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설까지 돌았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일 북한 매체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이 5월1일(노동절)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5월2일 아침에 발행한 언론 보도는 어땠을까. 지면을 만든 날이 1일인 것을 감안하면, 신문들은 대부분 잠적한 김 위원장의 소식을 담지 않았다. 지금까지 건강이상설이나 사망설들이 계속해서 나왔지만 확인할 만한 정보는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1면으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다뤘다. 이들이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을 1면으로 다룬 2일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20일만에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북한의 순천인비료준공식에 나타난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북한의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나타난 모습. ⓒ연합뉴스

다음은 2일 아침에 발행하는 주요 종합 일간지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관련 기사 없음
국민일보 관련 기사 없음
동아일보 “잠적 20일…北도 美도 심상찮다” (1면)
“핵을 쥔 지도자 안위 불투명…무력통제권 변화 땐 안보 초긴장” (3면)
서울신문 2일 신문 발행하지 않음
세계일보 2일 신문 발행하지 않음
조선일보 “김정은 잠적 20일, 트럼프 또다시 ‘괜찮길 바란다’”(1면)
“트럼프, 허풍인가 뭔가 알고있나…北은 입 꾹 닫아” 등 (5면)
“김정은 위원장 건강 이상설”(18면, TV면)
중앙일보 관련 기사 없음
한겨레 2일 신문 발행하지 않음
한국일보 “혼란 가중시키는 ‘김정은 건강 이상설’ 억측 자제해야”(사설)

2일 주요 종합일간지의 김 위원장 기사를 살펴보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나란히 1면에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보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5면에, 동아일보는 3면에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이번 김 위원장의 잠적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유를 짚기도 했다.  

조선일보 1면 “김정은 잠적 20일… 트럼프 또다시 ‘괜찮길 바란다’” 기사에서도 건강이상설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20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북한 당국도 짧은 동정보도만 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미 대통령이 “모든 것이 괜찮길 바란다”고 말했다며 “김정은의 신상 변화를 알고 있다는 듯 얘기했다”고 썼다. 이어 지성호 미래한국당 비례당선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지 당선자가 “김정은이 지난주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99%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전하고, 대만의 정보기관인 국가안전국 추궈정 국장 역시 김 위원장이 아프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2일 5면.
▲조선일보 2일 5면.

조선일보의 5면 기사 “트럼프, 허풍인가 뭔가 알고있나… 北은 입 꾹 닫아”에서도 “김정은 신변을 둘러싼 온갖 설(說)이 난무하는 가운데 북한이 침묵을 지키는 것도 이례적”이라며 한 고위급 탈북민을 인용해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 등 주요 행사에 불참하고 온갖 설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와병으로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지성호 미래한국당 당선인의 김 위원장 사망설을 제목으로 뽑은 기사도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18면 TV면에도 TV조선 ‘강적들’에서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을 다룬다며 홍보했다. 18면 “김정은 위원장 건강이상설”이라는 기사에서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이자 21대 국회의원 당선자의 말을 인용하고 김민전 경희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다른 나라 정부는 김 위원장의 거취에 대해 모호하게 말하는데 우리 정부만 명확하게 얘기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반면 박지원 의원은 “함께 모습을 보이지 않던 박봉주 부위원장이 얼마 전 나타났으니 김 위원장도 곧 나타날 것”이라 주장했다고도 했다.

▲2일 동아일보 1면.
▲2일 동아일보 1면.

동아일보 보도도 조선일보와 비슷했다. 동아일보 1면 기사 “잠적 20일… 北도 美도 심상찮다”에서 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하며 “2017년 이후 ICBM 등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설이 완성에 근접할 정도로 고도화된 만큼 김 위원장의 장기 잠적은 북한 내 리더십 공백 시 핵 통제 이슈와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며 “김 위원장의 이전 잠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3면에 “‘핵을 쥔 지도자’ 안위 불투명… 무력통제권 변화땐 안보 초긴장”이라는 기사를 싣고 “‘김정은 잠적’ 예전과 다른 이유”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김 위원장이 잠적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11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정치국 후보위원에 복권시킨 것도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설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장기 잠적했다는 점도 과거와는 다른 점으로 꼽힌다”며 이번 ‘잠적’이 다른 ‘잠적’과는 다르다고 보도했다.

▲2일 동아일보 3면.
▲2일 동아일보 3면.
▲2일 한국일보 사설.
▲2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 사설은 김 위원장 사망설 등을 확인없이 퍼뜨린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혼란 가중시키는 ‘김정은 건강이상설’, 억측 자제해야”에서 “대북 정보 접근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위중설) 주장이나 평가 역시 얼마나 신빙성 있는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며 언론보도에 신중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한국일보 사설은 “북한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가장 신뢰할 만한 정보는 감청이나 인편을 통해 종합적으로 북한 동향을 수집하는 우리 정보 당국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말을 신뢰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유튜버들의 아니면 말고식 주장도 그만해야 하지만, 여론을 이끌어야 할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관련 발언도 신중해야 마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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