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을 두고 조선일보가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도 많은 문제가 있겠지만 기업인들을 이렇게 몰고 가는 한국의 정치와 제왕적 대통령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나”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삼성마저 한국의 후진적 노조 문화에 휘둘리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는 재계의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요구에 따라 △자식 경영권 승계 포기 △무노조 경영 포기 △시민사회와 소통 강화할 것 △재판에 관계 없이 준법감시위 활동 보장 등 4가지를 약속했다.

▲7일자 조선일보 1면.
▲7일자 조선일보 1면.
▲7일자 아침종합일간지 1면.
▲7일자 아침종합일간지 1면.

조선일보는 7일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 대표 기업 삼성의 대주주가 감옥을 오가며 4년째 재판을 받고 다시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결코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닐 것이다”고 썼다.

이 부회장이 이렇게 된 데에는 ‘한국 정치와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탄핵까지 초래한 ‘최순실 사건’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한국의 그 어떤 기업인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면 그것으로 핍박을 받고 수용하면 또 그것으로 감옥에 간다”며 한국의 정치와 제왕적 대통령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나라는 주장을 내놨다.

▲7일자 조선일보 사설.
▲7일자 조선일보 사설.

‘노조 혐오’ 프레임도 등장했다. 조선일보는 “이 부회장은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노조 설립의 자유는 법에 보장돼 있다. 그러나 합리적 대화보다 투쟁과 폭력이 앞서는 한국적 노동 현실에서 만에 하나 삼성마저 노조로 인해 세계적 경쟁력을 잃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나”라고 썼다.

기사에서도 재계의 입을 빌려 ‘노조 혐오’를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3면에 “이재용, 참모들 반대에도 준법감시위 4대 요구 다 받아들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재계에서는 ‘삼성 모든 계열사에 노조가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삼성마저 한국의 후진적인 노조 문화에 휘둘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왔다”고 했다.

▲7일자 조선일보 3면.
▲7일자 조선일보 3면.

삼성의 미래가 곧 한국 경제의 미래라는 논리도 펼쳤다. 조선일보는 “코로나 사태 후 우리 국민 100만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7조원 이상 매수하며 삼성과 한국 경제의 미래에 투자했다. 그만큼 우리 국민은 삼성을 믿고 의지하고 있다”며 “삼성과 이 부회장이 할 일은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보며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삼성과 우리 경제를 더 키우는 것”이라고 썼다.

▲7일자 중앙일보 3면.
▲7일자 중앙일보 3면.

평소 같은 사안을 두고 조선일보와 비슷한 논조를 보이는 중앙일보는 조선일보와 같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부인인 홍라희씨의 동생 홍석현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중앙일보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이재용 부회장 선언에 집중해 담담히 이 소식을 전했다. 중앙일보 최대 주주는 중앙홀딩스고, 2대 주주는 홍석현이다. 중앙홀딩스 회장 역시 홍석현이다.

중앙일보는 7일 “이재용 부회장의 ‘준법 경영’ 선언 뿌리내리길”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선언한 대목마다 의미를 부여했다. 중앙일보는 “국내 기업 집단 가운데 경영권 대물림의 포기 선언은 처음이고, 창업 이래 지켰던 무노조 경영 원칙을 폐기하는 것도 과감한 결단”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기술과 제품은 일류가 됐지만 시대의 변화엔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성도 눈에 띄었다”며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사건으로 많은 임직원이 재판을 받는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고 썼다.

▲7일자 중앙일보 사설.
▲7일자 중앙일보 사설.

반면 한겨레는 쇄신책이 안 보이는 사과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과의 진정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처는 없이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다짐에 그치는 한계를 보였다. 삼성이 경영권 승계와 무노조 경영으로 인한 오랜 ‘흑역사’를 단절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더 강력한 쇄신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미흡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겨레는 “구체적인 책임 인정, 재발 방지 대책, 피해자 구제와 같이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처를 찾아볼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사과의 진정성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쇄신 조처를 내놔야 한다. 그러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면하기 위해 ‘억지 춘향식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문했다.

▲7일자 한겨레 사설.
▲7일자 한겨레 사설.

이번 사과가 ‘재벌 봐주기’로 변질될까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신문은 “파기환송심 앞둔 이재용 부회장 사과, 법치는 지켜져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사과가 대법원이 파기환송시킨 취지를 훼손해 사법부의 오랜 관행인 ‘재벌 봐주기’로 변질되지 않을까를 우련하다. 재판부는 실형의 가능성을 높여 파기환송했던 대법원의 법정신을 유지해야 법치주의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썼다.

▲7일자 서울신문 사설.
▲7일자 서울신문 사설.
▲7일자 서울신문 1면.
▲7일자 서울신문 1면.

다음은 7일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 “경영권 승계 논란 없게 할 것” ‘4세 경영’ 포기도 공식 선언

국민일보 : 고개 숙인 이재용 “자녀에게 경영권 승계 않겠다”

동아일보 : 이재용 “자녀들에 경영권 안 물려줄 것”

서울신문 : 이재용 “경영권 안 물려줄 것... 노동 3권 보장”

세계일보 : 이재용 “자녀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

조선일보 : 이재용 “제 아이들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

중앙일보 : “삼성 경영, 자녀 안 물려준다”

한겨레 : 불법승계 책임 빠진 ‘이재용의 반성문’

한국일보 : 이재용 “삼성 경영권 대물림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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