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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연관어가 ‘재판’ 아닌 ‘코로나’인가
이재용 연관어가 ‘재판’ 아닌 ‘코로나’인가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포털 뉴스에서 기업이나 기업인들의 사회공헌 기사가 종종 보인다. 예를 들면 KT&G 직원들이 잎담배 수확 봉사활동을 했다는 훈훈한 뉴스가 포털화면을 가득 채운 적이 있다. 봉사하느라 고생은 했겠지만 포털 한 페이지를 채울 만큼 중요한 뉴스인지는 모르겠다고 생각하면 아마추어다. 그 뉴스는 분명히 포털 한페이지를 채울 만한 가치가 있다. 왜? 바로 포털 한 페이지를 채우는 것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뉴스 한 페이지를 넘긴 바로 다음 페이지에 경향신문의 단독 기사가 보인다. KT&G가 0원짜리 주식을 560억원에 샀다는 특종이다. 과거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지분을 절반 매입했는데 장부상 가치가 0원인 잔여지분을 1000억원으로 부풀려서 560억원에 샀다고 한다. 아마도 처음 구매 당시 모종의 이면 합의가 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한 것이겠지.

그런데 이 단독기사가 네이버에 뜬지 불과 5시간 만에 KT&G 봉사활동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발 빠른 대응과 정확한 효과. 대한민국 대기업의 효율을 느낄 수 있었다. 포털 뉴스에 부정적인 기사를 바로 봉사뉴스로 밀어낸 결과는 물론 대기업과 언론의 콜라보가 이뤄낸 작품이다. 때맞춰 KT&G의 훈훈한 봉사뉴스를 다뤄준 언론은 광고 등으로 보답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지나친 추측일까?

최근 이재용씨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바꿔 달라는 특검의 기피신청이 뉴스에 많이 다뤄지고 있다. 특검의 기피신청은 최근(4월17일) 서울고법에서 기각됐다. 박영수 특검은 즉시(23일)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회공헌 관련 기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회공헌 관련 기사

그런데 마침 지난 22일 한 홍보연구소발 보도자료를 인용해 “최태원, 이재용 사회공헌 마인드는 ‘낭중지추’”라는 기사가 수십 개 언론에 게재됐다. 뉴스, SNS 등에서 사회공헌 단어와 가장 많이 연관된 재벌총수는 최태원, 이재용이라는 것이다. 사회공헌 사실이 이렇게 많은 언론에 인용돼 불리한 뉴스를 밀어내니 재벌기업 총수는 사회공헌을 자주 언급할 만하겠다. 

27일 같은 연구소에서 나온 보도자료를 인용해 “국민들은 이재용 ‘재판’보다 ‘경영’에 관심”이라는 기사가 또 수십 개 언론에 게재됐다. 최근 3개월 빅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이재용과 가장 높은 연관 검색어는 ‘코로나19’이지 ‘재판’이 아니라고 한다. 

중앙일보 등은 이 보도자료를 인용해 “국민들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주도로 코로나19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관심을 보인 걸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국민들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질병관리본부도 아닌 삼성주도로 코로나19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빅데이터를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의 가장 높은 연관 검색어도 ‘코로나19’지 모 언론이 제기한 것처럼 ‘재산’은 아닐 것 같기 때문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빅데이터 연관어가 코로나19와 경영이라는 내용의 기사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빅데이터 연관어가 코로나19와 경영이라는 내용의 기사들

그러나 이재용의 코로나19 관련 기부행위가 재판이나 기피신청이라는 단어를 밀어내는 것을 넘어 코로나19 위기를 헤쳐나가는 구심점으로까지 국민들이 생각한다는 수십 개 언론의 평가를 보면 기부가 얼마나 중요한 행위인지 짐작할 수 있겠다.

기부, 사회공헌 등 훈훈한 뉴스를 담은 뉴스 제목을 보면 “xx이 사회봉사 활동을 했나 보군”하고 그냥 지나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이제는 가끔 그 기업을 검색해보고 그 봉사활동의 참뜻(?)을 한 번 느껴보도록 하자. 운이 좋으면 봉사활동의 진정한 참뜻을 깨닫고 우리나라 대기업의 효율성을 체감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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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5-03 16:12:56
나는 뉴스배치와 댓글시스템을 전체주의적으로 유지하는 네이버에 관심이 없다.

부정적기사를봉사나기부기사로 2020-05-03 15:10:58
대기업과그들을돕는언론