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4월12일 미디어오늘은 “국민과 함께 언론을 감시합니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창간을 예고했습니다. (창간호 1995년 5월17일) 25년이 흘렀습니다. 언론비평의 시대에 미디어오늘 역시 비평의 대상이 됐습니다. 미디어오늘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과 비판이 끊이지 않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창간사에서 “권력과 언론 관계의 궁금증을 밝히고 성역으로 남아있는 언론” 보도의 작동방식을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자신했습니다. 또한 “새로운 접근방식과 포맷으로 구성되는 기획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정보 제공은 물론 지적욕구”를 채우고 “취재보도 과정과 프로그램 제작과정을 역추적, 언론보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겠다고도 밝혔습니다. 냉정히 평가하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 1995년 4월12일 미디어오늘 창간 홍보지 2·3면
▲ 1995년 4월12일 미디어오늘 창간 홍보지 2·3면

언론과 권력의 ‘짬짜미’를 감시하고 가해자 입장에 주로 서 있는 주류 언론의 보도를 비평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 논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변화의 주체로 나서야 했지만 주저한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언론은 오보에는 과감하고 정정보도에는 인색한다”며 “피치 못하게 오보가 발생했을 경우 기존 언론들과는 달리 과감하게 정정보도를 할 방침”이라고 했지만 충분치 못했습니다. 피해자 권익을 보장하는 보도를 제3자에게만 요구하고 우리 안의 잘못은 너그럽게 넘어간 측면도 적지 않았습니다.

현직 언론인과 학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언론과 학문의 접점을 찾아 바람직한 저널리즘의 원형을 살펴보는 데도 게을렀습니다. 미디어오늘은 비평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무게를 견뎌야했지만 비평매체 대표주자인 양 날선 입장만 내세워 그 지위에 안주하면서 비평의 객관화에도 소홀했습니다. 보도의 정당성을 내세워 ‘정파적 보도’라는 비판과 지적을 피해가진 않았는지도 점검하겠습니다. ‘보수’와 ‘진보’라는 틀 속에 스스로 갇혀 틀을 뛰어넘는 프레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정보 제공과 소통의 활성화라는 미디어 본연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데도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기보다 현상만을 좇는 게 아니었는지 성찰할 대목도 많습니다.

매일 아침 편집국으로 걸려온 통화 마지막은 ‘미디어오늘이니까 꼭 다뤄주세요’라는 말입니다. 언론의 횡포나 갑질, 보도의 피해에 최후의 보루로서 지켜달라는 호소인데 그 절박함에 호응했을까라는 물음에도 자신이 없습니다. 어느 곳보다 독자 친화적인 매체여야 함에도 언론비평의 기회를 활짝 열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진지하고 날카로운 비평의 몫은 매체에만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한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겠습니다. 구체적인 ‘언론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 개혁 방법에 대한 담론도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공론의 장을 형성해 언론계 화두도 던지지  못했습니다. 

▲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 자료사진. 사진=gettyimagesbank

매번 언론에 반성문을 쓰라고 하지만 정작 우리 안의 문제는 꼼꼼히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창간사를 꺼낸 든 것도 저희의 부족함을 채워 넣기 위함입니다. 미디어오늘은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묻겠습니다. 25년 전 “국민과 함께 언론을 감시합니다”라는 다짐을 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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