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글만 쓰면 된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입니다.

서툴러도 현장에서 찍은 영상이

생생하고, 사료로서 가치도 큽니다."

1964년생인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장은 기자이면서 유튜버다. 메인 채널인 ‘김주완TV’에 올린 영상만 860여개, 구독자는 2만5700여명이다. 서브채널인 ‘김주완TV 원본영상’, ‘Food&Travel’도 운영한다. 지역의 기자회견, 토론회, 강연 등 현장을 주로 영상으로 찍어 올린다. 김해공항행 제주항공 비행기 승무원의 사투리 안내방송은 무려 700만 조회수를 넘길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김주완 국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전화 인터뷰에서 “요즘 시대에는 펜, 영상, 사진 기자 구분이 무의미하다. 기자는 글만 쓰면 된다는 생각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기자들이 현장에서 영상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지역 언론의 유튜브 현황을 언급하며 “사람을 새로 뽑고, 비싼 돈 들여 스튜디오 만들고, 유행하는 방식을 따라하면서 대박이 터지는 걸 목표로 삼는데 가성비가 나오지 않을뿐더러 지역 언론의 본질과도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2020 유튜브 저널리즘 기사 모아보기]

▲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장.
▲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출판미디어국장.

 

다음은 일문일답.

-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편집국장 재임 시절이던 2010년 채널을 개설했는데 방치됐다. 2014년 편집국장 임기를 마치고 아내와 태국 여행을 다녀오다가 제주항공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의 코믹한 사투리 안내를 영상으로 찍어 올렸는데 반응이 좋아서 놀랐다. 이후에도 자주 올리지는 않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서울 뿐 아니라 경남 창원, 진주 등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될 거 같은데 지역신문, 지역방송의 보도 비중이 작았기에 ‘내가 찍어서 올리자’고 생각했다.”

▲ '김주완TV' 제주항공 승무원 사투리 안내방송 영상 갈무리.
▲ '김주완TV' 제주항공 승무원 사투리 안내방송 영상 갈무리.

- 지역 언론의 촛불집회 보도 비중이 작았던 이유는.
“그럴 수밖에 없다. 토요일 저녁에 집회가 열렸는데 신문사 입장에서는 하루 건너 뛰고 월요일 지면에 실을 수밖에 없어서 사회면에 사진 하나 넣는 정도 비중으로 다뤘다. 지역 방송은 토요일에는 당직기자만 근무하는 체제다. 카메라 기자가 스케치하듯이 훑어서 내보내면서 짤막하게 다뤘다.”

- 촛불집회 영상은 어떤 내용이었나.
“당시 촛불집회가 평범한 시민, 학생이 3~5분 자유발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유발언을 한 꼭지씩 찍어서 올렸는데 150여개에 달했다.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찍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조회수가 작게는 수백에서 수천회, 많게는 십만, 수십만, 백만이 넘는 영상도 나왔다.”

▲ '김주완TV' 지역 집회 영상 갈무리.
▲ '김주완TV' 지역 집회 영상 갈무리.

- ‘대구출신 승무원의 코믹 안내방송’ 영상은 조회수가 700만을 넘었다. 
“이륙할 때 사투리로 방송을 하는데 재미있어서 영상을 찍었는데 앞부분을 담지 못했다. 착륙할 때 한번 더 해서 그땐 처음부터 찍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 기자 신분을 밝히고 짤막한 인터뷰를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볼 줄은 몰랐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보통은 비행기를 타면 안내방송을 사무적으로 하는데 이 분은 사투리에 유머코드 넣어서 하니 사람들이 재미있게 본 거 같다.”

- 조회수가 잘 나오는 영상을 제작하는 비결이 있나.
“‘대박 날 거야’라는 생각을 하면 꼭 틀린다. 지금까지 올린 영상 중에서 10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은 대부분 예측을 못했다. 의외의 영상들이 폭발적으로 조회수가 올라간다. 

- 당장 조회수가 안 나오더라도 꾸준히 조회수가 오르는 영상이 있나.
“예전에 광주 망월동 묘역에 가서 울고 계신 유족 한 분을 현장에서 인터뷰해서 올린 영상이 최근에 다시 조회수가 오르더라. 5·18 시즌이라서 검색 또는 추천 영상을 통해 보는 거 같다. 홍준표 당선자가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마산에서 토크콘서트를 했던 영상은 홍준표 당선자가 뉴스의 중심에 서게 되면 덩달아 조회수가 오른다.”

