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일명 ‘n번방 방지법’에 대해 스스로 무용한 법이라는 점을 고백했다는 중앙일보 기사에 “n번방 법은 무해한 법임과 동시에 반드시 처리되어야 할 꼭 필요한 법”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방통위가 최근 설명자료를 냈던 ‘n번방 방지법’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대안으로 나온 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으로, 포털과 SNS 등 부가통신사업자가 성범죄물 유통을 방지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의 징역,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중앙일보는 18일자 ‘현장에서’ 코너를 통해 해당 법안을 두고 “방통위가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 내놓은 답변 내용에 따르면 n번방 방지법은 n번방 사건을 막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중앙일보는 법안이 △n번방 같은 텔레그램 비밀 채팅에 적용되지 않는다 △성범죄물 초기유출을 막을 수 없다 △해외사업자에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과방위 법안 통과를 가리켜 “결국 아무것도 안 했다는 말 듣지 않게 면피나 하자는 식으로 의원들이 법안 일부만 손을 봐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18일자 '현장에서' 코너.
▲중앙일보 18일자 '현장에서' 코너.

방통위가 n번방 법안이 사적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 무해한 법이라는 점을 해명하려다 n번방 사건을 막지 못하는 무용한 법이란 점을 고백했고, 디지털 성범죄물의 초기유출을 막을 수 없으며 해외사업자 법 적용이 어려워 실효성이 없다는 게 중앙일보 기사의 요지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18일 해명자료를 내고 “방통위가 사적 대화방은 n번방 방지법의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난 15일 설명한 것은 인터넷사업자의 사적검열 우려를 명확히 해소시키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일보 기사는 개정안이 디지털성범죄물 유통방지에 무용한 법임을 고백했다는 식으로 비약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방통위는 “(중앙일보 주장대로라면) 사인 간의 대화도 사업자가 감시하도록 하는 위헌적인 입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인지 의미를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방통위는 이어 “중앙일보 기사는 초기유출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이는 지난 4월 23일 발표한 범부처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의 일부 내용만을 가지고 문제제기한 것으로,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적 대화방에서 디지털성범죄물을 제작·유포하는 행위는 신고포상제 등을 운영해 신속해 찾아내 조치하고, 유포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형사처벌을 통해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유통에 대한 대책에 의미가 있다는 의미다. 방통위는 “본 개정안은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유발하는 디지털성범죄물의 재유통을 통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터링 등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텔레그램에 실효성이 없어 의미 없는 법안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해외사업자에 집행력을 확보할 수 없으면 모든 국내·외 서비스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를 정부가 방치해야 한다는 뜻인지 의문”이라고 반문한 뒤 “방통위는 이용자 보호의 주무부처로서 불법 정보의 유통을 방지할 책임이 있으며, 해외 뿐 아니라 국내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서도 디지털 성범죄물이 유통되고 있다는 현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앞으로도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 집행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조사와 행정제재를 실시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에서도 법안의 실효성을 놓고 문제제기를 하는 상황이어서 공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단법인 오픈넷은 “n번방은 불법촬영물이 비공개대화방에서 공유되어 피해가 발생한 사건인데 (방통위 설명대로) 비공개대화방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국회의 n번방 재발방지 의도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통위 해명처럼 ‘일반적으로 공개된 정보’에 적용되는 것이라면 기술적으로 똑같이 접근 가능한 모든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적용하지 않고 왜 ‘부가통신사업자’에만 적용하는지, 기술적 조치 적용 시 예방효과가 더욱 뛰어난 망사업자들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