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회부 법조팀 기자들이 7일자로 KBS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사회재난주간으로 승격한 이영섭 전 사회부장에 대한 인사에 반발하며 김종명 보도본부장과 엄경철 보도국장에게 입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KBS 법조팀 기자 6명이 이날 발표한 성명을 보면 법조팀 기자들 입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이영섭 사회주간은 사회부장 시절 법조팀 기자 취재 보고 일부분을 뉴스타파 기자에게 전달해 논란을 자초한 인사이고 김 본부장이 이영섭 전 부장의 당시 보고 유출에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밝혔는데도 사회주간으로 영전시킨 이번 인사 조치는 부끄럽고 참담하다’는 것.

6명의 법조팀 기자들은 이날 성명에서 “이영섭 신임 사회주간은 법조팀 기자의 취재 보고 일부분을 뉴스타파 기자에게 카톡으로 그대로 전송했고 그 보고가 인용된 것으로 보이는 뉴스타파 기사가 보도된 뒤에야 그 사실을 밝혔다”고 설명한 뒤 “당시 사회부장이었던 이영섭 주간은 ‘사안을 잘 아는 뉴스타파 기자에게 취재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예민한 기사가 쏟아지는 법조팀에서 어느 누구도 보고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취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미 우리 내부 취재물은 뉴스타파 오보 논란을 해명하는 반박 기사에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 김종명 KBS 보도본부장(왼쪽)과 엄경철 보도국장. 사진=KBS, 미디어오늘.
▲ 김종명 KBS 보도본부장(왼쪽)과 엄경철 보도국장. 사진=KBS, 미디어오늘.

법조팀 기자들이 지적한 뉴스타파 기사는 지난달 9일자 “조선일보의 ‘윤석열 아내 구하기’… 사실관계 틀렸다”라는 보도다. 해당 기사 안에는 “뉴스타파가 최근 입수한 한 언론사 검찰 출입기자의 3월 초 정보 보고 내용”이라는 설명과 함께 대검 관계자의 발언(“뉴스타파는 이00한테 10억 원으로 도이치 주식 매수하게 일임한 사람이 사모(김건희)라고 보도했는데, 돈 맡긴 사람은 권00이다. 주어가 잘못됐다.”)이 나열돼 있다. 해당 뉴스타파 보도는 윤석열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경찰이 2013년 내사를 벌였다는 자사 보도에 오보 가능성을 제기한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반박이었다.

법조팀 기자들이 지목한 뉴스타파 기사를 작성한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7일 통화에서 “대동소이했던 복수의 언론사 정보보고 내용을 입수해 저희가 다듬어 정리한 뒤 보도를 낸 것”이라며 “KBS 법조팀 정보보고 이전에도 이미 타사에서 보도한 내용이라 새로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심 기자를 통해서도 이영섭 전 사회부장이 카카오톡을 통해 검찰 입장을 전하면서 이에 대한 심 기자 생각이 어떤지 문의했던 사실은 확인된다.

이 전 부장의 취재 보고 전달 논란은 김 본부장과 엄 국장에게 전달됐고, 김 본부장은 이 전 부장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지난달 27일 김 본부장을 포함한 보도본부 간부들과 KBS 기자협회장 등이 함께 모인 기자협회 보도위원회에서 김 본부장이 “(이영섭 부장이 한 일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이번 일이 작용돼 부서장 평가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팀 기자들은 “돌아온 답은 충격이었다. 6개월 일한 사회부장을 이례적으로 주간으로 영전시켰다”며 “본인 입으로도 이번 일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한 이영섭 부장이 KBS 사회부 뉴스를 총괄하는 사회주간의 적임자라고 하면 어느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 지난달 9일자 뉴스타파 “조선일보의 ‘윤석열 아내 구하기’… 사실관계 틀렸다” 보도. 해당 기사 안에는 “뉴스타파가 최근 입수한 한 언론사 검찰 출입기자의 3월 초 정보 보고 내용”이라는 설명과 함께 대검 관계자의 발언이 나열돼 있다. 사진=뉴스타파 홈페이지 갈무리.
▲ 지난달 9일자 뉴스타파 “조선일보의 ‘윤석열 아내 구하기’… 사실관계 틀렸다” 보도. 해당 기사 안에는 “뉴스타파가 최근 입수한 한 언론사 검찰 출입기자의 3월 초 정보 보고 내용”이라는 설명과 함께 대검 관계자의 발언이 나열돼 있다. 사진=뉴스타파 홈페이지 갈무리.

이들은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보여준 수뇌부 행태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했다. 그럼에도 그동안 공개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던 건 취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와 KBS 조직 전체에 큰 오명으로 남을 수 있다는 고심 때문”이라며 “어렵게 일하고 있는 법조팀 기자의 보고를 타사 기자에게 복사·붙여넣기 방식으로 보낸 부장 행위는 지난 한 달 내내 끊임없이 고민해봤지만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조팀 기자들은 이 전 부장이 김 본부장 경고 이후에도 팀장을 통해 카카오톡 메시지로 법조팀원에게 사과했을 뿐 신뢰와 소통을 회복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후속 조치에 노력 없던 부장을 사회부 뉴스를 총괄하는 주간으로 승격시킨 것은, 평기자 문제 제기에 귀를 닫겠다는 수뇌부의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 본부장과 엄 국장에게 이 전 부장을 사회주간에 임명한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하며 보고 유출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도 촉구했다.

미디어오늘은 7일 김 본부장과 엄 국장, 이 전 부장 등 법조팀 기자들이 지목한 인사들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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