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가 지난 20일 “정부가 남성의 ‘야동’ 볼 권리를 박탈한 결과 ‘n번방’ 사건이 출현했다”고 주장하는 논설고문 칼럼을 실었다. 성구매나 ‘야동’ 시청을 남성의 권리로 보는 한편 불법촬영‧유포되거나 성착취를 담은 영상을 ‘야동’으로 치부해 가해자 중심 관점이란 비판이 나온다.

문화일보 이신우 논설고문은 ‘오후여담’ 코너에 “‘야동’ 볼 권리”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이신우 논설고문은 이 칼럼에서 정부 당국의 성폭력‧불법촬영물 유통 차단이 ‘야동’을 볼 권리를 박탈하는 조치라고 주장하면서 그 풍선효과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일어났다고 썼다. 오후여담은 문화일보 논설위원들이 돌아가며 쓰는 일일 칼럼 코너 이름이다.

해당 칼럼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언급하며 시작한다. 법 시행에도 성매매가 사라지지 않았고 ‘디지털화’하기 시작했다며 “고급업소를 갈 만한 여력도 없거나 디지털에도 문맹인 사회적 약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차별까지 감수해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야동’”이 이때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썼다.

▲문화일보 5월20일자.
▲문화일보 5월20일자.

이 논설고문은 “정부 내의 성인군자들은 이마저 허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2019년 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갑자기 불법도박이나 불법음란물을 유통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을 밝혔다.” 이 고문은 “햇볕을 차단하면 곰팡이가 피게 마련 아닌가”라며 “아마도 가장 큰 폐해는 ‘n번방’류의 출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설고문은 칼럼 끝 무렵 최근 국회 통과를 앞둔 텔레그램 성착취 방지법을 겨냥해 “개인의 사적 자유와 기업 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이 법은 인터넷사업자에게 불법 음란물을 색출하거나 접속 차단의 의무를 부과한다. 이를 실효화하기 위해 해당 사업자는 매년 방송통신위원회에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톡에서 친구들끼리 야동을 주고받거나 비공개 블로그에서 혼자 감상하는 등의 행위가 모조리 밖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정부 당국이 성매매특별법을 시행하거나 ‘불법음란물’을 차단 조치해 남성의 성욕을 풀 자유를 침해했고, ‘n번방 방지법’도 유사한 결과를 낳으리라 우려하는 내용이다. 여성인권 활동가들은 이 칼럼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낳은 가해자 중심의 시각을 재유포한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칼럼은 성구매나 ‘야동’ 시청을 남성의 당연한 욕구이자 권리라 전제해 비판을 받는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칼럼이 말하는 모든 권리의 주체가 남성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에 따라 남성의 성욕을 당연하고 존중받아야 할 것으로 여기고, 이를 위해 여성은 착취돼도 된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미지. 그래픽=안혜나 기자.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미지. 그래픽=안혜나 기자.

“야동”이란 단어 사용이 시대착오적이란 비판도 나왔다. 그간 온라인에 유포된 비동의‧성착취 영상물을 ‘야동’으로 치부해온 인식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낳은 배경이란 점을 간과했다는 면에서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김여진 활동가는 “그간 우리가 ‘야동’이라 부른 대상은 단순히 ‘섹시한 영상’이 아니라 피해자가 존재하는 성범죄물이었다. 피해자가 동의했더라도 온라인그루밍에 의한 행위라면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제정을 논의하고, 여성이 어떻게 취약한 상황에 놓였는지를 포괄하려 ‘성착취’란 용어를 쓰는 상황에 야동이란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칼럼이 ‘n번방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잘못 이해했다는 지적도 있다. 칼럼은  개정안이 통과하면 1대1 대화방 내용이 감시와 규제 대상에 놓이는 것처럼 표현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 설명은 다르다. 방통위 최성호 사무처장은 지난 14일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나 유통방지 조치 의무를 부과할 대상에 문자, 비공개 톡방 대화, 이메일은 관리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 활동가는 “결국 촬영물을 보는 관점이 잘못된 나머지 성착취를 방지하려는 규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가혹한 처사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글은 여성의 성에 대한 권리 이야기는 하지 않는데, 여성의 성욕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해소되려면 무엇보다 안전한 사회여야 한다”며 “칼럼이 말하는 성적 자유가 어떤 집단만의 성인지 따져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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