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 케이블TV(SO) 방송사 KCTV제주방송(대표이사 회장 공성용)이 직원들 인사 평가에 자사 상품 이용도를 일괄 반영해 사내 안팎에서 논란이다. 특히 대표이사가 이를 전하면서 “이후 모른다고 하면 벌 받을 것”이라거나 “당신이 좋아하는 KT·SK·LG(경쟁회사들)에 입사하면 된다”라고 밝혀 사주의 강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 회장은 지난 4월20일 직원들에게 “4월4주차 CEO 메시지 ‘회장님 말씀’”을 전하며 “경제 어려움에 대처코자 하는 비상경영체제에 동참해줄 것을 부탁드리면서 현재 사우님들 사용하는 회사상품에 대한 아쉬움과 배신감을 털어놓고자 합니다”고 운을 뗐다. 이 CEO 메세지는 매주 전 직원 책상에 배포하며 사내방송으로도 발표한다.

문서엔 직원들의 자사 상품 이용도가 낮다는 지적이 담겼다. 공 회장은 “먼저 회사 최고 책임자로서 회사 상품에 대한 애사심을 심어주지 못한 제 잘못을 인정합니다”며 “한번 더 회사 상품을 소개합니다. ‘오늘 이후로는 모른다고 하지 마세요. 벌 받을 것입니다’”라고 썼다.

▲KCTV제주방송 CI.
▲KCTV제주방송 CI.

공 회장은 이어 방송과 통신 분야의 상품 목록을 열거한 후 “반드시 금액도 외우세요. 다음 월례 회의 때 필기시험 칠 수도 있습니다. ‘인사, 급여 반영합니다’”라고 밝혔다. KCTV는 인터넷 회선, 케이블TV 상품, 알뜰폰 등을 주로 판매하고 있어서 통신3사와 IPTV와 경쟁관계다.  

자사 상품 이용도를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는 말은 반복해서 나왔다. 공 회장은 “사우님 칼에는 칼, 주먹에는 주먹, 돈에는 돈으로 갚아야 합니까? 저도 그렇게 할까요? 당신의 진급, 급여인상, 성과급, 인사, 지금 당신의 이익 10배 이상 좋게 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노동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저는 어떻게 할까요?”라고 덧붙였다.

직원들이 불쾌감을 느낀 부분도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속옷은 KT, SK, LG 옷을 입고 차에서 KCTV 잠바 갈아입느라 얼마나 번거로웠습니까? 당신이 좋아하는 제품 회사에 다니지 못해 얼마나 괴로웠습니까? KCTV 다니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창피했습니까? 참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이제 원망치 않겠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KT, SK, LG에 입사하면 됩니다. 제가 추천서 써드리겠습니다”는 부분이다.

공 회장은 이어 ‘추천서’를 달아 “○씨는 KCTV에 근무했습니다. KCTV에서 받은 급여로 귀사의 상품을 애용해 귀사는 그 돈으로 KCTV 고객을 빼앗아 갔습니다. 이 자는 이렇게 귀사의 큰 공을 세운 자입니다”라고 썼다.

이용도는 실제 고과에 반영됐다. 이달 개국기념일에 지급된 성과급이 이용 실적에 따라 차등지급됐다. KCTV가 판매하는 알뜰폰이나 인터넷 회선 등을 개통하지 않은 직원들이 개통한 직원보다 낮은 급여를 받은 것. 사내에선 향후 발표될 승진 평가에도 이용 실적이 반영된다는 추측이 나돌았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고과 반영이 ‘강압’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일부 조직 문화도 도마에 올랐다. 매월 한 번씩 열리는 ‘사내 예배’다. KCTV는 둘째주 목요일마다 지역 목사를 초청해 대강당에서 1시간 가량 예배를 진행한다. 한 전직 직원은 이와 관련 “100명이 넘는 전 직원이 참여한다. 자율이라곤 하지만 빠지는 직원은 거의 없다. 불교·천주교를 믿는 직원들까지 참여한다”며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특송(특별찬송) 노래 공연도 하는데 여기에도 빠지는 직원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강압 논란과 관련해 공대인 KCTV 사장은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건 오해다. 수개월 동안 이용 조사를 했는데 진행할 과정에 대해서도 직원 대부분 동의를 받았다. 왜 사용을 안하는지 등을 물으면서 개선이 필요한 지적도 청취하는 등 수많은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공 사장은 또 “성과급에 반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상황이지만 공로를 인정해드리려고 한해 급여의 10% 규모로 성과급을 모두에게 지급했고 이용도가 높은 직원들에게 조금 더 드렸다”고 밝혔다. “자사 상품을 사랑해주는 직원들이 있는데 이게 예의라고 생각도 했다”며 CEO 메시지와 관련해 “회장님의 표현이 과한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이 문제로 보였을 수 있다”고 답했다.

사내 예배와 관련해 공 사장은 “원칙적으로 자율참석이 맞다. 오랜 사풍으로 유지돼 온 것인데, 현재 개선되고 있다. 사회가 변하는 속도에 조금 못 미친게 있지만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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