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문제로 육해공군 합동 화력 훈련을 순연한 것과 관련, 북한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조선일보 보도에 국방부가 정정보도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 일부 기자들이 “적대적”, “공격적”이라고 반발하고 나서자 국방부 대변인은 기사를 정확히 쓰라고 반박하는 등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SBS 기자는 국방부 대변인의 답변 태도를 문제삼아 “말장난 하지 말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8일자 6면 기사 ‘靑 질책성 회의뒤… 軍, 합동 화력훈련 연기’에서 육해공 합동 화력 훈련 연기 사실을 전했다. 이 신문은 “연기 이유는 기상 상황 때문으로 전해졌다”면서도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최근 북한 ‘눈치 보기’ 상황이 고려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한 군 관계자가 “기상 탓으로 연기했다고 하지만 최근 청와대 기류를 보면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게 돼 버렸다”고 했다도 썼고, 다른 관계자는 “실제로 기상예보상 날씨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 “결과적으로 북한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비롯해 몇 몇 매체도 유사한 보도를 했다.

정부e브리핑 영상을 보면,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를 두고 18일 오전 열린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이 지상과 해상, 공중에 대한 지속적인 훈련 요구에 따라 각 군과 합동 차원에서 훈련계획을 의거해 연중 다양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훈련에 대해서는 기상불량으로 순연이 됐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그럼에도 마치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것처럼 군의 정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 또 과장 보도한 데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국방부는 훈련연기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일방적이고 편향된 보도를 한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군의 정상적인 조치마저도 왜곡·과장해서 군에 국민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불필요한 안보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전경웅 뉴데일리 기자는 “지금 태풍이 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기상이 엄청나게 악화된 것도 아닌데 기상 상황이라면 사실 좀 믿기지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모든 훈련을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자들이 많은 사안을 취재하지만 일부만 기사를 쓰듯이 군에서도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서 홍보여부를 결정한다”고 답했다. 그는 “비공개로 하기로 했지만 기상 상황 때문에 연기됐는데, 왜곡된 보도가 있어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태훈 SBS 기자는 “전날 군에서 설명을 안 해줬다”며 “합참이나 국방부가 ‘우리는 설명할 입장이 아니다’, '합참에 물어봐라', '국방부에 물어봐라' 그런 식으로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김 기자는 “아무 설명과 제대로 된 정보도 제공하지 않다가 이제와서 왜곡된 해석이라고 그렇게 몰아가면 국방부와 합참은 자기 역할 안 한 다음에 언론사들한테만 책임을 묻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최 대변인은 “그렇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연기 여부에 대해 (국방부에) 물어봤느냐”고 반문했다. 최 대변인은 “이 사안(취재 내용)에 대해 분명하게 말씀드렸다고 본다”며 “그러면 '기상 상황 때문에'라고 일부 보도된 부분은 어디서 듣고 쓴 것이냐”고 했다.

이어 기상 상황 관련 예비일을 두는 문제로 김 기자와 최 대변인이 대화를 주고 받다가 김태훈 기자는 국방부를 적대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굉장히 언론에 대해 적대적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 “적대적이에요”

=최현수 대변인 : “적대적이지 않습니다”

-김 기자 : “제대로 설명도 안 해놓고 당장 정정보도 한다 그래버리면 어떡합니까?”

=최 대변인 : “정확하게 보도를 하셨으면 저희가 그러지는 않겠죠”

-김 기자 : “정확하게 설명해 줬으면 여기 그런 보도 안 나갔을 것입니다”

=최 대변인 : “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정확히 설명했다고 봅니다”

영상 상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떤 기자가 “군이 훈련에 ‘군에서 확인해 줄 사안이 아니다’라 하면 이게 과연 적절한 설명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취재된 게) 나왔으면 쓸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확인 안 해주면 결국 알아서 하라는 얘기밖에 안 되고, 그래서 알아서 한 것이고, 그런데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것은 어폐가 좀 있다”고 말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 18일 오전 국방부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영상갈무리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 18일 오전 국방부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정부e브리핑 영상갈무리

 

이에 최 대변인은 “기자들이 알아서 취재를 할 정확하게는 사실에 기반해 취재해서 쓴 기사가 적절치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그는 “이 사안의 경우 비공개하기로 한 상황에서 확인을 안 해주는 게 입장”이라면서도 “다만 알아서 확인한 부분이 정확하게 나왔다면 정확하게 확인해줬겠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웅 기자는 “취재할 때 취재원을 믿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국방부가 설명해줬다면 취재원 말을 거를 수가 있을 텐데 그게 안 된 상황에서 저희가 일단 쓴 것을 가지고 이게 사실과 다르다고 하면 우리가 점쟁이도 아니고 도대체 사실 확인을 어디서 해야 되는 거냐”고 따졌다. 이에 최현수 대변인은 “최종적으로는 국방부에다 물어봐야 하는 사안이고, 취재했으면 기상 상황 이상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렸을 것이고, 그러니까 기사가 나왔겠죠”라고 반문했다. 그는 정확히 취재하는 것은 기자의 의무라고 했다.

이에 훈련을 비공개로 한 이유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하자 김태훈 SBS 기자와 최현수 대변인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말장난하지 말라는 비난도 나왔다.

=최현수 대변인 :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말씀을 드려야 될 필요를 느끼지는 못하고요. 저희가 국민 여러분들께서 아셔야 되는 부분들, 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또 홍보를 해왔습니다. 1년 내내 매시간 계획에 따라 충실하게 훈련을 하고 있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울타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김태훈 기자 : “보통 이런 경우에요.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습니다’라는 표현이 있고 ‘말씀드리기가 제한됩니다’라는 표현이 있어요. 앞으로는 좀 후자를 쓰십시다”

=최 대변인 : “언제는 제가 제한된다는 얘기를 너무 쓴다고 한번 지적하신 것 같습니다”

-김 기자 : “말씀드릴 필요를 못 느끼겠다라는 건 굉장히 공격적이에요”…“당신과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 아니에요, 지금.”

=최 대변인 : “그래도 지금 김 기자님하고 계속 대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김 기자 : “말장난하지 마시고요”

=최 대변인 : “이것은 대화가 아닐까요? 추가적인 질문 있으신가요?”

이번 훈련 연기가 청와대 가서 회의를 한 결과로 나온 것이냐는 전경웅 뉴데일리 기자의 질의에 최 대변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렸다”며 “군의 정상적인 판단에 따라서 했다”고 답했다. 청와대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도 19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틀 전에 있었던 군사훈련의 취소도 아니고 연기를 가지고 북한 눈치보기라고 한 보도에 국방부가 대응한 것으로 아는데, 만약에 취소했다면 의혹을 제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연기한 것”이라며 “날씨 때문에 (연기했고, 훈련을) 안한다면 모를까 한다는데 그렇게 쓰는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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