- 영상 아이템을 선정할 때 주목하는 점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정보로서 가치가 있느냐. 둘째, 지금 당장은 가치가 없더라도 세월이 지나면 역사적 가치가 있을 걸로 예측되느냐. 그리고 세 번째가 재미가 있느냐다. 재미를 가장 먼저 생각하면 안 된다. 지금은 밋밋한 내용일지 몰라도 10년, 20년 100년 뒤에는 중요한 기록물이 될 거 같은 영상에 주목한다.” 

- 영상촬영과 편집은 어떤 방식으로 하나. 
”촬영은 아이폰으로 한다. 편집은 촛불집회 당시만 해도 아이폰에 내장된 아이무비로 어설프게 자막만 입혔다. 지금은 아이무비에서 1차로 컷편집을 하고 키네마스터라는 어플을 통해 편집한다.“

▲ '김주완TV' 지역 촛불집회 영상 갈무리.
▲ '김주완TV' 지역 촛불집회 영상 갈무리.

- 지역 언론은 대중적인 이슈를 찾기 더 힘들지 않냐는 지적이 있다.
“지역언론에서 유튜브 하시는 분들이 대박 나는 영상을 계속 만들어서 크게 성공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어서 그런 고민을 한다고 본다. 대박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런 목표 자체를 버리고 우리가 커버하는 권역 안에서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찍어 올리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어떨까. 조회수가 몇백에 그쳐도 기록으로 남기는 데 의미를 두는 거다. 조회수, 수익은 목표가 아니라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어야 한다.”

- 지역 신문의 유튜브 채널 운영 현황을 어떻게 보나.
“대박을 터뜨리려는 강박을 갖고 있으니 큰 돈을 들여서 스튜디오를 만들고, 방송국에서 쓰는 고급 장비를 쓰고, PD와 아나운서를 채용하는 지역 신문이 적지 않다. 이러면 가성비가 안 나온다. 1명 인건비를 벌기도 힘들다. 일부는 인기 있는 유튜버 흉내를 내기도 하고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잘 나가는 포맷을 따라가기도 하는데, 김어준이니까 성공하는 거다. 지역언론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신문 기자가 영상에 도전해야 할까.
“기자는 기록하는 사람이다. 글이든 영상이든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펜 기자, 영상 기자, 사진 기자가 따로 있던 시절과 지금은 다르다. 비싼 장비 없이도, 장비에 대한 공부 없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촬영과 제작이 가능하다. 이런 시대에는 펜, 영상, 사진 기자 구분이 무의미하다. 기자는 글만 쓴다는 생각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졌다. 물론, 글도 중요하지만 영상이 훨씬 더 생생하고 1차사료로서 가치도 크다.”

- ‘원본 영상’을 올리는 채널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막상 찍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가 없거나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원본을 올려두면 필요한 사람은 찾아서 보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 만들었다. 몇 년 운영하다보니 구독자가 3000명이 넘어서 수익이 창출된다. 구독자는 적지만 일상 콘텐츠를 올리는 채널도 있다. 채널 운영을 해보니 잡탕으로 시사, 사건 사고, 맛집, 여행 등을 섞으면 사람들이 내 채널에 방문했을 때 정체성을 모르니 구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 그래서 일상 영상은 분리했다.“

-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포맷이 있나.
“내년에 퇴직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면 좀 더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영상을 찍어 올려야겠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유튜버 진용진 채널을 인상적으로 보고 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걸 취재하는 일은 저널리즘의 영역이다. 지역에서는 지역 차원에서 궁금해 할만한 게 있으니 지역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콘텐츠를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 밀양 화재 당시 경남도민일보 영상 갈무리. 163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 밀양 화재 당시 경남도민일보 영상 갈무리. 163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 끝으로 유튜브를 하기 망설이는 후배 기자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나.
“기자들이 영상을 찍는 습관이 안 들어서 아쉽다. 경남도민일보 채널에서 밀양 화재현장에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가 나타난 순간을 찍은 영상의 반응이 좋았다. 사회부 기자가 서툴게 찍었는데도 그랬다. 업무적으로 부담으로 느낄 수 있는데 기자가 녹음을 하는 순간이면 영상으로 대체해도 된다. 녹음 내용을 워딩으로 풀어 쓰는 것과 영상을 보면서 쓰는 일은 다르지 않다. 지역신문은 지역방송보다 기자 수가 많아서 오히려 유튜브에 더 유리할 수 있다. 지역방송은 기자도 적고 카메라 기자의 기동성도 떨어진다.“

- 기자들이 업무적으로 부담을 느끼기도 하고, 관성도 있는 거 같다.
“영상을 찍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편집까지 하라고 하면 더 부담스러울 거다. 그러면 기자는 영상을 찍은 다음 파일을 뉴미디어 부서에 보내고, 뉴미디어 부서에서 편집해서 올리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