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실험하는 지자체와 솔루션 저널리즘
실험하는 지자체와 솔루션 저널리즘
[ 윤형중 칼럼 ]

미래에 반드시 주류가 되었으면 하는 두 가지 흐름을 꼽자면 ‘증거 기반 정책’과 ‘솔루션 저널리즘’이다. 정치와 미디어라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서서히 논의가 축적되고 있는 이 둘은 정책이 부재한 채 대립하는 기성 정치와 대안 없는 비판에 골몰하는 기성 언론을 성찰하고, 사회 문제를 드러내고 개선하는 정치와 언론 본연의 역할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는 꽤 여러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증거 기반 정책이란 말 그대로 효과가 검증된(최소한 근거가 있는) 정책을 시행하자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같지만, 말처럼 간단하진 않다. 정책 시행 전에 증거들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최저임금을 올리기 전에, 4대강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그 영향이 어떨지는 사전에 알기가 어려웠다. 이런 정책의 증거를 찾기 위해선 국가 전체보단 지자체 등 작은 범위에서 정책을 시행하거나, 단계적 정책 추진 등을 통해 영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최근 전국민 고용보험 논의에서 필수 인프라로 주목 받는 실시간 소득파악 시스템 등 조세와 복지 등 행정 빅데이터 구축도 증거를 확보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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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션 저널리즘이란 흔히 사회 문제보단 해결에 초점을 맞춘 보도라고 정의된다. 하지만 이 정의로 개념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의 5가지 오해를 제시하고 반박한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의 설명을 덧붙이면 언론이 기존의 비판과 의제 설정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의 해결 과정에 참여하자는 제안이다. 문제를 드러내는 것을 넘어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확인하고, 해결을 시도하는 과정을 추적, 조명, 검증하는 것도 솔루션 저널리즘의 방법이다.

언론인의 사표로 꼽히는 리영희 전 한겨레신문 논설고문은 1977년 발간한 <우상과 이성> 서문에서 “나의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그친다”고 썼지만, 지금의 다층적이고 혼탁한 공론장에서 활동하는 언론인들에겐 진실 추구를 넘어 수많은 진실들 가운데 무엇이 중요한지를 판별하고, 어떤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염두에 둔 진실 탐사가 요구된다. 언론이 제역할을 하기 위한 환경이 많이도 변한 셈이다.

[ 관련기사 : 문제 해결 저널리즘,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집중하라 ]

전세계적인 감염병 유행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도 증거 기반 정책과 솔루션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이유다. 코로나는 우리 사회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의 취약한 안전망으론 코로나 위기를 대응하기 어려웠고, 그로 인해 등장한 의제가 전국민 고용보험과 재난기본소득이었다. 기존의 사회보험이 실업 위기에 완벽하게 작동했다면, 기존 복지체계가 재난의 상황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빠짐 없이 지원했다면 두 의제는 주요 현안으로 부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의 여러 구조적 문제들은 대부분 오랜 시간 동안 문제 제기됐고, 정책 담당자나 전문가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들이다. 사회보험은 비정규직·특수고용직·영세 자영업자 등 오히려 더 절실한 이들의 가입률이 낮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 등 여러 자격 요건으로 사각지대가 상당하고, OECD 국가들 사이가 아닌 전세계적으로 따져도 산업재해, 노인 빈곤율, 자살율, 저출생 추이 등의 지표가 최악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모든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 수준과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이 최소한 OECD 평균 수준엔 이르러야 하지만, 이마저도 요원하다. 국제적인 수준에서도 유독 비중이 큰 비과세·감면 제도로 인해 세금 제도의 누진성이 훼손된 점도 증세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기 어려운 요소다. 이런 문제들은 한두 해 지적된 것이 아니었지만, 정치와 언론이 이런 문제에 무관심했고, 무능했을 뿐이다. 결국 해결 수단인 정책이 중요하고, 좋은 정책을 만들어지고 추진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증거와 솔루션 저널리즘이다.

물론 하루 아침에 증거 기반 정책과 솔루션 저널리즘이 활성화되긴 어렵다. 다만 이 두 가지를 촉진하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실험하는 지자체’를 제안하고자 한다. 중앙 정부가 재원 부담이나 국민 공감대 부족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사회 정책들을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시도하고, 그 결과를 통해 정책의 전국적 확대 및 축소·폐지 등을 결정하자는 제안이다. 특정 지자체에서 기초생활보호대상을 판별할 때 특정 연령대나 집단을 대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지원하거나, 혹은 공공 보육시설이나 공공 임대주택 등을 대대적으로 확충해보면 어떨까. 이들 중에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정책 추진엔 재원이 들어가겠지만, 비용 대비 효과를 검증할 만한 정보들도 축적될 것이고, 이 과정을 추적하고 따져보는 솔루션 저널리즘은 이전과 다른 차원의 공론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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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5-24 15:33:52
"특정 지자체에서 기초생활보호대상을 판별할 때 특정 연령대나 집단을 대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지원하거나, 혹은 공공 보육시설이나 공공 임대주택 등을 대대적으로 확충해보면 어떨까." <<< 좋은 방법이지만, 솔직히 말해 세금은 상위 10%가 대부분 낸다. 지방세 부담이 크다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고,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도 세금에 지레 겁먹어 이사할 수 있다. 사회복지는 대부분 세계적 공황 이후에 생겨났다. 세계적 방향에서 조금 더 진보적으로 정책을 만들 수 있겠지만, 너무 급하거나 극단적이면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 나는 단계적 적용과 그에 따른 시민의식이 조금씩 변해야 한다고 본다. 각 개인이 느끼는 역사는 다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