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광주 학살과 기사 검열에 저항하다가 불법 해직된 기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에 따르면, 신군부 검열에 맞서 1980년 3월 동아일보 기자들은 언론검열 철폐와 자유언론 실천을 주장하는 결의문을 채택했고, 이를 시작으로 동양통신, 중앙일보, 합동통신, CBS, 국제신문, MBC, 경향신문, KBS 등에서 잇따라 검열 철폐를 요구하는 기자들의 결의가 이어졌다. 기자협회는 그해 5월20일 자정부터 모든 신문과 방송, 통신은 계엄사 검열을 거부하고 제작 거부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권력을 잡은 전두환 세력은 신군부에 순응하는 언론 구조를 만들기 위해 64개 언론사를 18개로 강제 통폐합했고 이 과정에서 언론인 1000여명 이상이 강제 해고됐다. 80해직언론인협의회에 따르면 당시 검열과 제작 거부 투쟁으로 해직된 사람은 230여명이다.

20대 국회에 2개의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현재 무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출신 민병두 의원은 1980년 5월 해직언론인을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의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고 설훈 민주당 의원은 5·18 해직언론인에 대한 국가배상의 법적 근거를 골자로 한 ‘1980년 해직언론인의 배상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 지난달 2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5·20제작거부 운동 40년 1차 기획세미나’ 발제를 맡은 고승우 80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왼쪽에서 세 번째 인사)는 “21대 국회는 신군부의 기사 검열에 항거 투쟁하다가 불법 해직 당한 기자들의 명예회복 등을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미디어오늘.
▲ 지난달 2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5·20제작거부 운동 40년 1차 기획세미나’ 발제를 맡은 고승우 80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왼쪽에서 세 번째 인사)는 “21대 국회는 신군부의 기사 검열에 항거 투쟁하다가 불법 해직 당한 기자들의 명예회복 등을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미디어오늘.

지난달 2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5·20제작거부 운동 40년 1차 기획세미나’ 발제를 맡은 고승우 80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언론사회학 박사)는 “21대 국회는 신군부의 광주학살과 기사 검열에 항거 투쟁하다가 불법 해직 당한 기자들의 명예회복 등 역사 바로잡기와 정당한 배상을 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고 대표는 “광주항쟁과 80년 언론인 해직은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취지로 발생한 동일한 역사적 사안”이라며 “그러나 그 같은 동질성이 인정받지 못한 부적절한 현상이 지난 세월 동안 지속된 것은 이 사회 반민주, 반역사적 세력의 집요한 책동 결과”라고 지적했다.

앞서 MB정부 시절인 2010년 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공권력을 이용해 강압적으로 언론 자유를 침해한 책임을 인정하고 관련 피해자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7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사에서 “수많은 젊음들이 5월 영령 넋을 위로하며 자신을 던졌다.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며 “진실을 밝히려던 많은 언론인과 지식인들도 강제 해직되고 투옥됐다”고 말했다.

▲ 지난달 2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5·20제작거부 운동 40년 1차 기획세미나’ 발제를 맡은 고승우 80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지난달 2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5·20제작거부 운동 40년 1차 기획세미나’ 발제를 맡은 고승우 80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지난달 29일 세미나에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한국기자협회는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제안을 받아들여 기자협회를 중심으로 신군부가 광주에서 민주 시민을 학살하는데 항의하고 언론민주화를 위한 검열 및 제작 거부 투쟁에 돌입했던 1980년 5월20일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5월20일을 ‘기자의 날’로 공식 제정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당시에는 없었지만 1980년 언론 상황을 지금의 언론자유 지수로 평가했다면 세계 최하위가 아니었을까 싶다”며 “12·12 군사반란과 5·17 쿠데타를 일으켜 광주민주항쟁을 총칼로 진압한 신군부는 헌법을 개정해 정권을 장악했고 집권을 위해 언론을 철저하고 체계적으로 통제했다”고 비판했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1975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과 80년 광주항쟁과 연대한 해직 언론인 투쟁은 대한민국 자유언론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런 투쟁과 선배 언론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1987년 민주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에 힘입어 각 언론사마다 노조가 결성되면서 이후 언론자유 투쟁은 노조 중심으로 전개됐다”며 1980년 투쟁 의미를 강조했다.

고 대표는 “80년 언론 투쟁 당사자인 해직언론인들이 고령인 점 등을 고려하면 더 늦기 전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로 80년 투쟁 언론인들이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며 “역사 바로잡기 일환으로 광주 정신을 부정하는 일부 세력의 왜곡과 폄훼에 맞서고 5·18 전국화 실현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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