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 눈으로 본 한국 방송사의 5·18 40주년 보도는 어땠을까.

양첸하오 대만 프리랜서 기자는 지난 19일 연합보 인터넷판 국제뉴스웹사이트 ‘UDN GLOBAL’에 비평 보도 두 편을 기고했다. 1부에서는 KBS·MBC·SBS 보도를 비평했고 2부에서는 JTBC 보도를 주목했다. 대만 3대 일간지로 꼽히는 연합보는 보수 성향이나 인터넷판인 ‘UDN GLOBAL’은 진보적 색채가 짙다.

양첸하오 기자는 UDN GLOBAL 기사에서 지난 18일자 지상파와 JTBC 등 국내 언론이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40주년 기념식을 생중계하고 방송사 메인뉴스들이 광주에 현장 부스를 차려 특집 보도를 이어갔다는 사실을 전했다.

양첸하오 기자는 MBC 뉴스데스크가 5·18 직전 체포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수감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며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은 1980년 5월17일 계엄령을 선포했다. 모든 대학에 휴교령이 내려졌고 모든 집회는 금지됐으며 언론 검열이 시행됐다. 전라도에서 태어난 김대중이 체포된 후 시위는 더 격렬해졌다”고 전했다. 5·18 당시 국내의 엄혹한 시국을 소상히 전달한 것이다.

이 밖에도 양첸하오 기자는 SBS 8뉴스가 5·18 현장을 지휘했던 안부웅 전 11공수여단 61대대장을 다시 찾는 등 발포 명령자를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 KBS 뉴스9이 보도를 통해 5·18 당시 KBS 광주 건물이 시민들의 방화로 불탔던 사건을 강조하며 40년 전 자사 보도를 반성했다는 사실 등도 세세하게 전했다.

▲ 양첸하오 대만 프리랜서 기자는 지난 19일 연합보 인터넷판 국제뉴스웹사이트 ‘UDN GLOBAL’에 비평 보도 두 편을 기고했다. 1부에서는 KBS·MBC·SBS 보도를 비평했고 2부에서는 JTBC 보도를 주목했다.  사진=UDN GLOBAL 홈페이지 갈무리.
▲ 양첸하오 대만 프리랜서 기자는 지난 19일 연합보 인터넷판 국제뉴스웹사이트 ‘UDN GLOBAL’에 비평 보도 두 편을 기고했다. 1부에서는 KBS·MBC·SBS 보도를 비평했고 2부에서는 JTBC 보도를 주목했다. 사진=UDN GLOBAL 홈페이지 갈무리.

양첸하오 기자의 두 번째 칼럼은 JTBC 특집 보도였다. 양첸하오 기자는 이 칼럼에서 지상파 3사 메인뉴스가 5·18 아이템을 30분여 보도했던 것과 달리 “JTBC는 22건의 기사와 1시간 이상 5·18 광주를 다뤘고 당시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발굴했다”고 평가했다.

JTBC 전신인 TBC의 40년 전 5·18 기록 영상 보도 등도 비중 있게 소개됐다. 양첸하오 기자는 “5·18 광주가 벌어진 지 반년 만에 전두환은 수많은 언론 매체를 통제하기 위해 미디어 통폐합 정책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양첸하오 기자는 21일 통화에서 “지상파와 JTBC 모두 깊이 있는 5·18 40주년 보도를 선보였다”면서도 “그 가운데서도 JTBC가 돋보였다. 단독 증언, 전문가 해설, 피해자와 목격자 인터뷰뿐 아니라 오프닝 타이틀 동영상까지 이목을 끌었다”고 평했다.

그는 “JTBC는 국가폭력 사건을 왜 우리가 주목하고 새롭게 이해해야 하는지 보도 목적을 잘 드러냈다”며 “내용뿐 아니라 오프닝, 스튜디오 등 화면표현 방식도 뛰어났다”고 극찬했다.

양첸하오 기자는 “오늘의 뉴스는 내일의 역사”라며 “40년 전 역사인데 한국 방송사들은 계속 추적하고 있다. 새로운 내용을 발굴하려는 기자들이 대단하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에도 한국처럼 독재정권의 국가폭력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희생당한 이들을 추모하는 기념일이 찾아와도 방송사들은 1~2개 리포트 소개만 할 뿐 새로운 팩트를 발굴하거나 책임자를 문책하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대만 언론과 기자들이 지금 한국언론의 50%만 했다면 대만의 국가폭력 진상규명과 과거청산이 순조로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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