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채널A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취재활동 관련해 언론사를 압수수색한 건 1989년 한겨레신문 편집국 압수수색 이후 31년 만이다.

29일 아침신문들은 이 소식을 전하며 서로 다른 정보를 부각해 사안에 대한 관점을 드러냈다. 당사자 격인 동아일보는 한국기자협회와 협회 채널A지회의 반발을 크게 전했다. 보수신문들은 MBC엔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부각한 한편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31년 만의 압수수색’이란 사실을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28일 아침 8시부터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건물 내 채널A 보도본부 등 5곳에 검사와 수사관 5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채널A 이동재 기자가 신라젠 관련 의혹을 취재한 경위를 확인할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채널A 기자들은 스크럼을 짜고 저지해 실제 유의미한 압수물 수색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검찰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채널A 사옥에 진입해 검언유착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동아일보 사옥에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검찰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채널A 사옥에 진입해 검언유착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동아일보 사옥에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MBC는 지난달 31일 채널A 이동재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쪽에 접근해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으로 꼽히는 한아무개 검사장과 통화 내용을 들려주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인사 비리를 캐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7일 이 기자와 ‘성명불상의 검사장’을 협박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동아일보는 사회 12면에 “검, 채널A 보도본부 압수수색 시도 기자협회 ‘언론자유 침해’ 중단 촉구”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동아일보는 검찰이 오전 8시부터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오후 늦게 채널A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간단히 전한 뒤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MBC에 대해서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전했다.

▲29일 동아일보 12면.
▲29일 동아일보 12면.

동아일보는 기사를 이루는 4문단 중 2문단을 들여 한국기자협회와 협회 채널A지회의 압수수색 비판 성명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채널A 기자들은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즉각적인 압수수색 중단을 요구했다”며 한국기자협회 채널A지회가 “기자들이 민감한 취재자료를 취합하고 공유하는 언론사 보도본부에 검찰 수사 인력이 들이닥쳐 취재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어떤 설명으로든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보도본부에 대한 이 같은 압수수색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기자들의 취재를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인용했다.

동아일보는 “한국기자협회도 성명서를 통해 ‘보도본부는 기자들이 취재원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보관하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권력을 감시하고 부패한 사회를 고발하는 언론사의 핵심 공간’이라며 ‘이와 같은 공간에 검찰 수사 인력을 투입해 강압적으로 수색을 시도하는 것은 명백한 언론 자유 침해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국민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검찰이 MBC를 압수수색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MBC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신라젠에 65억원을 투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최 전 부총리는 MBC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MBC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29일 중앙일보 10면.
▲29일 중앙일보 10면.

중앙일보의 기사 제목은 “MBC는 빼고 채널A만 압수수색… ‘윤석열 황당해했다’”였다. 중앙일보는 “검찰 일각에서는 (MBC 압수수색)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최 부총리 측의 명예훼손 고소 건도 영장에 포함돼야 하는데 그 부분이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추측을 더해 비판했다.

중앙은 현직 검사 2명이 ‘채널A만 압수수색하는 건 형평하거나 공정하지 않다’는 익명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윤석열 총장은 균형있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는데 한쪽만 영장이 발부돼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29일 조선일보 10면.
▲29일 조선일보 10면.

조선일보는 “채널A는 압수수색, MBC는 기각… 윤석열, 중앙지검의 부실 영장에 ‘황당’”이라며 같은 내용을 제목에 올렸다. 조선일보도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최 전 부총리 고소 건을 비롯해 MBC에 불리한 내용 상당부분이 누락돼 있었다”고 전언 형식으로 보도했다. 조선은 또 “이 사건의 열쇠를 쥔 제보자 지씨에 대해선 압수 영장을 청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법조계에선 ‘검찰 수사절차가 이상하다’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기사에서 “검찰 압수수색이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며 “채널A 사측은 해당 기자가 ‘검찰 수사 확대 가능성’을 언급한 것 등은 취재윤리 위반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었다”고 강제 수사가 필요했냐는 의문 제기에 힘을 싣는 문장을 덧붙였다.

신문들은 검찰의 언론사 취재 관련 압수수색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는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1989년 서경원 평화민주당 의원 방북 건을 취재한 한겨레신문 편집국을 압수수색한 뒤 처음이다.

한국일보는 “검찰과 언론 유착 의혹이 수사로 번졌지만, 취재 경위 확인을 위한 수사기관의 언론사 압수수색은 이례적이다. 과거에도 언론사 압수수색이 시도됐지만 언론 탄압을 주장하는 기자들의 저항으로 번번이 무산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채널A는 MBC 보도 당일 ‘전반적인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고 했으나 한 달 가까이 진상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회사가 진상조사를 해왔다면 관련 자료도 사내에 있을 것이라 검찰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신문도 기사 첫 문단에서 “검찰이 취재 내용과 관련해 언론사를 압수수색한 것은 31년 만으로 매우 이례적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일보는 사설도 내 “언론사 압수수색은 언론 자유와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신중해야 하지만 이번 사건의 파장이 워낙 커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채널A로서도 수사결과가 종편 재승인과 연결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자료 제출에 협조하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29일 한국일보 사설
▲29일 한국일보 사설

한편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언론사 강제수사의 이례성을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압수수색 소식을 전하며 “기자와 검사장 사이 이를 위한 ‘작전 공유’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려면 두 사람 간 실제 통화가 있었는지, 존재한다면 어떤 내용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며 보다 직접적 표현으로 압수수색 필요성을 전했다. 한겨레는 “채널A 경영진은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서 ‘보도본부 간부는 부적절한 취재 과정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자체 진상 조사 중인 채널A는 이 기자의 통화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해당 검사장도 이 기자와 그런 통화를 한 적 없다고 했다”며 “검찰이 통화녹음 파일을 분석하면 이 기자가 지씨에게 들려준 통화 상대가 해당 검사장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향은 대검찰청이 앞서 채널A에 통화녹음파일과 녹취록 등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고도 덧붙였다.

▲29일 경향신문 13면.
▲29일 경향신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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