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5월 부분 개편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내부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콘텐츠 전략 없는 편성 전략은 공허하다는 지적이다.

MBC는 오는 25일부터 주중 교양 프로그램과 일부 주말 예능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밤 9시대 월화 드라마가 전파를 탄다. 일요일 뉴스데스크는 30분으로, 토요일 뉴스투데이는 20분으로 대폭 준다. 빈 자리는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와 통일전망대로 채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는 21일자 노보를 통해 이 같은 편성이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과 방송시간 연장을 앞두고 보도 부문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한 뒤 “또다시 전례 없는 파격적 편성의 실행 단추가 눌러졌다”고 했다. 민실위는 “그 배경에는 메인뉴스 이후 프로그램 개수를 줄여 제작비를 절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MBC는 뉴스데스크를 기존 오후 8시대로 복귀시키고 현재 80분 편성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MBC 내에서는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메인뉴스를 편성하고 평일 드라마를 다시 오후 10시대로 이동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실제 MBC 측은 “경영적 판단에서 제작비나 비용을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고, 뉴스데스크 편성 역시 그 고민의 일환”이라고 개편 방향을 설명한다. 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과 뉴스 편성 확대 여부는 6월 안에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민실위가 이처럼 우려하는 까닭은 잦은 편성 개편에 있다. MBC는 지난해 3월 평일 뉴스데스크 시작 시간을 오후 8시에서 30분 당겨 ‘80분 편성’으로 개편했고, 그해 5월에는 평일 미니시리즈 시간대를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이동했다.

드라마의 경우 안판석 PD가 연출한 ‘봄밤’이 시청자 호응을 얻으며 초반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왔으나 ‘웰컴2라이프’, ‘신입사관 구해령’ 등은 부진했다. ‘밤 9시 드라마’ 전략 약발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실위는 “지난해 단행됐던 파격적 편성 실험이 불과 1년 만에 폐기되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7시 반으로 이동한 뉴스가 온·오프라인에서 이슈를 선점할 수 있고 9시 드라마가 10시대 드라마보다 비교 우위를 가질 거라던 그간의 설명과 분석은 왜 뒤집혔는지 지난해 개편 성패는 무엇이고 새 편성에는 어떤 전망이 담겨 있는지 책임있는 설명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뉴스를 만들 것인지보다는 어떻게 늘어난 시간을 채울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박성제 MBC 사장은 지난 4월 사내에 “사원들께 일방적 고통 분담만을 호소하지 않을 것”이라며 “새 희망과 비전을 준비할 것이다. 이를 위해 많은 전문가들을 만나 조언을 듣고 있다. 취임 6개월쯤 되면 사원 여러분 앞에서 사장이 직접 구체적 비전을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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