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도너츠를 운영하는 한수환입니다. 남악 영산초등학교 지나서 코아루 사거리에 있습니다. 목포에 딱 한 군데밖에 없어요. 전라도를 통틀어 두 군데 있는데 정도너츠 목포 남악점입니다.”(한수환 정도너츠 사장)

“신안군 팔금면에서 남양마트를 운영하는 서현정입니다. 저희 가게 물건들은 다 싱싱하고 맛있어요. 장사하기에는 인구수가 너무 적고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그러나 먹고 살기에는 큰 지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서현정 남양마트 사장)

▲목포MBC ‘낭만항구’는 지난해 5월27일 “내 가게를 가져보니”라는 제목으로 신안군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서현정 사장(맨 오른쪽)과 도너츠 가게를 운영하는 한수환 사장(맨 왼쪽)을 인터뷰했다. 사진=낭만항구 유튜브화면 갈무리.
▲목포MBC ‘낭만항구’는 지난해 5월27일 “내 가게를 가져보니”라는 제목으로 신안군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서현정 사장(맨 오른쪽)과 도너츠 가게를 운영하는 한수환 사장(맨 왼쪽)을 인터뷰했다. 사진=낭만항구 유튜브화면 갈무리.

‘낭만항구’ 콘텐츠 시작은 항상 출연자가 나와 자신을 소개한다. 이들은 모두 전라남도에 살고 목포MBC를 시청하는 지역민들이다. 빵집·중국집·슈퍼마켓 사장부터 수협·신협·농협 관계자,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까지 전라남도 지역민이라면 누구나 낭만항구에 출연할 수 있다.

목포MBC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약 4만2000명이다. 지난해 5월 낭만항구를 시작하면서 구독자가 2만명 넘게 늘었다. 휴일을 제외하고 매주 오후 4시 시청자를 찾아간다. 낭만항구에 집중하려고 저녁 뉴스도 폐지했다. 대신 낭만항구 시작 첫머리에 지역 뉴스도 전한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9일 낭만항구 기획자 박영훈 목포MBC 기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 ‘낭만항구-지역방송살리기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1년이 갓 넘었다. 기획 의도가 무엇인가.

“지상파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청자와 직접 소통하고 싶었다. 지역방송은 시청자가 좋아해야 한다. 시청자가 아끼고, 챙겨주고, 사랑해주면 지역방송은 살 수 있다. 지상파는 여전히 높은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거리가 여전히 있다고 할까? 누구나 낭만항구 영상 속 주인공이 됐으면 한다. 유튜브는 지상파 방송보다 주제 선정이 자유롭다. 시청자들에게 살갑게 다가가는 게 훨씬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 평일 오후 4시 한 시간 넘게 방송한다.

“매일 찾아감으로써 친근해지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방송시간은 10분 해도 되고 편집해서 30분 할 수도 있다. 10분 하면 알차고 편할 수 있는데 유튜브 특성상 길게 방송하는 게 수익에 유리하거니와 가급적 길게 해보고 싶었다. 보통 지역방송 기자 수는 6~7명이다. 기자 둘이 진행한다. 뉴스 제작을 마치고 오후 4시면 방송이 가능했다. 보통 지역뉴스가 오후 5시~6시30분에 방송되는데 목포MBC는 낭만항구에 집중하려고 현재 저녁뉴스를 하지 않고 있다.”

▲지역 유튜브채널 목포MBC는 ‘낭만항구’ 콘텐츠를 통해 지역민 후원을 받고 있다. 박영훈 목포MBC 기자(오른쪽)가 지역민 후원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낭만항구 유튜브화면 갈무리.
▲지역 유튜브채널 목포MBC는 ‘낭만항구’ 콘텐츠를 통해 지역민 후원을 받고 있다. 박영훈 목포MBC 기자(오른쪽)가 지역민 후원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낭만항구 유튜브화면 갈무리.

- 수익은 어디서 나오나.

“지역방송사는 전부 힘들다. 결국 ‘재원’ 이야기다.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다. 지상파는 재원을 모두 광고에 의존한다. 광고 안에 규제가 굉장히 많다. 우리는 일반 광고가 아니라 시민의 자발적 후원을 받는다. 이와 관련 소액 광고나 후원 방식을 도입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작은 가게 하시는 분들이 자기 가게를 알리고 싶어도 알릴 방법이 많지 않다. 중국집, 빵집 등 소규모 가게들을 지상파 매체를 통해 알릴 방법을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후원 제도가 어느 정도 안착했다. 우리는 후원자들을 ‘배 띄워주신 분’이라고 부르는데 이분들을 낭만항구에 출연시키기도 한다.”

