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SBS에 대한 최다액출자자를 TY홀딩스로 변경해달라는 태영건설 측 요구를 승인 보류한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배주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과 SBS 경영진에 “TY홀딩스 체제는 백해무익한 지배구조”라고 재차 비판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21일자 노보를 통해 “윤 회장 개인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TY홀딩스가 생김으로 해서 SBS 핵심 자회사들은 기존에 없던 법적 규제 대상이 되고 강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대주주 사익을 위해 SBS에 엄청난 출혈을 강요하는 일이다. TY홀딩스 체제는 조합원 임금과 생존권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백해무익한 지배구조”라고 주장했다.태영그룹이 올 6월 안으로 추진하려는 TY홀딩스 체제는 태영건설을 투자 사업 부문의 ‘㈜TY홀딩스’와 건설 전문 사업회사 ‘태영건설’로 인적 분할하는 계획이다. TY홀딩스가 자회사 관리 역할로서 현 SBS 대주주인 SBS 미디어홀딩스(SBS 지주회사로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SBS 지분 36.92% 소유)를 지배하면 ‘옥상옥’ 지주회사 구조(‘TY홀딩스→SBS미디어홀딩스→SBS’)가 된다.

SBS가 머리 위에 지주회사 2개를 얹는 꼴로 현 공정거래법을 보면, 새 지주회사 체제에서 손자회사가 되는 SBS는 증손회사인 SBS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방송광고판매대행법 등 방송사 지분 소유를 제한한 법과 충돌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언론노조 SBS본부가 “자회사들을 전부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SBS 제작, 판매, 유통 등 전 분야가 타격을 입고 수익 구조가 망가져 회사 존망이 불투명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까닭이다.

▲ 서울 목동 SBS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서울 목동 SBS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또 다른 쟁점은 태영건설 자산 규모와 SBS 매각설이다. 지난해 말 태영건설 자산규모는 9.2조원을 넘어섰다. 방송법은 재벌 등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통한 여론 독점을 막기 위해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기업은 지상파 방송사 지분의 10%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태영건설 자산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춰보면 올해 말 10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BS 매각설’이 계속 보도되는 이유다.

그동안 SBS는 “대주주는 SBS 매각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SBS 자회사 지분 관계 등은 향후 2년의 법적 유예 기한 동안 합리적이고 합법적 방식으로 SBS에 전혀 문제없도록 조치할 예정”이라며 노조 주장을 반박해왔다. 지난 19일 방통위에 출석한 윤 회장 등도 “(자산규모가) 10조원이 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방통위는 ‘SBS미디어홀딩스 최다액출자자 변경에 관한 사전승인에 관한 건’ 의결을 보류했다.

방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19일) 의견 청취 과정에서 TY홀딩스 신설이 지상파 방송사인 SBS의 공적 책임·공정성·공공성을 훼손시키지 않아야 하고 SBS 미래 수익을 악화시키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방통위 판단에 언론노조 SBS본부는 “TY홀딩스로 인해 빚어질 SBS 미래에 대한 우려를 선동이라고 공격해온 사측의 억지와 달리 규제 당국조차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TY홀딩스 이슈가 올 연말 예정인 SBS 재허가 심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 봤다. 이들은 “만일 방통위가 사전승인심사에서 불허했는데도 TY홀딩스를 강행한다면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SBS 방송과 수익, 사업구조, 재무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을 지배구조 변경 방안과 구성원과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소유·경영 분리 방안을 대주주가 제시하지 못하면 재허가에 치명적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2004년 SBS 재허가 파동 후 지주회사인 SBS 미디어홀딩스 설립 당시 방통위의 사전승인 없이 주식을 처분하지 않겠다는 이행각서를 제출한 바 있다. SBS 미디어홀딩스 대주주가 태영건설에서 TY홀딩스로 바뀌는, SBS 지배구조에 변화가 발생하면서 각서에 따라 방통위의 사전승인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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