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박성제 사장과 KBS 양승동 사장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초청받아 헌화와 분향을 했다. 청와대는 이들이 온 것은 용서와 화해의 의미에서 5·18 단체가 초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전날 광주 전남도청에서 열린 기념식에 MBC KBS 사장이 온 것과 관련해 “이 두 사장이 주요 방송사 사장 자격으로 초청돼 온 것이 아니다”라며 “5·18 단체가 초청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왜 이 단체에서 초청했느냐”며 “5·18부터 27일까지 광주MBC가 불탔고, KBS 광주방송국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쟁지도부 시민군 대변인 고 윤상원씨가 왜 내신이 아닌 외신기자회견을 했겠느냐, 보도통제 때문”이라며 “MBC KBS 사장을 초청한 것은 용서와 화해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방송에서 KBS 뉴스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진심으로 왜곡보도에 사과했다며 “그것이 하나의 모델이고, 진실고백의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진실을 고백하면 용서받을 수 있고 화해로 나아갈 수 있다는 프로세스를 밝힌 것과 관련해 “이 프로세스가 남아공의 진실화해위원회 모델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남아공 진실화해위의 경우 1995년 12월부터 1998년 7월까지 아파르트 헤이트 당시 국가범죄 인권침해 행위를 조사했는데, 당시 7000명 넘게 조사해 상당수 처벌받았으나 849명이 진실고백과 화해에 해당하는 사면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조사는 1960년부터 자행한 사건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공소시효가 없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오늘의 패배가 내일의 승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한 대목을 두고 강민석 대변인은 당시 계엄군이 진압에 들어오기 직전인 5월26일 기자회견을 했던 항쟁지도부 대변인 고 윤상원 열사가 외신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을 대통령이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열사는 다음날 새벽 계엄군이 전남도청을 공격할 때 총에 맞아 숨졌다. 당시 발견된 윤 열사의 시신에서는 3도화상, 자상까지 났다. 강 대변인은 “그의 절규에 40주년 기념사에서 대통령이 응답했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은 윤 열사와 (노동운동가이자 들불야학 교사인) 고 박기순 전남대생의 영혼결혼식에서 나온 노래”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제5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5·18민주묘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가 양승동 KBS 사장, 맨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박성제 MBC 사장이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제5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5·18민주묘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가 양승동 KBS 사장, 맨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박성제 MBC 사장이다. 사진=청와대

 

진실을 얘기하면 용서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 가해자를 밝히면 사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의미냐는 한 기자의 질의에 청와대 관계자는 “답을 하기는 너무 이르다”며 “무엇보다 가해자가 보이고 있는 태도가 진실을 고백할 자세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두환 측의)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 ‘(사실이 아닌데) 뭘 사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고, 지만원씨는 여전히 ‘폭도들의 폭동’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계속 하고 있다”며 “국회도 5·18 역사왜곡을 처벌하는 법률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있으니 이 법안 제정후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어제 문 대통령이 기념식을 하면서 입술이 부르텄다는 것과 관련해 강민석 대변인은 “많은 사람이 피곤해서라고 하는데, 문 대통령은 ‘피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그 이유에 대통령은 당신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코로나 비상대응 시기가 길어져 지친게 아니냐는 댓글이나 반응이 많았는데, 불철주야 매진한 것은 맞지만 피로함을 호소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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