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제조·판매회사 KT&G가 비판 기사를 쓴 경향신문 기자를 상대로 가압류를 신청하자 언론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조·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일반적으로 보도 기사로 피해를 본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이란 절차를 거친 뒤 소송 청구를 진행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KT&G는 언론중재위 제소와 소송 청구를 동시에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간 1조원의 영업이익을 보는 대기업이 신문사도 아닌 기자 개인 임금에 2억원의 가압류를 진행한 것은 누가 봐도 보복성 소송이며 자본 권력을 이용해 노골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CI.
▲전국언론노조 CI.

이들은 “KT&G는 이제라도 기자 개인에 대한 가압류 조치에 대해 사과하고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 소송을 철회해야 한다. 만약 이를 거부한다면 언론노조와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는 이번 소송을 대기업의 언론 재갈 물리기 전형으로 규정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해 부당한 자본 권력의 보도 개입에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기자협회도 18일 “KT&G의 무분별한 소송 절차와 기자 개인 급여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언론자유에 대한 압박 시도로 규정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기자 개인 급여에 가압류를 신청한 것은 새로운 유형의 재갈 물리기다. 기자 개인의 생계를 어렵게 해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동시에 동료 기자들에게 심리적 위축을 주려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KT&G가 문제 삼은 보도는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가 지난 2월26일 보도한 “KT&G ‘신약 독성’ 숨기고 부당합병 강행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KT&G가 2016년 자회사인 ‘KT&G 생명과학’(KLS)이 개발한 신약에 독성이 있는데도 KLS와 영진약품의 무리한 합병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지난  2월26일자 경향신문 보도.
▲지난 2월26일자 경향신문 보도.

이후 KT&G는 지난 2월28일 경향신문과 안호기 편집국장, 강진구 기자를 상대로 정정보도 등 청구 및 총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날 KT&G는 강 기자만을 대상으로 급여 가압류도 신청했다.

법원은 KT&G의 가압류 신청을 인용했다. 서울중앙지법 59-2단독 재판부는 지난 4월 “경향신문사는 강진구 기자가 매월 수령하는 급료 및 상여금 중 제세공과금을 뺀 잔액의 2분의1씩을 2억원에 이를 때까지 가압류한다”고 결정했다. 강진구 기자가 받는 월급의 50%를 경향신문이 2억원에 이를 때까지 채권을 보전하라는 이야기다.

KT&G 측은 지난 15일 미디어오늘에 “강 기자의 일방적 불공정 보도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권 행사다. 언론자유를 훼손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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