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이른바 ‘한명숙 뇌물수수 사건’ 재조사를 주장하고 나섰다. 재심보다는 7월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대상으로 검토할 수 있지 않겠냐는 방향에 가깝다. 여권이 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검찰에 대한 ‘압박용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 2015년 대법원 판결로 징역 2년형 확정, 2017년 옥살이를 마쳤다. 재조사 주장 근거는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의 ‘고 한만호 비망록 단독 입수’ 보도다. 한만호 전 한신건영 사장은 ‘한명숙에게 9억원의 정치자금을 줬다’는 진술을 번복했고 검찰의 강압수사를 주장했던 인물이다. 재판 당시 법정에 검찰 측 증거로 제출됐던 그의 ‘비망록’을 뉴스타파가 입수해 보도했다. KBS는 21일 “(진술) 스토리는 검찰과 저희가 만든 시나리오”라는 한씨의 생전 육성 인터뷰를 공개했다.

22일자 한국일보(법조계 “한명숙 사건 재조사·재심 근거 약해”)는 “재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당시 수사팀이 한씨를 회유 또는 협박해서 진술을 받아낸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재심을 받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2018년 출소 직후 숨졌기 때문에 비망록에 담긴 주장을 뒷받침할 신빙성 있는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재조사나 재심이 거론되지 않은 점도 여권 입장에서는 불리한 사정”이라 보도했다.

▲ '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 '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공수처 출범 후 재조사 방안에 대해서는 “이마저도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강압수사 의혹이 제기된 당시 수사팀을 공수처 수사 대상으로 삼아 사건을 다시 살펴보자는 논리인데,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출범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당시 모든 대법관들이 살핀 증거로 확정된 사안을 가지고 집권 여당이 공수처 수사를 거론하는 것은 총선 압승에 따른 자신감으로 비칠 수 있다”는 현직 판사 주장을 전했다.

한국일보는 다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전날 국회에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실제 강압이 있었는지를 살피는 법무부 차원의 진상조사는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한 변호사는 ‘법무부 진상조사단 정도가 큰 논란 없이 가능한 마지노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했다.

서울신문(한명숙 사건 재심은 ‘바늘구멍’ 여권 공수처 카드는 효과 의문)도 재심 가능성은 낮게 봤다. “새 증거가 나왔더라도 무죄가 인정될 만큼 명백해야 하지만 ‘한만호 비망록’은 이미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에서 다뤄졌던 사안이다. 이에 여권에서도 재심이 아닌 재조사나 공수처 조사를 꺼내 들며, 당시 검찰 수사부터 문제 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어 한 전직 검찰 간부 입을 빌려 “여당의 목적은 판결을 뒤집는 것보다 정치적으로 ‘한 전 총리가 억울하다’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것 같다” “여당이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셈”이라는 비판을 전했다.

▲ 5월22일자 서울신문 6면 기사.
▲ 5월22일자 서울신문 6면 기사.

서울신문 사설(‘한명숙 사건 억울’, 검찰 압박 말고 재심 청구하라)은 “정부여당은 한 전 총리가 검찰의 강압수사와 사법농단의 피해자임을 강조하는데, 그토록 경계하라고 주문했던 오만과 독선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정부여당이 한 전 총리에 대한 정치적 부채 때문에 이런 무리수를 둔다면 이 또한 문제다. 숱한 국민이 검경의 강압수사와 법원의 무심한 판결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그들에 대한 구제가 없이 제 식구를 먼저 챙기는 것이 집권여당의 옳은 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17년 동안 살인강도 누명을 쓴 채 감옥살이를 한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사건 당사자들은 2016년에야 박준영 변호사를 만나 재심에서 무죄를 받고 가까스로 명예를 회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그 진실규명의 과정에서 어떤 도움을 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이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여당에 안긴 것은 코로나19 극복과 경제위기 타개에 매진하라는 일종의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 할 수 있다. 개헌이나 ‘한명숙 살리기’ 등으로 헛심을 써서는 안 된다. 한 전 총리의 명예가 소중하다면 재심 청구를 통해 진실을 다시 규명하면 될 일”이라 당부했다.

조선일보(한명숙 사건, 법적으로 재심 어렵자…與박주민 “공수처에서 수사”)는 “윤석열 검찰총장 압박용으로 공수처 수사를 띄우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름을 소환했다. 조선일보는 “친(親)조국 인사인 민변(民辯) 출신 김용민 당선자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한 전 총리 사건 조작 의혹은 검찰이 제대로 (재)수사를 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사안이므로 공수처나 특검에서 수사해야 한다’ 했다”고 전한 뒤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총리 사건은 특수부 검사들이 주도했고 윤 총장과 가까운 검사도 여럿 포함됐다’며 ‘이들 이름이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오르내리면 윤 총장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은 ‘거리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한씨 비망록 내용보다 한씨가 애초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한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데다, 검찰의 진술 강요도 없었다는 것”이라 보도했다.

▲ 5월22일자 중앙일보 사설.
▲ 5월22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 사설(177석 거대 여당의 ‘한명숙 재심’ 무리수를 경계한다)은 “대법원에서 9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확정판결을 받았던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적 생명을 되살리기 위해 집권 여당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치가 사법에 개입해 범법자를 양심수로 둔갑시킨다면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여당은 177석의 힘을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으로 검찰과 법원을 압박하기 위해 무리하게 한명숙 재심 카드를 휘두를 경우 여론의 강한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 사설(여권의 한명숙 유죄 뒤집기 시도, 법치 파괴 아닌가)은 “‘친노 대모’로 꼽히는 한 전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라고 한다. 한 전 총리 구명운동 배경에 부당한 수사와 재판 피해자라는 걸 부각시켜 특별사면의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이 177석이라는 숫자의 힘만 믿고 뇌물 사범을 무리하게 양심수로 만들려고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아래는 22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월 소득 격차 더 벌어졌다
국민일보: 택배·캐디 연내 적용 전국민 고용보험 윤곽
동아일보: 美 “비핵화 보조 맞춰야” 한미 ‘5·24조치’ 냉기류
서울신문: 발의 건수 열 올린 의원님들 10건 중 6건 쓰레기통으로
세계일보: 코로나에 지갑 닫고 분배격차 더 커졌다
조선일보: 정대협 만든 윤정옥 교수 “윤미향, 할머니에 못할짓”
중앙일보: 코로나 만난 소주성, 양극화 깊어졌다
한겨레: 여당 “국회·권력기관·교육, 3대 개혁”
한국일보: 中 때려야 대선 이긴다, 세계가 ‘트럼프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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