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법조 기자들 사이에 검찰이 채널A 법조팀장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이 지난달 30일 새벽 서울 종로구 채널A 본사 압수수색에서 철수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법조 기자들 문의에 검찰은 “채널A 본사에서 철수한 후 채널A 사무실이나 기자 자택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거나 하고 있는 사실이 없다”고 했다. 배혜림 채널A 법조팀장은 9일 미디어오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4월30일 후 채널A 본사나 기자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검찰이 거듭 부인한 만큼 풍문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지만 검찰 수사가 채널A 간부들에게 닿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3월 말부터 채널A에 검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MBC 보도 갈무리.
▲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3월 말부터 채널A에 검찰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MBC 보도 갈무리.

이동재 채널A 기자는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전 신라젠 대주주) 측에 접근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우고 여권 인사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회유·협박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 수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이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사장을 지난달 7일 협박죄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김서중 민언련 공동대표는 지난달 21일 첫 고발인 조사에서 “이번 사건은 채널A 기자 개인이 판단해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윗선 개입 등이 있는지 밝혀달라”고 검사에게 요구했다.

이 기자는 이 전 대표 대리인인 지아무개씨를 지난 2월25일, 3월13일·22일 총 3차례 만났다. 이 기자는 3월13일 만남에서 지씨에게 “저랑 얘(동석한 채널A 후배 기자) 그리고 우리 회사에 그때 말씀하셨던 간부 차장, 그 다음 부장 이렇게 네 명 알고 있는 것”이라며 ‘취재 보안’을 강조했다.

이날 이 기자는 지씨에게 “제 목표는 이거다. 첫날 어떻게 보도할 거냐면 ‘징역 14년 6개월을 선고받은 이철이 (채널A에) 심경을 밝혀왔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시민 아니면 누구더라도, 채널A에 그 사람에 대한 송금 내역과 장부를 건넸습니다’라고 보도하고, 두 번째 리포트에서는 ‘이철 대표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싶으며 14년 6개월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가족 (안위)에 대해 굉장히 불안해한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나갈 것”이라며 자신의 보도 계획을 밝혔다.

즉, 이 전 대표가 검찰에 직접 정치권 인사들의 비위 자료를 제공하기보다 이 기자 자신에게 제보하면 이 전 대표에게 더 유리하다는 논리로 대리인 지씨를 거듭 설득했다. 이 기자는 취재와 거래, 설득과 회유·협박 사이의 경계선을 넘나들었다.

이 기자는 이날 외에도 “회사에도 보고했고 간부가 직접 찾아뵙는 게 좋겠다고 한다”, “다른 간부를 말한 건 회사에서도 그만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의미다. 저보다 윗선이고 저와 생각도 같다” 등의 문자도 지씨에게 보냈다. 이 기자 말이 사실이면 채널A 보도본부 일부 간부들은 이 기자의 취재 내용을 쭉 보고받은 것이다. 현재 조직 직제상 간부 차장은 채널A 법조팀장, 부장은 사회부장이다.

▲ 채널A는 지난달 1일 메인뉴스 ‘뉴스A’를 통해 “본사 기자가 신라젠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윤리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채널A 화면 갈무리.
▲ 채널A는 지난달 1일 메인뉴스 ‘뉴스A’를 통해 “본사 기자가 신라젠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윤리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채널A 화면 갈무리.

다만 김재호 채널A 대표이사 사장과 김차수 채널A 대표이사 전무가 지난달 9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밝힌 내용을 보면, 이 기자는 지난 2월 신라젠 등에 대한 검찰 재수사 후 취재를 시작하겠다고 배혜림 법조팀장과 홍성규 사회부장에게 보고했으나 배 팀장은 이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 등 구체적 내용은 보고 받지 못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채널A 측은 지난 3월22일 지씨와의 만남도 배 팀장과 이 기자가 같이 만나기로 했던 계획과 달리 이 기자만 만났다고 밝혔다. 김차수 대표는 3월23일 취재 과정에서 취재 윤리를 위반한 기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김정훈 보도본부장에게 보고 받았고, 김재호 대표는 3월31일 김정훈 본부장으로부터 MBC에서 당일 채널A 관련 보도가 나간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 방통위에 밝힌 채널A 입장은 ‘기자의 일탈’로 요약된다. 

한편 이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채널A 진상조사위 소식은 여전히 깜깜소식이다. 지난 3월31일 김차수 대표를 위원장으로 구성한 사내 진상조사위 위원은 총 6명으로 보도본부, 심의실 간부 등이 포함돼 있다. 구성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결과 발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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