득격차 추이는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최소한 현시점에서는 소주성 때문에 소득분배가 악화됐다는 근거는 없다.

보수는 소주성 실패의 또 다른 근거로 고용참사를 주장한다. “최하위 20%의 근로소득은 소주성 정책이 본격 추진된 2018년 이후 지난해 4분기만 빼고 내리 감소했다.” (조선일보)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의 근로시간 감소와 일자리 상실을 초래해 근로소득 감소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상반된 연구결과도 있다. 소주성특위는 “2018년 소득 10분위별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구소득 증가율’을 보면, 하위 2~5분위는 증가했지만, 최하위 1분위는 늘었는지 줄었는지 명확지 않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최하위층 소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지만, 현 단계에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보수는 정부가 소주성 실패를 감추기 위해 통계조작을 했다는 고약한 주장까지 편다. “정책 실패 실상을 감추려 통계청장을 갈아치우고 소득통계 기준과 방법까지 바꿨지만, 올 1분기 소득분배 악화가 드러났다.”(조선일보, ‘정부 통계 분식은 나라 망치는 범죄행위’) 그러나 이런 주장은 1분기 소득격차 확대를 소주성 탓으로 돌리는 것과 똑같이 억지다.

가계동향조사는 조사방식의 문제 때문에 이전 정부부터 폐기가 검토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계속 존속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2018년 표본 수를 5500 가구에서 8천가루로 늘리는 보완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저소득가구 비중이 지나치게 높게 반영했다. 가계동향조사와 가계금융복지조사의 2018년도 종사자 지위별 가구 수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가계동향조사에서는 임금근로자가 8만2천명 감소한 대신 무직자가구는 74만7천가구 급증했다. 하지만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임금근로자가 오히려 12만4천명 증가했다. 무직자가구의 증가폭도 21만6천명에 그쳤다. 이런 차이는 가계동향조사가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비해 최하위계층의 소득감소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소득격차와 최하위층 소득에 관해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가 나온 1차적 책임은 부정확한 가계동향조사에 책임이 있다. 하지만 전후 사정이 드러난 뒤에도 보수언론이 여전히 “소주성 실패”는 물론 “통계조작” 주장까지 펴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다.

정부 정책에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 계속 악화하는 것은 한 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은 2018년 감소세(-1.4%)로 전환했고, 2019년에는 감소폭(–8.1%)이 더 커졌다. 정부도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탄력근무제 확대 등 주 52시간제 보완대책을 시행했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항구에 무사히 도착하려면 우선 진로가 정확해야 한다. 또 항해 중에 만나는 많은 암초와 급류를 피해야 한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방향과 운용 모두 중요하다. 소주성의 방향이 옳다는 것은 코로나 위기가 확인시켜 주었다. 하지만 정책 운용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남은 임기 2년까지 포함해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정책 방향이 옳아도 운용에서 좋은 성과를 얻지 못하면 국민의 박수를 받기는 힘들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소주성을 내놓은 배경에는 소수 재벌에 의존한 기존의 성장정책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경제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소주성은 분배 일변도가 아니라 성장과 분배의 병행 추진을 강조한다. 소주성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고히 자리 잡기 위한 조건은 분명하다. 벤처·중소기업 중심의 혁신성장 정책과 맞물려 재벌이 아닌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그런 성과는 분명치 않다. 

보수가 소주성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 때문이다. 보수진영은 2008년 대선에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했던 1998년~2007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매도했다. 결국 그것이 적중해 ‘친기업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내세운 이명박 후보가 승리했다. 보수는 ‘소주성 실패론’이 성공하면 2022년 대선에서 또다시 ‘잃어버린 5년’을 슬로건으로 내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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