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전국민’ 부정하고 ‘전근로자 고용보험’ 고집 프레임 속내는
‘전국민’ 부정하고 ‘전근로자 고용보험’ 고집 프레임 속내는
보수언론 “현금뿌리기” 비판… ‘코로나 위기·사회보험 성격 외면한 주객전도’
‘전근로자 고용보험으로 부르자’ 일각 주장도 법적노동자 넘어서잔 확대 취지 어긋나

청와대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1순위 장기과제로 ‘전국민 고용보험’을 꼽으며 논의 시동을 걸자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현금 뿌리기’라는 비판이 속속 나오고 있다. 나랏빚 불리는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인데, 이는 소득재분배라는 사회보험 기본 성격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6일 사설 “세금 낼만큼 내고 있는데 ‘전국민 고용보험’ 부담까지”에서 “전 국민을 고용보험에 의무 가입시키면 보험료를 낼 능력이 안 되거나 그럴 의사가 없는 사람들의 보험료 부담을 결국 국민이 세금으로 떠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납세자와 기존에 보험료를 내는 근로자, 그리고 대기업이 돈을 더 내라는 것이다. 여권과 노동계 눈에 이들은 돈 나오는 자판기로 보인다”며 “앞으로 이렇게 현금을 뿌리는 정책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일보도 4일 사설로 “친노동정책 구상이 잇따라 제기되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정부가)구체적 추진 계획이나 재원에 관한 설명도 없이 ‘노동절 선물’을 안겼다”고 주장했다.

▲6일 조선일보 사설.
▲6일 조선일보 사설.

이같은 비판은 여권 주요 인사가 연이어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 필요성을 띄우고 나선 직후 나왔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일 ““건강보험처럼 전국민 고용보험을 갖추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한 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언급하며 힘을 보탰다.

고용보험제는 실직자 실업급여를 보장하는 제도다. ‘전국민 고용보험’은 현재 전체 노동자의 49% 수준인 가입자를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 등 약 1000만명은 가입 사각지대에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존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사회안전망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이는 가운데,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지난달 이를 제안한 뒤 여권이 공론화에 나선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고용보험 확대를 ‘세금 거덜내기’로만 접근하는 주장은 사회보험의 근본 성격을 잊은 결과라고 지적한다. 보험에서 재원이 중요하다는 점은 양측이 공통으로 인정하지만, 이를 이유로 위험도 높은 이들이나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사회보험의 기능 확대를 문제 삼는 건 주객전도라는 것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고용보험 제도는 이른바 잘릴 우려가 있는 직종에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사회연대를 해 재원 마련하는 것을 뜻한다. 잘릴 우려가 없는 사람만으로 (의무가입 대상을) 구성해 혜택을 보도록 하자는 것은 사회보험의 성격을 간과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사진=노컷뉴스
▲사진=노컷뉴스

특히 이번 제안은 전 사회가 코로나19 위기로 대량 실직사태를 겪고 기존 제도의 미비점이 드러나면서 힘을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재원을 유일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보도는 다른 일간지의 비판을 사기도 했다. 

한겨레는 4일 사설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 오히려 늦은 감마저 있다”에서 “일부 보수 언론은 ‘청와대의 친노동 코드’니 ‘노동절 선물’이니 하며 또다시 ‘이념의 프레임’을 덧씌우고 있다. 사실관계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고용 충격의 실상에 눈을 감고 있다”며 “전국민 고용보험은 코로나 위기에 대한 대응을 넘어 우리 사회의 고용안전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이라고 썼다.

한편 ‘전 국민’이 아닌 ‘전 근로자 고용보험’이란 용어를 쓰자는 주장도 나온다. 매일경제는 6일 “전국민× 전근로자○”란 제목의 기사에서 ““청와대가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논의 앞에 ‘전 국민’을 붙이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양산하고 있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고용보험은) 긴급재난지원금과는 논의의 본질이 다르다”며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어떻게 지원할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사는 전문가들이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전근로자 고용보험 △소득중심 사회보험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전했지만, 제목에서 ‘전근로자’를 강조했다.

▲매일경제 6일 14면.
▲매일경제 6일 14면.

‘전근로자’로 용어를 대체해 논란이 줄어들지 의문이다. 이번 고용보험 확대 취지는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 등 기존에 노동자로 법적 인정을 받지 못하는 직종을 포괄하자는 게 핵심인 탓이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전국민과 전근로자)모두 용어가 분명치 않은 점은 있다”고 전제한 뒤 “고용보험은 어차피 ‘소득’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전국민이라고 하든 취업자라 하든 같은 대상을 일컫게 돼 있다. 한편 ‘전근로자’ 고용보험이란 표현은 임금노동자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고용보험을 말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자영업자나 특고 노동자도 가입 대상이 포함시키는 것이 관건인데, (‘전근로자’로 못박으면) 고용상태인지를 두고 불필요한 논쟁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이 기사는 논쟁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람 2020-05-08 13:28:22
전 국민 중에 특별한 사정/사고로 인해 쉬고 있는 사람 말고 노동 안 하는 사람 있나. 그리고 거의 제로금리와 고환율 시대다. 이것만큼 수출하는 대기업에 혜택 주는 게 어디 있는가. 일본이 버블붕괴 이후에 왜 바로 양적 완화를 못 했는지 아는가. 세대 간의 갈등과 정치적 이슈, 그리고 고령화 사회로 인해 연금지급자가 많아서 늦어졌다. 즉, 연금생활자에게 아베노믹스는 매년 돈을 까먹는 인플레이션 정책으로 대부분의 노령층이 반대했다. 결국, 심각한 디플레에 빠진 후에 아베노믹스로 약 3000~4000조가량 투입해도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다. 어려울 때는 공조가 필요한데, 세금 높아진다고 반대만 하면 다 함께 망하는 일본화가 되는 것이다.

스타듀 2020-05-08 14:49:57
전국민 이라는 말이 이상한건 사실이다. 전국민이라면 집에서 놀고있는 전업주부나 동네 부랑자도 포함된다는 얘기니까. 일정기간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보험료를 냈던 사람이 실직했을때 주는게 고용보험인데 그걸 자영업자로 확대하는거라면 전근로자 고용보험이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