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권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비리 의혹 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제2의 조국 사태’처럼 진영 간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3일 언론은 이런 프레임에 불을 지피기도했지만 동시에 ‘진영 간 싸움’의 모양새를 짚기도 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정의연에 대한 비판과 공격 등에 대해 조국 전 장관을 언급하고, 더불어민주당 일부가 이에 동조했다. 국민일보는 이런 모양새를 짚고, 정치 공방으로 갈 것이 아니라 회계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이용수 할머니도 친일세력이냐”라며 정의연에 대한 비판을 정치공방으로 바라보는 것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보도 결도 달랐다. 경향신문은 윤미향 당선인의 인터뷰를 싣고 그 입장을 전했지만, 한겨레는 정의연의 회계 처리가 부실했다는 것을 취재하고 회계처리에 대한 투명함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그러면서도 친일세력의 정의연에 대한 모욕은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13일 아침에 발행하는 주요 종합 일간지의 정의연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당신의 눈에 비친 소녀상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요” (1면, 포토뉴스)
국민일보 “윤미향 논란 일파만파 또 진영‧이념 갈등 조짐” (1면)
동아일보 “행안부 ‘정의연, 기부금 모금-사용내역 내라’” (1면)
서울신문 “10억엔 합의 몰랐다…할머니들 위해서라도 의원직 사퇴 안 해” (2면)
세계일보 “‘6개월간 탈탈 털린 조국 생각난다’는 윤미향…與의원들은 엄호” (6면)
조선일보 “이용수 할머니도 친일 세력입니까” (1면)
중앙일보 “할머니 1명에 4억 지출, 위안부단체 또 이상한 회계” (1면)
한겨레 “정의연 해명에도 회계 오류…국세청 ‘고의성은 없다’ 판단” (9면)
한국일보 “위안부 문제 해결의지 없는 정부 탓에 이용수 할머니 ‘수요집회 중단’ 주장” (1면)

▲13일 국민일보 1면.
▲13일 국민일보 1면.

국민일보는 1면 제목을 “윤미향 논란 일파만파 또 진영‧이념 갈등 조짐”이라고 뽑고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6개월간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생각난다”는 말을 전했다.

국민일보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사전 인지 여부, 기부금 용처 논란이 ‘친일 대 반일’ ‘진보 대 보수’라는 프레임 대결로 비화되기 시작했다”며 “사안의 본질을 벗어나 논란이 확산되면서 지난해 한국 사회를 극심한 분열로 몰아넣었던 ‘조국 사태’처럼 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썼다.

여권에서도 정의연에 대한 문제제기를 “기부금의 진실이 아니라 위안부의 소멸을 노리고 있는 것”(김두관 민주당 의원), “친일에 뿌리를 둔 세력들에게 공격 당하는 윤 당선인”(송영길 민주당 의원)이라며 보수진영의 문제제기로 바라보기도 했다.

국민일보는 “이렇게 진영 대결로 비화될 사안이 아니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라며 기부금 사용 내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했다.

▲13일 세계일보 6면.
▲13일 세계일보 6면.

세계일보는 6면에 “‘6개월간 탈탈 털린 조국 생각난다’는 윤미향… 與도 ‘떨떠름’”이라는 기사에서 정의연 사태에 “정치권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며 윤미향 당선인이 조국 전 장관을 언급한 것을 전했다. 그러나 국민일보와는 다르게 민주당 내에서 모두가 이 사태를 ‘제2의 조국 사태’로 보지 않는다는 걸 강조했다.

세계일보는 “민주당 내에선 윤 당선인이 해명하면서 조 전 장관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떨떠름해하는 분위기”라며 익명의 한 의원을 인용해 “한 의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본인의 억울한 것은 알겠지만 과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3일 조선일보 1면.
▲13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이런 프레임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1면에 “이용수 할머니도 친일 세력입니까?”라는 기사를 배치했다. 정의연에 대한 문제제기가 친일세력의 것이라는 프레임을 비판하는 모양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이번 논란은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성금·기부금 사용이 불투명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그런데 윤 당선자는 이를 ‘친일 세력의 공격’으로 몰아붙인 것”이라며 “또 자신을 조 전 장관에 빗댐으로써 작년 ‘조국 사태’ 때처럼 진영 간 싸움으로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썼다.

그러면서 여권인사들도 정의연 논란에 대해 “친일 세력의 공세”라고 주장했다며 김두관 의원, 이수진 당선자 등을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에 대해서도 “여권과 정의연이 기부금 사용 의혹에 대한 해명은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반일 공세를 통해 논란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후원금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했다.

▲13일 경향신문 5면.
▲13일 경향신문 5면.

정의연에 대한 기사를 1면 등에 주요하게 배치한 신문들과는 달리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다소 뒤쪽 지면에 이 이슈를 다뤘다. 경향신문은 윤미향 당선인의 인터뷰를 통해 윤 당선인의 입장을 실어준 반면 한겨레는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된 정의연의 기부금 지출 내역이 부실하게 작성됐다고 취재 결과를 전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 소녀상 사진으로 포토뉴스를 게재하긴했지만 정의연에 대한 기사는 5면에 뒀다. 윤미향 당선인 인터뷰였고 “기부된 돈을 대표가 유용한 것처럼 비추고 있다”, “운동의 도덕성을 파괴하려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관련 이슈를 다루진 않았다.

▲13일 한겨레 9면.
▲13일 한겨레 9면.

한겨레는 9면에 “정의연 해명에도 회계 오류…국세청 ‘고의성은 없다’ 판단”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 한겨레는 정의연의 부실한 기부금 내역 사례를 전하고 11일 정의연의 기자회견에서 의문이 남는 부분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적은 인원으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에는 공감하면서도 기부자들을 위해서 좀 더 투명하게 기부금 집행 내역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한겨레는 같은 면에 윤미향 당선인의 인터뷰를 싣고, “위안부 운동 훼손 말라”는 시민단체들의 연대성명을 전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사설 “친일세력의 ‘위안부 고수익’ 모욕, 용납할 수 없다”에서는 친일 학자와 언론인들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있다며 이런 일을 멈추라고 했다.

한겨레의 보도는 정의연의 회계부실을 지적하되, 친일 세력들의 ‘위안부’ 피해 시민단체들에 대한 모욕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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