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는 춘천MBC에 부적절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횡령·배임과 금품수수 등을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인사가 지난달 24일 핵심 보직인 경영국장에 임명된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달 29일 성명에서 “회사 돈을 횡령하고 금품을 수수한 인물을 핵심 보직인 경영국장에 임명한 행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횡령과 금품수수는 형사 고발과 해고 사유지 승진과 보직 임명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를 이유로 언론노조 MBC본부는 김동섭 춘천MBC 사장 사과를 요구하고 담당 국장의 보직 사퇴를 촉구했지만 현재 묵묵부답이다.

신임 경영국장 A씨는 지난 2017년 1월 횡령·배임 사유로 정직6개월과 2019년 7월 제작 관련 금품 수수 문제로 감봉2개월 징계를 받았다. A씨는 18일 미디어오늘에 “개인적으로 할 말은 많고 제대로 대처 못한 면도 있지만 회사 규정에 따라 인사위가 열려 징계 받은 일은 사실”이라며 “저도 제가 경영국장에 임명되면 시끄러울 거라고 생각했고 더 무난한 후배들이 맡는 게 맞다고 이야기했으나 경영국장을 맡겠다는 후배들이 없어 이처럼 결정된 것 같다”고 밝혔다.

▲ 전국언론노조 춘천MBC 지부 조합원들이 김동섭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 전국언론노조 춘천MBC 지부 조합원들이 김동섭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제공.

그는 “나 역시도 조용하게 지내다가 나가면 편할 일이지만 자리를 맡은 만큼 현재 (회사 내 갈등) 상황을 최대한 완화하고 나가는 것이 선배된 사람으로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춘천MBC 노사 갈등은 오래됐다. 지난 2018년 1월 취임한 김동섭 사장은 내부 적폐 청산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MBC는 노사 동수로 ‘춘천MBC 사태 노사 공동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지난해 2월부터 한 달여 동안 김 사장의 적폐 청산 방해 의혹 등을 조사했다. 그해 4월 조사위 보고서를 검토한 당시 최승호 MBC 사장은 “김동섭 춘천MBC 사장에 대해 불신임할 만한 사유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2018년 노사 합의에 따라 춘천MBC 구성원들은 지난 3월 김 사장에 대한 중간평가를 진행했다. 구성원 과반은 김 사장을 불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노사는 재적 직원 3분의 2 이상이 반대하면 특별 사정이 없는 한 평가 결과를 반영해 지역 MBC 사장 거취를 결정키로 했다. 김 사장에 대한 구성원 불신임 비율이 3분의 2(66.6%)에 미치진 못했던 것. 

노승찬 언론노조 춘천MBC 지부장은 19일 통화에서 “임기 10개월 남은 김 사장이 노골적으로 귀를 닫고 구성원 견제와 감시를 외면하고 있다”며 “비리로 중징계를 받은 인사를 경영국장에 앉히는 등 선을 넘고 있다. 노조나 기자들은 회사나 지역사회 비리를 감시해야 하는 역할인데 부끄러워서 입을 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은 김 사장 입장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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