- 지역방송살리기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은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지역방송협의회 소속 현업 언론인이다. 지역방송에 대한 중앙의 정책은 불을 보듯 뻔하다. 콘텐츠 제작에 방송기금으로 수십억 원을 주는데 지역방송이 워낙 많다보니 한 회사당 1억원도 채 안 된다.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방식이라 회사 경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광고가 지상파 방송에서 뉴미디어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MBC 광고도 어마어마하게 빠졌다. 지상파는 한계에 부닥쳤다. 반면 뉴미디어 시장은 무한하게 열려있다.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 프로그램 코너를 소개해달라.

“우리는 코너가 따로 없다. 다만 이름 없는 분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평범한 이웃들 이야기 말이다. 농사짓고 고기 잡고, 누구나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도 5·18광주민주화운동이든 세월호든 손혜원 보도든 지역 관련 문제라면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보도의 경우 거의 매일 그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뉴스로도 다뤘지만 낭만항구에서 보다 더 자세히 보도했다.”

▲목포MBC ‘낭만항구’는 지난달 14일 “그 많던 고기들은 어디갔을까”라는 제목으로 박준영 신안군 수협 총무과장(맨 왼쪽)과 조성룡 신안군 수협 지도판매과장(맨 오른쪽)을 인터뷰했다. 사진=낭만항구 유튜브화면 갈무리.
▲목포MBC ‘낭만항구’는 지난달 14일 “그 많던 고기들은 어디갔을까”라는 제목으로 박준영 신안군 수협 총무과장(맨 왼쪽)과 조성룡 신안군 수협 지도판매과장(맨 오른쪽)을 인터뷰했다. 사진=낭만항구 유튜브화면 갈무리.

- 농협, 수협 등 지역 인사들이 출연해 갑오징어회를 먹으며 지역특산물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그 많던 고기들은 어디갔을까’라는 주제로 방송했다. 신안군 수협 관계자들이 출연했다. 갑오징어회를 갖고 나온 건 지금이 제철이라 시청자들에게 소개할 겸 갖고 나왔다. 지상파 뉴스가 농산물 가격 정보를 보도하지만 그 가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정됐는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낭만항구는 가게 이름, 가격 등을 다 알려준다. 예를 들어 요즘 병어 가격이 올랐다. 전라도 해역에서 잡히지 않는 탓도 있지만 병어가 몸에 좋다고 해서 중국 사람들이 많이 구매한 탓이다. 이런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 낭만항구가 목포MBC 유튜브 구독자 확보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현재 목포MBC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약 4만2000명 정도다. 낭만항구를 지난해 5월 시작했는데 시작 전 구독자가 2만여명이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2만명 이상 늘었다. 기자들이 취재를 나가 어르신들에게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 달라고 하기도 한다. 낭만항구에 출연했던 분들도 주변 이웃들에게 구독을 독려한다.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콘텐츠임은 분명하다.”

- 가장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섬에서 슈퍼마켓을 수십 년간 운영하는 사장님이 나왔을 때다. 사장님이 출연해 하루 매출 등을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했다. 섬 속에 살면 막연하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밝게 이야기하셨다. 출연자 가운데 살면서 방송사를 방문할 일이 없는 분들이 대다수다. 그분들에게는 방송사 방문 자체가 추억이다. 방송사에 온 것 자체만으로 좋았다고 말해주신다. 방송이 끝난 뒤 너무 재밌고 좋았다고도 말씀해주신다. 지역언론이라면 지역방송과 지역민의 관계까지 맺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포MBC ‘낭만항구’는 지난해 5월3일 송가인 어머니인 송순단씨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진=낭만항구 유튜브화면 갈무리.
▲목포MBC ‘낭만항구’는 지난해 5월3일 송가인 어머니인 송순단씨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진=낭만항구 유튜브화면 갈무리.

- 가장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는 무엇이었나.

“송가인 어머니인 송순단씨가 나온 방송은 조회수 1만2000천회를 넘었다. 이를 편집해 만든 영상은 조회수 23만회를 기록했다. 송가인 절친의 아버지인 명창 조오환씨 편, 미스트롯 우승자 임영웅씨가 출연한 영상 등을 많이 보셨다.”

- 채널 구독자층과 콘텐츠 구독자층에는 차이가 있나.

“채널과 콘텐츠 구독자층이 비슷하다. 지역 자체가 고령화했기 때문에 중장년층이 많다. 50대 이상의 남성분들이 많이 시청한다. 젊은 층을 어떻게 유입시킬 것이냐, 고민하고 있다.”

-지역언론사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가장 큰 고민은 이 길이 과연 정답인가라는 물음이다. 가야 하는 방향은 맞다. 미흡하고 어설프기도 하고 실수할 때도 있지만 끝까지 가볼 것이다. 그렇게 계속하다 보면, 후배들이 우리 콘텐츠를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지역 방송사들이 낭만항구 포맷을 참고해 활용해도 좋다. 궁극적으로 지역시청자들에게 지역방송이 있어야 한다고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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