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등 뉴미디어 기반 매체들의 국회 출입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 출입기자 상당수는 국회에서 활동하는 블로거나 유튜버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사무처는 12일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른 국회 언론환경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홍성철, 송상근, 강대한)를 공개했다.

연구팀이 국회 출입등록 기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1543명 중 368명 응답, 1월29일~2월12일, 온라인 설문 플랫폼 ‘나우앤서베이’)에서 ‘일정 자격을 갖춘 블로거 및 유튜버에게 국회 출입기자증을 발급하는 것’에 71.8%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은 11.7%에 그쳤다.

응답자들의 소속 매체별로는 종합편성채널 90%와 지상파 방송사 80%, 인터넷신문 소속 기자 69%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찬성’의 경우 지역 방송사(28.6%), 지역 신문(21.2%)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국회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국회

‘출입 기자실 이용’에 대한 반대는 73.9%로 더 높았다. 지상파 96%, 종편 90%, 종합일간지 77.1%, 지역 신문 70.3%, 인터넷 신문 70%, 뉴스통신사 68.2% 등 매체 유형별 반대 응답율도 고루 높았다.

이는 블로거나 유튜버들에 대한 낮은 신뢰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블로거 및 유튜버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여기느냐’는 질문에 88.6%가 동의, 그 중에서도 51.4%는 ‘완전 동의’한다고 답했다.

특히 지상파·보도전문채널 기자들의 100%, 종편 기자들의 90%는 블로거·유튜버가 편향적이라는 데 동의했다. 중앙일간지(87.3%), 인터넷신문(87.5%) 기자들의 동의 비율도 높았다.

‘블로거와 유튜버가 기존 미디어가 전달하지 못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는가’라는 항목에도 과반인 50.5%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상파(76%), 지역신문(72.9%), 뉴스통신사(72.7%), 중앙일간지(71.4%) 소속 기자들의 70% 이상, 인터넷 신문(51.0%), 지역 방송사(57.2%) 50% 이상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블로거·유튜버가 새로운 시각을 전해준다는 데 동의한다는 긍정적 응답의 경우 지역 방송사 소속 기자들이 28.6%로 가장 높았다.

▲ 2019년 4월29일 밤 10시40분경 국회 본청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실이 열리자 기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2019년 4월29일 밤 10시40분경 국회 본청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실이 열리자 기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연구팀의 심층 인터뷰에 응한 기자들은 특정 정파를 옹호하는 유튜버들을 언론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보였다.

일례로 지난해 패스트트랙 충돌 국면에 대한 경험이다. 중앙일간지 1년차 기자인 면담자는 “지난해 4월 말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을 지켜보며 정치적 성향을 띤 유튜버들에 대 한 ‘출입 반대’ 입장이 공고해졌다. 이들이 각자 지지하는 정당을 찾아가 실시간으 로 중계하고, 참가자로서 지지하는 정당과 한 목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중앙일간지 14년차 기자인 면담자도 “(패스스트랙 충돌 당시) ‘신의한수’와 ‘서울의 소리’라는 보수 대 진보 매체가 임시 출입증으로 취재를 와서 틈만 나면 서로 자극하면서 싸웠다고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튜브 콘텐츠의 ‘확증편향’ 지적(미디어비평 종사자)과 더불어 유튜버들은 잘못된 보도 내용에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지적도 있다. 종합편성채널 7년차 기자인 면담자는 “소위 보수나 진보 언론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매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중립을 지키려 한다. 또 방송사는 방심위 규제를 받고, 신문 사 역시 언론중재위에 회부될 수 있다. 취재하는 쪽이나 당하는 쪽이나 나름의 규칙 아래 움직인다. 하지만 유튜버·블로거들의 활동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매체 유형별로 정보접근권을 제한하기보다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하는 매체에 취재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지역 방송사 32년차 기자인 면담자의 경우 “유튜버 등 새로운 매체에 대해서도 몇 년 간 꾸준하게 취재 활동을 하고 일정 수준 취재조직을 갖추고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면 별다른 배척 사유가 없는 한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본다. 취재가 제한되면서 오히려 각종 회견이나 행사장에 너무 많은 취재 인력이 한꺼번에 몰려 카메라가 충돌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했다.

▲ 2019년 10월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제3차 범국민투쟁대회에서 한 유튜버가 집회를 중계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19년 10월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제3차 범국민투쟁대회에서 한 유튜버가 집회를 중계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고서 역시 기존의 출입기자 제도를 재정비해 그 기준에 합당한 기자들에게 상시출입증 및 장기출입증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단지 기자들이 반대하는 이유로 뉴미디어에 기반을 둔 기자들의 출입을 막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국회라는 공간의 물리적 한정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직업 기자인가 여부 △해당 매체가 언론사인지에 대한 판단 △국회출입기자증으로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최소한의 요건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기존 국회 상시출입증(2년 단위 갱신) 배정 기준으로 ‘(기사의) 클릭 수’를 반영하는 등 ‘매체의 힘’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방안은 ‘누구라도 기자가 되어 진실을 보도할 수 있다’는 원칙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자격 기준을 정하는 것은 국회 사무처가 아닌 출입기자단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출입기자단의 의견을 반영하는 기구나 위원회 등을 정하여 언론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국회 출입기자 자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블로거와 유튜버 등의 국회출입증 발급 여부 역시 국회 출입기자단의 자율적 결정이 중요하다”며 “ 기자들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기자 스스로의 자체 규율의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 밝혔다.

덧붙여 “한국에서 기자들의 사회적 위상은 경쟁전문직인 변호사와 의사에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존경은 커녕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모욕적인 호칭으로 불리기도 한다”며 “언론인들은 국회와 국회의원들이 정책이나 법안보다도 정쟁에 치우쳐있다고 (52.2%) 변명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보도의 이면에는 정쟁 보도가 데스크의 관심과 국민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는 믿음(40.8%)도 자리 잡고 있다. 국회 출입기자들 스스로 기존의 관행을 탈피한 취재와 보도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