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곽예남 할머니가 생전 ‘방탄소년단(BTS)’ 팬클럽이 정의기억연대에 기부한 물품을 받지 못했다는 유족 주장은 허위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21일 정의연 측이 곽예남 할머니 거주지에서 촬영한 영상엔 정의연 활동가가 곽 할머니 조카 이아무개씨, 간병인이 동석한 자리에서 할머니에게 겨울용 패딩점퍼 등 방한용품을 전달하는 장면이 담겼다.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36초 분량 영상엔 침대에 누워있는 곽 할머니와 그 앞 방바닥에 앉아있는 활동가와 간병인 모습이 찍혔다. 조카 이씨는 목소리만 영상에 담겼다. 

이씨가 “군대 위문품 같다”고 웃으니 정의연 활동가는 “여기 할머니 옷!”이라고 말하며 패딩을 곽 할머니에게 펼쳐 보였다. 이씨가 이어 “방탄소년단?”이라며 “유명하잖아요”라 말했고 활동가는 “엄청 인기 많다. 해외에서도 공연다닌다”고 답했다. 활동가는 이어 “걔네(BTS)를 좋아하는 팬클럽. 걔네가 보낸 게 아니라”며 팬클럽이 기부했다고 다시 설명했고 “전 세계적으로 모금했대요”라고 덧붙였다. 

영상에 나온 물품은 BTS 팬클럽 아미(ARMY)가 1100만원을 자체 모금해 구매한 방한용품으로 2018년 12월16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전해달라며 정의연에 기부했다. 이틀 후인 18일 정의연은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가 전국에 계신 일본군성노예제 생존 피해자들의 겨울나기 지원을 위해 지난 11월 9일부터 30일까지 3주 동안 한국을 비롯한 미국·일본·유럽·중남미 지역 팬들의 자체 모금을 통해 얻은 모금액 약 1100여만원으로 구매한 방한용품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사장 윤미향)에 기부했다“고 보도자료로 공지했다. 정의연은 기부품을 받은 지 5일 후 곽 할머니 거처를 방문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언론은 “곽예남·이용수 할머니 등 일부 피해자 할머니가 아미의 기부품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오보를 내보냈다. 중앙일보가 곽 할머니의 수양딸 이민주씨 등을 취재해 단독 보도를 썼고,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도 추가 취재 내용을 담아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5월19일 오보가 확인된 매일경제(왼쪽) 기사와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모두 현재 삭제됐다.
▲5월19일 오보가 확인된 매일경제(왼쪽) 기사와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모두 현재 삭제됐다.

 

이민주씨는 정의연이 물품을 전달한 날 곽 할머니 거처에 있지 않았다. 이씨는 곽 할머니가 2018년 8월 입양한 수양딸이다. 곽 할머니는 이보다 7개월여 후인 2019년 3월2일 향년 94세 나이로 별세했다. 이씨는 자신의 생부와 함께 2019년 11월11일 곽 할머니의 조카와 간병인 등 3명을 국가보조금과 화해치유재단 피해보상금 횡령, 이민주 명의 차량 횡령 등 혐의로 전주지검에 고발했다. 

이씨는 중앙일보 취재에 “정의연에서는 BTS 팬클럽이 기부한 방한용품을 나눔의 집 할머니들에게 줬다고 두루뭉술하게 얘기하는데 이용수 어머니와 제 어머니(곽예남 할머니)는 분명히 못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일 전주에서 열린 이민주씨 주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진실 여부를 물었으나 이민주씨는 해명하지 않았다. 서울신문, 국민일보, 뉴스1 등에 따르면 이민주씨는 “나중에 말하겠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기사에 댓글을 달았으니 찾아보라”며 답변을 피했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19일 보도 직후 정의연이 반박 자료를 공개했고 이후 수정된 중앙일보 기사 문구 갈무리. 왼쪽이 수정 전 기사, 오른쪽이 수정 후 기사다.
▲19일 보도 직후 정의연이 반박 자료를 공개했고 이후 수정된 중앙일보 기사 문구 갈무리. 왼쪽이 수정 전 기사, 오른쪽이 수정 후 기사다.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은 BTS 관련 기사를 삭제했다. 매일경제는 당일 “BTS 팬들이 기부한 패딩, 고 곽예남 할머니는 못받아”라는 제목의 보도를 냈다. 조선일보도 “BTS 팬들이 기부한 패딩… 정의연, 일부 할머니는 안줬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최초 보도 기사는 수정됐다. 중앙일보는 “확인됐다”나 “드러났다”로 단정된 문장을 “주장했다”와 “주장이 제기됐다”는 문장으로 수정하고 정의연 반론을 추가 삽입했다. 

정의연은 19일 문제 보도 후 해당 영상 갈무리 사진과 다른 할머니들께 소포로 보낸 지출 영수증을 공개하며 “기사에 대한 사과와 함께 삭제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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