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 광고매출이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반면 디지털 광고 시장의 성장은 ‘파죽지세’다.

미디어오늘이 미디어 업계 광고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방송사업자재산상황공표집, 제일기획 총광고비 조사를 2002년부터 최근 자료까지 집계했다. 그 결과 KBS와 MBC 광고는 ‘반토막’ 아래로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상파방송 전체 광고 매출은 2002년 2조7452억 원 규모였는데 2019년 1조1958억 원에 그쳤다. 이 기간 MBC(본사 기준)의 광고 매출은 6584억 원에서 2736억 원으로 하락폭이 가장 컸다. MBC는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고 지난해엔 그 규모가 966억원에 달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신문과 방송 광고매출이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지만 이듬해부터 호전됐다. 그러나 종합편성채널 등장 이후인 2012년부터는 한 번도 하락세가 반전된 적 없다. 2015년 지상파 광고총량제 규제완화가 단행됐고 2017년 지상파가 ‘꼼수 중간광고’(PCM)를 도입했음에도 광고 실적 개선은커녕 추락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주요방송사 광고매출 추이. 자료=방송산업실태조사,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 디자인=이우림 기자.
▲ 주요방송사 광고매출 추이. 자료=방송산업실태조사,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 디자인=이우림 기자.
▲ 매체별 광고매출 추이. 자료=제일기획 총광고비 조사. 디자인=이우림 기자.
▲ 매체별 광고매출 추이. 자료=제일기획 총광고비 조사. 디자인=이우림 기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은 코로나19 여파로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매출 감소폭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5월 광고경기전망지수를 발표하며 “통상적으로 3월부터 5월까지 광고 시장의 강세가 이어져 왔으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기업들의 마케팅 이슈가 묻히면서 계절적 특수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지상파 방송사를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예상 대비 약 40% 가량의 광고물량이 급격히 빠져나갔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수년 내에 지상파 방송사 광고매출 규모가 종편에 역전당할 수도 있다. MBC는 2017년 처음으로 광고매출이 2000억 원대로 주저앉았고, 2018년에는 2736억 원을 기록했다. JTBC의 2018년 광고매출이 2473억 원을 기록해 격차가 크지 않았다. 2019년, 2020년 실적에는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흥행에 성공한 TV조선의 선전과 지상파의 추락이 대비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사의 침체와는 대조적으로 디지털 광고는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제일기획 총광고비 조사에 따르면 2019년 PC와 모바일을 합친 디지털 광고비는 처음으로 5조 규모를 돌파했다. 검색 광고와 더불어 유튜브, 포털 등의 동영상 광고 시장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어서다. 모바일 광고가 매년 기대치 이상으로 성장한 데다 모바일 광고 성장으로 주춤하던 PC광고가 e커머스 등 활성화에 힘입어 다시 성장세를 나타냈다. 방송사들 역시 적극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가공과 유통을 이어가고 있다.

▲  지상파 3사 사옥.
▲ 지상파 3사 사옥.

지상파 방송사들은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숙원사업인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은 담당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도입을 결정했음에도 정부 차원에서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송협회는 지난 4월 성명을 내고 “일촉즉발의 붕괴위기에 봉착했다”며 중간광고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지상파의 ‘반전’을 위해선 중간광고뿐 아니라 제도 전반을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 KBS와 MBC의 경우 코바코 체제에 묶인 비대칭적 광고판매 방식으로 ‘차별’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박성제 MBC 사장이 TV수신료 등 공적재원을 MBC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도 판 자체를 흔들지 않고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힘들다는 생각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40년 동안 동결된 TV수신료를 인상해 KBS의 광고 비중을 줄이면 다른 방송사 광고 매출 신장에 기여할 수 있다. 종편에 사실상 직접광고 영업 문제를 개선하는 등 특혜환수 이슈도 있다. 

그러나 제도 개선은 현실화되기 어렵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광고, 내용, 편성, 허가, 소유 등 법으로 규정한 지상파방송 규제가 너무 촘촘한데 규제가 더 이상 당위성을 지니지 못하는 시대”라며 “국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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