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용산구 클럽에서 감염이 추정되는 확진자가 나오자 아웃팅 등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기는 언론보도와 방역정책이 잇따라 논란을 빚었다. 이에 성소수자 단체들은 긴급대책본부를 꾸려 반인권 보도에 대응하는 한편 피해를 상담하고 방역당국과 직접소통하기 위한 창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친구사이‧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등 7개 단체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친구사이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대책본부’ 출범을 알렸다. 대책본부는 “정부와 중앙방역당국이 차별 없는 검진을 약속했지만, 몇몇 지자체와 언론은 확진자 정보를 과도 노출하며 공중보건과 무관한 여론을 확산한다”며 “혐오‧차별 대응과 인권침해 상담, 검진홍보와 독려, 방역당국과 직접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친구사이‧행동사는성소수자인권연대‧다움‧QUV‧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등 7개 단체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친구사이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대책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친구사이‧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다움‧QUV‧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등 7개 단체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친구사이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대책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책본부는 집단감염 국면에서 언론 보도가 소수자 혐오 선동에 가장 앞장섰다고 지적했다.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는 “이태원 클럽에 다녀간 확진자가 나온 직후 불거진 크게 불거진 문제는 언론의 혐오표현이었다”며 “이번 사태에서 성소수자뿐 아니라 시민단체들까지 재난을 가십으로 만드는 언론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남웅 활동가는 “특히 국민일보와 머니투데이가 노골적으로 성소수자 이슈를 가십화하고 낙인 찍는 데 집중했다. 이는 질병 예방에 해악일 뿐 아니라 공익성에도 어긋난다”며 “기자들이 재난 속에서 지키려 스스로 만든 감염병‧인권보도준칙도 무시한 채 노골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면서 기사를 내보냈다. 검사를 독려해야 할 언론이 성소수자를 음지로 내몰아 공중보건 책무를 저버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일 국민일보는 “[단독]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 기사에서 확진자 방문 장소가 ‘게이클럽’임을 강조하면서 신상 유출이 가능한 정보를 보도했고, 다수 언론이 이를 받아쓰며 선정적 보도를 이어갔다. 방역당국은 물론 보건의료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일보 보도에 성소수자 혐오일 뿐더러 방역을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언론도 이례적으로 국민일보를 거명하며 해당 보도를 지적했다.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는 12일 “이태원 클럽에 다녀간 확진자가 나온 직후 불거진 크게 불거진 문제는 언론의 혐오표현이었다”고 말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는 12일 “이태원 클럽에 다녀간 확진자가 나온 직후 불거진 크게 불거진 문제는 언론의 혐오표현이었다”고 말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책본부 기자회견문에서도 언론에 대한 요구가 가장 먼저 등장했다. 이들은 “코로나19를 빌미로 자행하는 성소수자 혐오를 멈추라”며 “질병 예방은 제쳐 두고 확진자의 사생활을 노출시키고 성소수자 문화와 장소에 가짜뉴스를 만들고 루머를 퍼뜨리는 행위는 감염에 노출됐을지 모르는 이들이 검사받지 못하도록 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했다.

대책본부는 언론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종걸 친구사이 사무국장은 “직접 언론대응은 물론, 직접피해 당사자가 나서지 않더라도 성소수자 신상유출이나 혐오선동 기사가 포털에 오르내리지 못하도록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본부는 각 지자체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정보공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아 접촉자들이 아웃팅을 당하거나 이를 두려워해 자발적 검진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종걸 사무국장은 “지역사회 안에서 개인정보나 주소지 등 개인의 내밀한 정보가 알려질 필요는 없고, 특히 확진자 아닌 자가격리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미 관련된 정보가 지자체로부터 유출돼 언론 기사가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각 지자체가 정보공개 가이드라인을 적절하게 시행하는지 방역당국이 모니터하도록 요구했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검진 과정에서도 인권침해 사례는 속출한다고 지적했다. 대책본부에 따르면 앞서 주말 사이 익명검사를 한다고 밝힌 일선 보건소나 선별진료소에서 이태원 지역 관련 확진자에게 특정해 HIV 관련 질문을 하는 사례가 접수됐다. 이들은 안심하고 검사를 받을 환경을 마련하고 차별 상황에 대응할 채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영정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활동가는 12일 “다른 지자체들이 개인의 이름을 남기지 않고 일련번호와 연락을 받을 연락처만 남기는 방식의 익명검사를 확대 실시할 필요가 있다. 협의 가능한 지자체들과 만나길 희망한다”고 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나영정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활동가는 12일 “다른 지자체들이 개인의 이름을 남기지 않고 일련번호와 연락을 받을 연락처만 남기는 방식의 익명검사를 확대 실시할 필요가 있다. 협의 가능한 지자체들과 만나길 희망한다”고 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책본부는 이를 위해 지자체들과 직접 소통할 의사를 밝혔다. 현재 대책본부는 서울시와 11일 협의를 시작해,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일선 보건소나 구청에서 인권침해 사례에 대응하기로 했고, 역내 접촉자들이 안심하고 검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할 채널과 메시지를 마련키로 했다.

나영정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활동가는 “무엇보다 다른 지자체들이 개인의 이름을 남기지 않고 일련번호와 연락을 받을 연락처만 남기는 방식의 익명검사를 확대 실시할 필요가 있다. 협의 가능한 지자체들과 만나길 희망한다”고 했다.

주최측은 이날 이태원 집단감염 국면에서 성소수자 혐오성 보도를 한 머니투데이와 한국경제, 국민일보의 취재 출입을 제한했다. 종편채널 3사와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도 출입이 제한됐다. 이날 중앙일보와 JTBC, MBN 취재진이 기자회견장 출입을 시도했지만 주최측의 거절 의사를 듣고 돌아섰다.

대책본부는 기자회견 직전과 직후, 진행 중 취재진에 “이 자리는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검사받을 환경을 만들기 위함인 만큼,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이나 혐오를 확산하는 질문과 보도를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친구사이‧행동사는성소수자인권연대‧다움‧QUV‧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등 7개 단체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친구사이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대책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친구사이‧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다움‧QUV‧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등 7개 단체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친구사이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대책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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